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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펑 쏟아진 눈 수북이 쌓인 어느 날, 한밤중, 뉴욕 중심 한 저택, 두 발의 총성, 언니 사망, 동생 부상. ‘당황한 절도범에 의한 우발적 사고’라는 경찰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지방검사 Markham에게 사건수사를 애원하는 피살자의 오빠. ‘뭔가 있음’을 직감하는 Vance. 현장, 눈 위의 발자국 모습. 물론 지문 그런 것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고. 수사관 대신 심문에 나서는 Vance. 가족 간의 뿌리 깊은 갈등과 증오심만 확인하는 그. 적나라한 그들의 표현과 표정.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그 수위. 어느 추리소설에서도 마찬가지, 한 단어 한 문장 가볍게 넘어갈 수가 없다.
전해지는 Tobias Greene의 유언의 내용. 자기 사후 25년간 이 저택을 유지할 것이며, 유산은 그 기간 동안 이 집에서 지속적으로 거주한 자에게만 분배될 것. 말하자면 여기 지금 이 식구들은 일종의 포로로 지내고 있는 셈이고, 또 상속지분의 관점에서 이들은 서로가 서로의 적대자인 셈.
또 다시 쏟아지는 눈, 이번에도 한밤중의 총성, 쓰러진 사람은 오빠, 이 사건의 수사를 간청했던 그 장본인. 역시 또 엇갈리는 증언들. 흐르는 시간, 쏟아지는 언론의 비난, 수사는 계속 쳇바퀴. 하녀와 집사의 과거 행적까지도 철저히 훑어보지만 어떤 단서도...
추리소설 특히 이 작가 Van Dine 작품에서의 묘미는 심문과정의 각종 대화로부터 탐정 Vance의 분석 포인트를 들어가며 머릿속에 나름대로의 그림 그려보기.
또 터지는 사건, 이번엔 대낮에 쓰러지는 남동생.
계속 어지럽게 이야기 뿌려대는 이 작가. 궁금해진다. 나중에 이것들 다 어떻게 정리하려 이러지?
드디어 내 머릿속 그림, 하지만 마음 안 드는 그 쪽 방향으로 이야기가 흐르는 듯.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드디어.... 어~. 이건 아닌데. 내 그림과 ‘완전일치’ 아냐?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직 남아있는 책 페이지가 너무 많다.
결국, 독살이라는 장면이 삽입되며, 그 ‘완전일치’가 ‘마지막 순간’ 살짝 꼬리를 튼다. 이제 남은 식구는 단 두 사람. 이야기는 책 초반 ‘본능적으로’ 내 머릿속에 그려졌던 그쪽과는 반대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란 게 무엇인가. ‘창조주’ 작가가 만들어가는 세상 아닌가. 둘러치고 메치고 그건 작가 마음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수북이 쌓인 눈. 방안에까지 전해져오는 신선한 새벽공기. 또 날이 밝아온다. 벌써 이틀째다. 하지만 아직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오늘 날씨와 겹쳐지는 이 긴장감, 마치 내가 사건현장에 앉아있는 듯, 아니 아직 이 사람들과 머리를 맞대고 ‘대책회의’를 하고 있는 듯. 이제 이야기 트랙이 예상했던 그쪽으로 올라서기 시작한다. 드디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속도전’도 곁들여지는 클라이맥스로 ‘이야기’는 끝난다. 하지만, ‘책’은 아직 아니다. 의문점으로 남아있을 만한 곳들을 다시 하나하나 들춰가며 재조명하는 Vance의 해설이 이어진다. 작가의 ‘완벽주의’ 그 ‘정성’, 감복할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읽은 이 작가의 다른 세 편보다 ‘훨씬’ 재미있었지만, 그래도, 이야기 전개 그 스타일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하다. Markham쪽으로부터의 능동적 기여가 전혀 없다는 점. 사실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한 사람만 영웅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동등한 수준 두 사람’ 사이의 대화 그런 쪽이 훨씬 낫지 않을까? 아니면 이 소설이 나오던 그 시대의 ‘슈퍼맨’ 그 스타일이 더 어필해서 이렇게 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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