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푸시킨의 ‘대위의 딸’

뚝틀이 2012. 12. 23. 23:19

Алекса́ндр Серге́евич Пу́шкин(1799-1837)의 1836년 작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하면 떠오르는 푸시킨.(이것도 ‘외래어 표기법’의 부작용. 엄연히 푸쉬킨이라고 적을 수 있는데!)

그의 삶은 그 자체로도 하나의 이야기꺼리.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아 살고, 또 워낙 자존심이 강해 평생 29회나 결투를 벌였었다는 그.

마지막 결투는 아내와의 염문을 뿌린 프랑스 장교 D'Anthès와. 그는 이 결투의 후유증으로 그 이틀 후에 저 세상으로 갔으니...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하던가.... 러시아어 판을 찾아보니,

Отец мой Андрей Петрович Гринев в молодости своей служил при графе Минихе и вышел в отставку премьер-майором в 17.. году. С тех пор жил он в своей Симбирской деревне, где и женился на девице Авдотье Васильевне Ю., дочери бедного тамошнего дворянина. Нас было девять человек детей. Все мои братья и сестры умерли во младенчестве.

‘몇 자’ 읽는데 벌써 진이 빠진다. 어미변화 복잡한 러시아어는 사전 찾기 그 자체도 하나의 ‘용기’고.... 쓸데없는 장난은 그만.

(언제인가는 러시아 혼자 여행해볼 생각으로 한 때 열심히 했었는데, 그러다 중부 시베리아 몇 군데 돌다가 어찌 힘든지....)

 

Капитанская дочка에서 ‘까삐딴’을 보통 ‘대위’라 번역하지만, 사실 이 ‘캡틴’은 계급이 아니라 지휘관이라는 의미이고,

그래서 ‘The Daughter of the Commandant’이라고 한 번역판도 많음. 내 지금 읽고 있는 이 구텐베르크 버전도 역시 그렇고.

http://ebooks.adelaide.edu.au/p/pushkin/aleksandr/p98d/chapter1.html#chapter1

 

제1장

나의 아버지는 안드레이 삐예뜨로비치 그리니예프 Andréj Petróvitch Grineff, 난 아홉 명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들이고, 다섯 살 때부터 내 옆을 지켜주는 사냥꾼이 있었고, 열두 살이 되어서야 읽고 쓸 수가 있었는데, 아버지는 그때 모스크바로부터 다른 사람을 불러와 나에게 독어 불어 또 과학을 가르치기 시작했고.... ‘바람이 든’나는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여행을 떠날 생각을 했고, 지도책 펴놓고 있는 나를 본 아버지는 나에게 따귀를 한 대 날리고, 술에 취해 잠든 그 선생을 멱살을 잡고 끌어내 그날로 공부 끝. 난 개구리 잡아놓고 들여다보고 또 비둘기를 관찰하며 시간을 보냈고.. 아버지는 무슨 연감인가를 펴놓고 ‘...장군? 이 친구 그때 내 졸병이었는데...’ 하며 옛날 대령 시절 영화롭던 그때의 회상에 잠기곤 했고....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엄마에게, “가만있자. 우리 뾰뜨르가 지금 몇 살이지?” “17살이요” “잘 됐네. 여자애들 꽁무니나 따라다니고, 비둘기집이나 들여다보고 있는 이 녀석 이제 군대에 보내도 되겠네.” 그 말에 엄마는 하도 놀라 손에 있던 그릇을 바닥에 떨어뜨렸지만, 난 속으로 신이 나서 어쩔 줄 몰랐고....

이런 식으로 주인공 Pyotr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느긋한 이야기 진행이지만 묘한 긴장감을 일으킨다. 약간 삐딱한 스타일, 그래서인가?

 

아들을 좀 편한 곳으로 보내주라는 엄마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모름지기 사나이라면 화약 냄새 좀 맡아야 한다고 ‘힘든 곳’ 찾아 그곳으로 날 보내주는 아버지. 화려한 Petersburg 생활을 꿈꾸던 나는 이제 ‘몸 좀 잘 챙기고..’하며 울먹이는 엄마를 뒤로한 채, 처량하게 Orenburg의 부대를 향해... 중간에 여관에서 만난 군복 입은 장교에게 사기당해 내기당구에서 돈 100루블을 잃고(이게 얼마나 큰돈인지는 나중에 나오는 이야기를 봐야....) 그 돈 내 주기를 거부하는 나의 옛 스승 Savéliitch에게 ‘누가 주인이고 누가 하인인지 이제 좀 명확히 하자’며 해고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아 그 ‘거금’을 사기꾼에게 거네주고...

 

제2장

그 다음 날에 나선 길. “우리 돌아가자고 나에게 명령을 내려주시지 않겠어요? 주인님.”하며 간청하는 하인. 구름 모양새를 보며 날씨를 걱정하는 그. 隊商전체를 눈 속에 묻어버리기도 한다는 이 지역의 그 악명 높은 눈 폭풍 bourane을 겁내는 그. 하지만 마음 급한 나는 갈 길을 재촉하고. 하지만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고 눈마저..... 이제는 bourane을 단언하는 마부. 길은 완전히 사라지고 이제 칠흑 속 같은 밤. 세 사람은 서로 언쟁만.

그때 다가오는 검은 물체, 어떤 사람. 이곳 지리를 잘 아느냐는 물음에 돌아오는 그의 대답, 말도 마차도 다 잃고 헤매는 나더러. 그런 것을 묻다니. 그렇다면 지금 당신은 어디를 가고 있었느냐의 물음에, 바람이 저쪽에서 불어오는데, 내 코엔 연기냄새가 느껴져 그쪽으로 가면 집이 있을 것 같아.... 대답하는 그. 두뇌의 사나이! 그를 와 함께 가기로 하는 나 Pyotr와 일행. 정말 거짓말 같이 대문이..... 꿈인지 생시인지... 그곳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화내는 모습을 겁내는데, 엄마가 나와 하는 말, 지금 아버지 돌아가시니... 정신이 돌아온 내 앞에 나타나는 털 수북한 농부....

어쨌든 거기에서 무사히 밤을 보내고, 이제 아침. 길 안내를 해준 이 분에게 반 루블을 주라는 나의 ‘명령’을 거부하는 하인. 화가 난 나는 내 입고 있던 토끼털 재킷을 그에게 건네주자, 그는 “His excellency께서 이렇게 손수... ”하며 감읍하고, ‘물정모르는 어린아이’의 물건을 받으려 하다니 하며 나의 하인은 또 난리를 치고.... 그 사람은 내 귀에 대고 “하나님께서 당신을 보호하실 것....”이라며 고맙다며 받아가고.

Orenburg에 도착. 내가 내민 아버지의 편지를 소리 내어 읽는 그. “오랜 친구에게 ‘각하’라니, 흠 흠, 어~ 부인도 아직 날 기억하나? 흠 흠.....” 다음 날 아침, 배치 받은 Bélogorsk 요새로 떠나는 나.

 

제3장

들판을 지르고 물을 건너고.... “아직 멀었냐?” 묻는 나에게 “바로 저기...”라는 대답,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요새는 안 보이고.... “어디?” “여기가 바로..” 세상에! 이건 그냥 울타리 친 마을!

내 상관은 Ivan Mironov, 하지만 부하들을 쥐고 휘두르는 모양새로 보아하니 실제 지휘관은 그의 부인인 Vassilissa. 이 구석진 험한 곳에 온 것을 위로해주는 그녀. Chvabrine처럼 나도 곧 여기에 친숙해질 것이라고. Chvabrine이 누구죠? 무슨 살인죈가 그런 것 지고 여기 왔다며 열심히 그 장면을 그려주는 그녀. 배정받은 숙소에 와 짐을 풀어주고 있는 하인.(그 당시 여기 군대 생활은 이랬나?)

다음날 아침, 어제 도착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사실..... 불어로 이야기를 걸어오는 한 사람, 어제 이야기를 들었던 Chvabrine임을 첫눈에 알 수 있고. 그와 함께 지휘관에게로. 스무 명 남짓 정렬되어있는 나이든 농부들에게 무슨 연설을 하다 우리를 발견한 Ivan Mironov, 여기서는 볼 것 없으니 우선 자기 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는 그.

얼마 후, ‘그 알량한 훈련 그런 것 집어치우고 당장 집으로 오라...’ 며 남편에게 전할 것을 하녀에게 명령하는 그녀. “나라 지키는 것은 부자들이 할 일이지...” 투덜대며 딸 Marya Ivánofna(러시아인 이름 부르기는 하나의 예술. 때로는 이렇게 Marya, 때로는 애칭 Masha, http://blog.daum.net/wundervogel/6006355)의 시집 걱정하는 그녀. 수줍어하는 그 딸 Marya.

이제 곧 야만족 Bashkir 사람들이 쳐들어온다는데.... 걱정하는 나에게 걱정 할 것 없다는 여장부 그녀 Vassilissa.

 

제4장

나도 이제 어엿한 장교, 몇 주가 지나자 실제로 모든 것을 지휘하는 사람은 부인인 Vassilissa라는 것을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고, Marya도 이젠 수줍음을 떨쳐버렸고, 이젠 나도 여기 한 집 식구처럼 받아들여졌고, 소문과는 달리 Bashkirs 부족은 아직 쳐들어오지 않고, 난 틈틈이 Chvabrine의 불어 책이나 빌려보며 시간을 때우고... 그런데 여기 딸 Masha Mironoff에 대한 내 마음은 ♡♡♡.. 하루는 내 詩를 Chvabrine에게 보여줬는데....

 

By waging war with thoughts of love I try to forget my beauty;

Alas! by flight from Masha, I hope my freedom to regain!

 

But the eyes which enslaved me are ever before me.

My soul have they troubled and ruined my rest.

 

Oh! Masha, who knowest my sorrows,

Seeing me in this miserable plight,

Take pity on thy captive.

 

누구나 잘 알 듯, 글에 대한 비평을 받겠다고 자청하는 것은 사실 칭찬받겠다는 뜻. 물론 나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Chvabrine으로부터 돌아오는 냉혹한 평가. 글자 하나하나 따져나가듯 철저히 내 시를 쓰레기라 평하는 그에 놀라는데, 이번엔 Masha를 모욕하는 이야기까지... 목소리 높여... 험한 말이 오가고... 난 참다못해 결투를 신청하고.... 후에 알게 된 사실, 두 달 전에 Chvabrine이 Masha에게 청혼했다 거절당했다고. 결투. Chvabrine은 생각보다 칼을 아주 잘 쓰고.... 결투 중 누가 옆에서 불러 그를 보는 바로 그 순간 난 오른 쪽 가슴에 통증을 느꼈고.....

 

제5장

들려오는 목소리, 좀 어떠냐는 물음에 나흘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의식이 없다는 대답.

여기가 어디냐 묻는 내 말에 뛸 듯이 기뻐하는 두 사람. 다시 잃은 의식, 깨어나 보니 나의 하인과 눈물 글썽 Masha가 옆에.

“Dear, good Marya Ivánofna,” 나도 모르게 나오는 소리, “be my wife. Consent to give me happiness.”

“쉿!” 난 다시....

하지만, 난 젊은이, 거기에 사랑의 힘까지. 난 하루가 다르게 회복되어 갔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 내 상처를 치료해준 사람은, 여긴 의사도 없었고, 이발사.(하긴 지금 우리 이발소 앞에 빙글빙글 돌아가는 그 것이 정맥과 동맥의 청홍이라지.) 어느 정도 회복된 후 결혼해주겠냐 다시 물으니, 자기는 좋지만 우리 부모가 반대는 않을지.... 난 내가 쓴 편지를 일단 그녀에게 보여주고 발송.

Chvabrine과는 암묵적 휴전.

며칠 후 도착한 아버지의 분노에 찬 편지. 싸우라는 적과는 싸우지 않고, 칼질이나 해 다치고, 지금 네 어머니는 네 소식에 앓아누웠고. 그런 집안과의 결혼? 그건 생각도 말고.....

편지를 본 Masha, 눈물 가득 그녀. 편지와 상관없이 결혼하자는 나에게 부모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결혼은 생각도 않겠다는 그녀.

 

제6장

1773년 말경의 Orenburg 전투에 대해 좀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아서.... 비옥한 땅 이 지역엔 원래 난폭하고 통치할 수 없는 거의 야만족에 가까운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을 다스릴만한 민족으로 코사크 족을 투입했는데, 사실 이 코사크 족도 툭하면 帝政에 반기를 들곤 해, 역시 힘들었다고. 1772년에 이곳 통치사령관의 학정에 대해 반란이 일어나 그는 잔혹하게 살해당했고... 점령군에게 그들은 반성하는 모습이.... 그렇게 보여도 그 속에서 끓어오르는 그 반감을 누가 가름할 수 있으랴.

바람 소리에 기울이며 밝은 달을 스쳐가는 구름을 보고 있던 어느 가을 밤, 갑자기 전해오는 전령. 당장 보자고. 급히 본부로 달려가니 거기엔 Chvabrine과 모르는 사람들이.... 그들이 꺼내 읽는 비밀 서신. Peter(이건 사실 러시아어로는 뾰뜨르) 3세의 이름을 업고 반란을 획책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비밀리에 이들을 다 잡아들이고.... 반동이 있을 시에는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Maximitch의 지휘 하에 코사크에 대한 감시도..... 회합이 끝나고 나오면서 Chvabrine에게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냐고 물으니, 그는 프랑스 곡조의 휘파람만 불어대며..

나중에 무기를 닦고 전쟁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며 또 이 비밀회합의 소식을 알게 된 Vassilissa는 자기를 빼돌린 남편에게 분노하고... 마치 전쟁포로 심문하듯 남편을 다그치는 그녀.

얼마 후 모든 이의 입을 오르내리는 이름, Pugatchéf. 그에게 포위당하는 요새. 위기의 요새.

내 생각, 이제 여자들을 피난시켜야하는데.....

 

제7장

이제 아침이 되면 우선 여자들을 피난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들려오는 소식, 코사크 족들이 몰래 여기를 다 빠져나갔다고...

이제 여자들은(사실은 Masha를) 어떻게 탈출시키지, 난감한 상황. 성곽(성곽이라야 높은 곳에 대포 몇 대 설치한 것뿐) 병사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있는 지휘관.

“Now, children, let us do well today for our mother, the Empress, and let us show all the world that we are brave men, and true to our oaths.”

함성으로 답하는 그들. 내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는 Chvabrine.

모습을 드러내는 적. 포격을 명령하는 지휘관. 어림없이 빗나가는 포탄. 흩어지는 그들. 여기에 나타나는 부인과 딸. 무섭지? 아뇨, 아빠. 전혀.

나를 힐끔 쳐다보는 그녀. 긴장해서 옆에 차고 있는 칼을 부여잡는 나. 그날, 그녀와 내가 손을 맞잡았던 그때가 머릿속에....

벌판에 나타나는 기병, 곧 새까맣게 병사들로 덮이는 벌판, 백마위에 올라앉아 칼을 치켜세우고 진두지휘하는 사람, Pugatchéf.

그를 둘러싸고 같이 오던 4명의 기병, 우리 쪽으로 오며 손에 든 편지를 휘저으며 외치는 그들, 얼핏 보니 우리 쪽에 있던 배반자, 차르(Tzar)가 여기 있다고, 공격하지 말라고, 이쪽에서 떨어지는 명령, 발사, 포탄은 날고, 귀 옆에선 쌩쌩 총알 소리, 여자들이 있을 곳이 못 되니까 딸을 데리고 떠나라는 지휘관,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Vassilissa. 가슴에 성호를 그리는 지휘관, 더 앞으로 다가온 적군, 조금 더 다가올 때까지 기다렸다 사격을 퍼붓자는 지휘관, 이제 적은 문턱에, 칼을 치켜들고 성전을 벌이자는 지휘관, 하지만 어느 새 적은 바로 여기에, 나도 어느새 그들에게....

길거리로 끌려나오는 우리들. 사람들은 환호하며 점령자 그들에게 빵을 던져주고.

차르 앞으로 끌려가는 우리들. 지휘관 집 팔 의자에 자리 잡고 있는 차르, 바로 Pugatchéf 그 사람.

끌려오는 지휘관. 충성맹세 요구에, 당신은 나의 황제가 아니요 그냥 도둑일 뿐. 얼굴을 찌푸리는 차르가 흰 손수건을 흔들자 처형되는 그.

그 차르 옆의 한 사람, 바로 Chvabrine. 차르에게 귓속말. 차르의 명령, ‘매달아!’ 내 목에 걸쳐지는 밧줄. ‘무서워 마.’ 집행관의 위로.

‘잠깐!’ 차르의 외침. 그쪽을 보는 나. 차르 옆의 한 사람, 바로 나의 스승이자 하인인 Savéliitc. 차르 앞으로 끌려가는 나, 손을 내미는 차르, 손에 입 맞추라는 주위의 외침, 또 경의를 표하라는 나의 스승의 타이름, 하지만 난 그럴 수 없고, 손을 거두는 차르. “참 고집 센 녀석이네.”

충성맹세 자리, 사람들은 앞을 다퉈 나와 차르의 손에 입을 맞추고. 끊임없는 행렬, 세 시간이 넘도록.

요란하게 차림의 백마 몇 필. 멋진 동작으로 말에 오르는 차르. 주교에게 건네는 말 한 마디. 내 오늘 그대의 집에서 만찬을 하겠노라.

그때 끌려오는 한 여인, Vassilissa Igorofna 그녀. 찢어질 듯 그 절규. ‘이 마녀야 조용히 좀 해.’ 차르의 한 칼, 내쳐지는 그녀의 머리.

 

제8장

텅 빈 광장에 서있는 나. 아직도 정신이 멍하고..... 이제는 Marya Ivánofna는 어디 있지? 도망은? 숨을 곳은?

그녀의 집으로 달려가는 나. 끔찍한 모습. 집은 불타고, 가구는 다 내팽개쳐지고. (생전 처음!)그녀의 방에 들어서려는 나. 방은 난장판인데, 촛불이 켜져 있고, 손거울이 보이고.... ‘...어???’ “Oh, Petr’ Andréjïtch,” 하녀 Polashka,의 목소리, “what a day, what horrors!” 그녀가 어디 있냐는 물음에, 지금 주교의 집에 숨어있다고. 세상에! 바로 거기서 오늘 저녁 오늘 저녁 Pugatchéf의 연회가 열리는데!

한숨에 그곳으로 달려가는 나. 웃고 떠들고 노래하고 요란한 분위기. 하녀를 몰래 들여보내, 밖으로 나온 주교 부인에게 물어보는 나, 어디 있냐고. 불쌍한 그 비둘기 지금 자기 침대에서 자고 있는 중이라고. 그녀가 들려주는 놀라운 이야기. 연회가 한참인데 때 마침 차르가 지나가다 Marya의 신음소리가 들렸고, 누구냐 묻기에 조카라 그랬더니, 젊으냐고 묻고, 그렇다 했더니, 한 번 보자 했고, 지금 너무 몸이 허약해서 예를 갖출 수 없다 했더니, 상관없다며 커튼을 들췄고(그땐 순교할 각오까지 했다고), 그런데 다행히도Pugatchéf도 Marya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했고, 그래서 다행히...

주교 부인에게 떠밀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사방에선 야만족의 끔찍한 약탈행위가 이어지고 있고...

그때 다가오는 나의 스승이자 하인 Savéliitch의 외침, “Thank heaven!” 야만족이 우리 집 다 털어갔다고. 그래도 이렇게 살아있는 게 다행. 그러면서 묻는 말, 그 야만족 왕초는 보았냐고, 아니라는 대답에, 기억이 없냐고, 옛날에 당신 토끼털 재킷 ‘빼앗아간’ 그 ‘악당’을.

그랬구나, 그랬었구나.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 그래서 날..... 세상에, 토끼털이 날 구한 거구나.

이제 어쩌지? 그래도 명색이 장교인 내가 그 악당들과 손을 잡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도 Marya를 위험에 놔두고 여길 떠날 수도 없고...

그때 달려오는 코사크 병사 하나, 차르가 날 데려오라 했다고. 그가 떠벌리는 말, 차르가 얼마나 관대하고 위대한지, 그의 가슴과 이마에 새겨진 황제의 표시 쌍두 독수리를 자기가 직접 보았다나.... (참, 이쯤해서.. 중국의 역사에서처럼 이 당시 러시아에서는 차르를 사칭한 사람들의 반란사건이 여러 번 있었는데, 어쩌면 작가 푸쉬킨이 이런 상황을 설정했을 수도...)

그곳으로 가는 길, 오늘 처형된 사람들의 시신은 그저 그대로 매달리고 또 뒹굴고 있고...

안내 받아 들어간 곳의 기괴한 모습, 차르 주위엔 코사크들이 불콰하게 취해 왁자지껄 떠들고 있는데, 놀랍게도 Chvabrine도 그 자리에.

자리를 물러나는 그 사람. 차르와 마주 앉게 된 나. 묘한 표정을 혼자 짓더니, 껄껄 웃는 그.(그런데, 갑자기 웬 존댓말?)

“Well, your lordship,” 입을 여는 그, “confess you were afraid when my fellows cast the rope about your neck. I warrant the sky seemed to you the size of a sheepskin. And you would certainly have swung beneath the cross-beam but for your old servant. I knew the old owl again directly. Well, would you ever have thought, sir, that the man who guided you to a lodging in the steppe was the great Tzar himself?”

그러면서 이어지는 이야기. 사실 적에게 쫓기고 있는 중이었다고, 마침 내가 그를 살려준 셈이었다고. 이제 다시 제국이 되면, 나를 중용하겠다고.

웃음을 머금는 나에게 묻는 그, 내가 황제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그 말에 그냥 수긍했다가는 내 목숨이 날아갈 판, 하지만, 황제 운운을 수긍할 수도 없는 것이 나의 자존심. 그래서 내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며,

“Just listen, and I will tell you the whole truth. You shall be judge. Can I recognize in you a Tzar? You are a clever man; you would see directly that I was lying.”

휴~! 그때 그 순간을 내 돌이켜보면..... 어쨌든 Pugatchéf 그의 태도는 좀 누그러졌지만, 그는 다시, 나에게 사령관 자리를 주겠다하고,

“No,” I replied, firmly. “I am a gentleman. I have sworn fidelity to Her Majesty the Tzarina; I cannot serve you. If you really wish me well, send me back to Orenburg.”

그렇다면, 거기로 돌아간 후 자기에게 반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냐는 그의 물음에, 당신도 당신 부하들을 대할 때 잘 알 듯이, 명령을 받고 싸우는 군인이라는 사람의 자세가 어떤지를 알 텐데 나에게서 그런 약속을 받아내려 하느냐, 최악을 각오하며, 이것이 나의 진심이라 대답했더니, 자기에게는 ‘완전한 용서든지 완전한 처벌만이’ 있을 뿐이라며, 어디 가서 무엇을 하든지 당신은 자유, 하지만 내일 아침 나에게 와서 작별 인사하는 것은 잊지 말라고.

 

제9장

아침, 북소리에 깨어난 후, 광장으로. Pugatchéf의 군대는 집결 중. 코사크 병들은 말 위에, 보병들은 무기를 둘러메고, 깃발은 펄럭이고, 우리 것이었던 것임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대포들이 마차에 실려 있고, Vassilissa의 시신을 찾아보니 한 쪽으로 밀려나 거적에 덮여있고, 마을 사람 전부가 점령군 앞에 끌려나오고.

등장하는 위엄서린 모습의 Pugatchéf. 동전 한 움큼을 던지는 그. 달려들어 서로 주먹다짐 해가며 그것을 줍는 사람들. Pugatchéf를 에워싸는 측근들, 그 중 한 명은 Chvabrine. 나와 눈이 마주치는 그, 내 눈에 쓰인 경멸을 보는 그.

나에게 하는 Pugatchéf의 말. 잘 들어라. 넌 이제 Orenburg로 떠난다. 그곳의 총독에게 전하라. 한 주일 내로 내 그곳에 갈 것이라고. 날 융숭하게 대접해야 할 것이라고. 만약 항거하면, 그때는 처참한 운명을 맞을 것이라고. 그럼 잘 떠나라. (떠날 지어다... 오히려 그쪽이...? ㅎ ㅎ, 내가 책 이런 식으로 읽어본 적 있던가?)

그리고 병사들에게 Chvabrine을 가리키며 하는 그의 말, 잘 들어라. 지금부터는 이 사람이 사령관이다. 절대 복종하도록.

혼비백산 그 정도로 놀라는 나. 저 작자가 사령관? 지금 여기에 Marya가 남아있는데.... Good God! what would become of her?

날렵한 동작으로 말에 올라타는 그, 큰 동작 시원하게 그리며 떠나려는 그에게 달려가는 나의 하인 Savéliitch, 말 위의 그에게 전하는 쪽지. 이게 뭐지? 읽어보시라고. 얼굴을 찡그리고 한 참 들여다보다 글씨가 너무 지저분해 알아볼 수 없다며 비서를 부르는 그, 크게 읽기를 명하는 그. 옷감 몇 개 또 반 루블..... 화내는 그, 이것이 뭣이냐고, 더 읽기를 권하는 나의 하인, 또 읽어 내려가기, 계속되는 목록...., 이 무슨 난센스냐고 다시 묻는 그, 당신의 졸개들이 나의 주인에게서 빼앗은 목록이라고 배상을 원한다고, 더 읽어 내려가는 비서, 목록 중에 토끼털 재킷 이야기가 나오자, 화를 못이기는 Pugatchéf. 네 가죽을 벗겨 재킷을 만들겠노라고, 주인님을 위해서라면 괜찮다고 대꾸하는 하인, 손을 휘저으며 사라지는 Pugatchéf. (거의 한 페이지, 이 부분 읽으면서 얼마나 웃었던지, 한 편의 코미디, 잠깐! 내 책 읽다 소리 내어 웃은 것이 얼마만이던가.)

떠나기 전 들른 주교의 집. 열병에 혼미상태에서 헛소리를 내고 있는 Marya, 창백한 그 얼굴, 이제 이 고아의 운명은 어찌되는지...

내 마음 속에서는 이미 내 아내인 이 여자를 어찌할 수 없는 나의 무력감. 주교 부인에게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전부인 나.

떠나려는 우리에게 소리치며 다가오는 전령. Pugatchéf의 선물이라고, 말 한 필, 양털 코트 하나, 그리고 반 루블, 그런데 이 반 루블을 오다가 잃어버렸다고. (다시 한 번, 그때 사기꾼에게 잃었던 백 루블의 크기는...?)

그때 ‘빼앗긴’ 토끼털 재킷에 비하면 이 ‘알량한’ 것들이.... 아직도 계속 투덜대기만 하는 나의 하인 Savéliitch.

 

제10장

Orenburg로 가는 길. 곳곳에 널려있는 머리가 잘라져나간 시신들. 참호를 다시 파고 벽돌을 다시 쌓으며 진지를 구축하고 있는 병사들.

다가오는 경비병. 서류를 요구하는 그. 장군에게 끌려가는 우리들. 사과나무를 가꾸고 있던 장군을 우리를 보자, Bélogorsk를 점령한 적의 동태에 관심을 보이며, 우리가 겪었던 일을 자세히 물어보고, Mironoff는? 저런, 참 좋은 친구였는데, 그 부인은? 저런, 버섯장아찌를 참 잘 담갔었는데, 딸 Masha는? “Aïe! aïe! aïe!” 이제 그 도적놈들이....

그날 저녁 원로들을 모시고 열리는 작전회의, 지금이 어떤 때인지 감도 못 잡고 있는 한심한 인간들. 전쟁 중인지는 알기나 아는지. 공격이 좋을까 수비가 좋을까, 느긋하게 한담하듯.... 저쪽 상황을 다시 한 번 설명하고, 체제가 전혀 갖추어지지 않은 지금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나의 주장에 저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수염도 안 난 것이....ㅉㅉ. 또 들려오는 목소리, 커피에 럼을 타서 벌써 몇 잔째 마시고 있던 민간인 원로는, 현상금을 거는 것이.... 주의를 환기시키는 사령관, 여기서는 지금 공격이냐 수비냐 그것을 논하는 자리라... 어쨌든 나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은 없었고.

이윽고 내려지는 사령관의 결론. 우리의 경험에 의하면 군사작전에 있어서 공격이 언제나 수비보다 낫고...., (난 얼굴에 홍조를 띄고 주의를 둘러보는데), 이어지는 그의 연설, 그렇지만.... 여황제 폐하께서 내게 내려주신 사명, 이 도시의 보호라는 그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추호의 불확실성도 없어야 하겠기에, 또 여러분 대다수의 의견을 존중하여.... (나에게 향하는 ‘모든’ 눈).

그로부터 얼마 후, 약속을 충실히 지키듯 Pugatchéf의 군대가 Orenburg 앞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때 난 경악을 금할 수가..... 병사의 수는 내가 봤던 것보다 10배는 더 늘어난 듯하고, 대포도 훨씬...... 난 지금 내 개인적 감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무어라 말할까. 부적격자를 어찌 이런 자리에 앉혀 지금 이 무고한 백성들이 기근에 시달리고 이제 또 얼마나 엄청난 불행을 겪어야 하는지.... 그래도 내 마음 한 구석에선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이 밀려온다. Bélogorsk에의 교신은 완전히 차단되어있고 Marya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고...

 

Pugatchéf 덕에 좋은 말 한 필 얻었지만, 보잘 것 없는 배급 받아가면서, 그 Pugatchéf를 향해 대포를 가끔 쏘아가지만, 기근에 시달리는 우리 기병에겐 충분한 보급으로 잘 무장된 저쪽을 당할 기백도 보이질 않고, 이 쌓인 눈을 헤쳐가면 총알 날릴 기운도 없고. 이것이 그 회의 원로들이 이야기한 신중함이고 선견지명이던가.

어느 날, 도전해오는 그 ‘도적떼’들을 대포알 날려 흩어버리고, 내 코사크 병사 한 명에게 터키 칼을 날리려 하는 순간, 그의 외침.

“Good day, Petr’ Andréjïtch; how is your health?” 얼굴을 들여다보니 Maximitch,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물으니, 그가 품에서 꺼내 전해주는 Marya로부터의 편지. 그 속의 내용. Maximitch가 자기가 목숨을 걸고 전해주겠다고 해서 이 편지를 쓴다고. 그 동안 몸이 너무 아팠다고, 그런데 Chvabrine이 주교를 협박하여 나를 꺼내 지금 자기 집에 가두어놓고 있다고, 자기와 결혼하지 않으면 ‘누구’와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거라 협박한다고. 내 그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달라 해놓고 이 편지를 쓰고 있다고. 당신에게 운명을 맡긴 고아로부터.

난 정신없이 내 말을 몰아 사령관에게 달려가고, 나에게 한 대대와 코사크 기병 50명만 주면 Bélogorsk를 함락시키겠다고. 나의 간청에 대한 그의 대답. 보급이 끊겨서 전멸할 것이라고, 이해하냐고.

지금 Chvabrine가... 이야길 하렸더니, 이제 곧 Chvabrine를 잡아 재판에 넘길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문제는 Chvabrine이 Marya랑 결혼하려는 것이라 이야기했더니, 그렇다면 오히려 Marya에게 다행이라고, 보호자가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나중에 Chvabrine이 잡혀 처형되더라도, 다시 결혼하기 어렵지는 않을 거라고... 내 사랑하는 Marya를 그렇게 되도록 놔둘 수 없다 했더니, 사랑은 좋지만, 그렇다고 내 부대를 내어줄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제11장

집으로 돌아온 나. 언제나처럼 말리는 하인. 항상 행운의 별이 뒷받침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왜 그 도적들에게 헛되게 죽으려는가. 자신을 불쌍히 여기라고. 그럴 마음 없으면 부모라도 생각하라고. 이제 그만, 돈은 얼마나 있는지 묻는 나에게 한 움큼 은화를 보여주는 그. 반만 나에게 주고 반은 당신이 가지라고. 내 돈을 쓴다고 미안해하지 말라고. 당신이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마음대로 쓰라고. 난 이제 출발한다고. 삼일 내로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다 당신 것이라고. (가만있어. 처음엔 줄거리만 정리하려 했는데, 지금 내 뭐하고 있는 거지? 아예 받아쓰기네. 다시 정신 차리기.)

혼자 보낼 수는 없다고, 반시간 후, 먹을 것이 없어 주인이 거저 줬다는 삐쩍 마른 당나귀 한 마리를 끌고 나오는 그, 헉헉 거리며 좀 천천히 가자고 하며 읊어대는 푸념.(여긴 거의 코미디요 신파극 수준이다.)

 

다가오는 경비병, 암호를 묻는 그, 머뭇거리는 사이 둘러싸는 그들. 그 중 하나를 해치고 뚫고 들어갔지만, 내 하인이 잡혀있어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오는 나 Pyotr. 끌려간 곳에 있는 이는 다름 아닌 차르. 반가워하는 그. 무슨 일로 왔는지. 주위를 물리쳐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자, 측근 두 명만 남기도 다 물러가게 하는 그. 이제 이야기하라고. 한 불쌍한 고아를 괴롭히는 악한을 처치하러 간다고 하자, 자기 백성을 괴롭히는 자라면 누구든 망설이지 않고 처벌하겠다는 그. 누군지 묻는 그, 내 대답, Chvabrine, 그를 교수형에 처하겠다는 차르, 이 사람이 간첩일지도 모르니 신중을 기하라는 측근 하나, Orenburg의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이냐 묻는 유도심문에, 사기가 좋다는 위장답변. 그것 봐라 진실을 감추지 않느냐 이 사람은 간첩이니.... 꾀를 내는 나. 참 당신이 준 말 고맙다 말하니, 흡족해 하는 그. 그 고아는 나의 약혼녀라 고백하고...... (이제 정말 그만, 정말 좀 대충대충 하자.) 마차에 올라 Bélogorsk로 향하는 일행. Pugatchéf의 자랑, 자신의 용맹, 전과..... 모스크바까지 점령할 생각이냐 묻는 나의 질문에 그럼 Grischka Otrépieff도 황제가 되는 날이 있어야지.....(그러면 그렇지) 커져만 가는 나의 걱정, 이제 이 사람이 내 약혼자가 전 지휘관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제12장

아첨하는 표정으로 다가와 Pugatchéf를 마차에서 내려주다 나를 보고 흠칫하는 Chvabrine. 나에게도 반갑다 말하지만, 외면하는 나. 女帝(Tzarina)의 침공에 대한 대비는 어떤지, 형식적 질문을 던지고 바로 사실 확인에 들어가는 Pugatchéf, 여자를 감금하고 있다는데 누구인가. 제 wife입니다. wife? 놀라 소리치는 나. 조용히! wife건 누구건 보고 안 보고는 자기가 정한다는 차르. 그곳으로 안내해! 지금 몸이 아주 안 좋다며 말리는 Chvabrine, 여러 소리 말고 안내하라는 차르. 그녀의 방 앞. 열쇠가 없어서.... 우물거리는 그, 발로 차고 들어가는 차르. 빵 한 조각, 물 한 그릇, 머리를 풀어헤치고 바닥에 누워있는 그녀....

그녀를 풀어주며 너는 자유다 이야기하는 Pugatchéf, 둘이 원한다면 주교 앞에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내가 증인을 서겠다고 나는 차르다.

고마움에 떨다가, 차르라는 말에 그를 올려다보는 그녀. 자기 부모를 죽인 원수. 놀라 기절해버리는 그녀. 주교 집으로 실려 가는 그녀.

이번만은 넘기지만, 다음번에는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Chvabrine를 용서해주는 차르, 기운을 차린 Chvabrine가 외치는 말, 차르 당신은 지금 속고 있어요. 그녀는 주교의 조카가 아니라 여기 지휘관이었던 자의 딸이에요. 놀라는 차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에게 설명을 요구하는 Pugatchéf. 그의 말이 사실임을 용기를 내어 인정하는 나. 어째 그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았는가. 생각해보시라. 내 다른 사람들도 있는 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했다면 어떻게 되었겠는가고. 그녀가 무슨 모욕을 당하며 죽어갔을 건가고. 그렇기는 하다면서도 주교가 어떻게 자기 조카라고 거짓말을 할 수 있었는지 분해하는 차르. 난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있다고.... 좋다. 완전히 풀어주든지 완전히 죽여 버리는 것이 내 모토니 당신은 자유다 하며, 이 Pyotr에게 통행증을 끊어주라 명령하는 차르. 얼어붙은 듯 말을 잃은 Chvabrine.

진지 시찰을 나가는 차르. Marya에게 달려가는 나. 차르가 어떻게 당신을 살려줬냐고 묻는 주교 부인, 모든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끼어드는 주교. 차르가 자기가 속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에 성호를 그리는 부부.

Marya에게 들려주는 나의 생각. 여기는 Chvabrine 때문에 안 되겠고, Orenburg는 사람들이 다 굶어 죽어가고 있으니 거기도 역시 안 되겠고, 우리 부모에게 가 있으라고. 놀라는 그녀를 안심시키는 나. 이번에는 괜찮을 것이라고,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린 영웅의 딸인데....

 

제13장

Bélogorsk 요새를 나서는 우리 두 사람. 아직도 자유가 믿기지 않는지, 땅 한 번 보고, 나 한 번 보는 Marya. 이제 차르의 통행증으로 고비는 다 벗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또 한군데 심문에서 ‘차르의 친구’라 대답했다 오히려 그로 인해 붙잡혀 들어가게 되는 우리 두 사람. ‘남자는 감옥으로 여자는 자기’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병사의 말에 화가나, 말리는 경비병을 물리치고 지휘관 방으로 쳐들어가는 나 Pyotr. 빙 둘러앉아 카드놀이를 하는 그들. 눈에 띄는 낯익은 얼굴. 여기 오던 길에 자기에게 내기당구를 권하여 돈을 뜯어간 사기꾼 그 장군 Zourine! 오히려 더 놀라는 그. 여기는 어떻게 왔냐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나 Pyotr. 그래? 그럼 방금 체포된 자들이 있었다고 하던데, 그게 바로 당신? 곧바로 밖으로 달려 나가 Marya에게 사과하는 그.

저녁식사 자리를 같이 한 후 둘이 남게 되자, 그때 헤어진 후 어떻게 지냈는지를 묻고, 나의 이야기를 자초지종 다 듣자 말하는 그. 다 좋은데 결혼은 바보짓이라고. 어쨌든 Marya와 함께 Simbirsk로 가는 것은 중간에 또 붙잡힐 가능성이 있으니, 차라리 그녀 혼자 당신 부모에게 가게하고 당신은 여기 내 부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충고하는 그.

Marya와 부모님 계신 곳까지 동행해주라는 나의 말을 절대 따를 수 없다고 하는 하인, 오랜 옥신각신 끝에 그녀를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이라는 내 말에 동의하는 하인. 나이 어린 당신이 결혼한다는 것엔 동의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천사 같은 처녀를 놓치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니, 부모님 설득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나의 하인 Savéliitch.

이어, 복잡한 전투 상황 설명이 지루하게 이어지는데, 간단히 -작품의 스토리 라인 관점에서- 요점만 줄여 이야기하자면, .... 사방에서 모든 것이 잘 풀려 Pugatchéf는 패했고 이제 이 전쟁도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결혼이란 무조건 지옥으로 떨어지는 지름길이라는 Zourine의 진지한 충고조차 농담으로 받아들이며 이제 곧 부모님께 곧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기대를 하고 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수가..... 굳은 얼굴로 내 방에 들어오는 Zourine. 전군에 내려진 명령이라고, 누구든지 나 Pyotr를 발견하는 사람은 즉시 그를 체포하여 압송하라는.... 내 옆에 대기하고 있는 경기병 두 명.

 

제14장

첫 번째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내 Orenburg 부대를 허가 없이 이탈한 그 때문이리라 그 생각, 다음은 나의 Pugatchéf와 다정하게 서있는 모습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았을까 하는 그 생각. 목적지 Khasan에 도착하자 기병들은 나를 넘기고, 난 거기에서 발에 쇠사슬이 채워져 좁고 어두운 방에 갇히고.... 내 잘못한 것 없으니 내일이면 다 괜찮아지겠지....

다음날 아침에 끌려간 취조실. 넓은 방에 책상 앞에 나이 든 장군 한 명과 젊은 장교 한명, 그 옆에는 속기사 한 명. 관등성명을 묻고, 취조 시작. 그 중에 한 명은 내가 Andréj Petróvitch Grineff의 아들이 맞느냐고 묻고, 이 훌륭한 분의 아들이 이렇게 되다니..... 내 ‘여유’ 있는 모습을 냉혈한에 비유하는 그들. 젊은 취조관의 질문, 내 언제부터 Pugatchéf’의 휘하에 들어갔으며, 그를 위해 무슨 역할을 맡았었냐고. 어떻게 점령군에 마을전체가 몰살당하는데 혼자 살아남을 수가 있었냐고, 거기에다 말 한 마리에 또 반 루블까지 받아가며.....

난 내 그 눈보라 속에 그를 어떻게 만났으며, 그가 나를 어떻게 알아봤는지를 설명하고, 내 그에게서 말과 돈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내 Orenburg에서 그들에 대항해 얼마나 싸웠는지, 또 그것을 거기 사령관이 얼마나 자세히 증언해 줄 수 있는지를.... 이야기 하려는데,

내 말을 끊고 편지를 읽어주는 그. 내 희망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그 내용. 거기에 내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려다, Marya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 그녀가 여기 불려 와야 할 것 같아, 그렇게 하는 내 자신이 너무 역겨워져,

내 Pugatchéf의 스파이로 Orenburg로 보내졌고, 매일 적을 멀리까지 추격했던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그들에게 가까이 가 첩자 내용을 전해주기 위했다는 것이라는 Chvabrine(참 질긴 악연)의 진술을 인정하느냐는 물음에, 그때까지 Marya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거기에 더 덧붙일 말이 없다고 그들의 판단을 내 스스로 인정하는 쪽으로....

밖으로 끌려나온 Chvabrine과 나. 묘한 웃음을 짓는 그를 난 바라볼 마음도 없고... 그는 유유히 저쪽으로 사라지고, 난 다시 다른 방으로 끌려가 계속 취조를 받고... 그 다음 취조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이제 기억도 나지 않고.

내가 독자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는 Marya가 처음에는 그저 고아라는 처지라 환대를 받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우리 부모의 마음에 들기 시작했고, 내 어떻게 해서 Pugatchéf와 교분을 맺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자 우리 부모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로 흘려들었고....

그러다 내가 체포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모두가 공황상태에 빠졌고, 아버지는 내 하인 Savéliitch를 다그쳐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자세히 듣고....

아버지는 모스크바의 친구로부터, 아들의 범죄가 너무 확실하기 때문에 사형을 면할 수가 없었는데, 아버지의 공로를 참작하여 목숨을 살려둔 채 시베리아로 유배보내기로 결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실신할 정도로 놀라고..

 

(이제 정말, 한없이 이어지는 그 다음 이야기를 다 ‘요약’할 수도 없는 일이고..... 그저 간단히 그 진행만.)

내가 왜 자신을 방어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Marya는 Saint Petersburg로 가 여제에게 직접 탄원할 것을 결심.

Tsarskoe Selo에서 Marya는 여제에게 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어떤 귀부인을 만난다. 홀로 여행을 해 여기에 왔다는 말에 놀라는 그녀.

이 귀부인은 반역자에 대한 일로 소개할 수는 없다고 단칼에 거절하지만, Marya는 Pyotr가 반역자일 수 없다며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Marya의 이야기에 그녀가 설득이 되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여제로부터 초청을 받는다.

놀라는 Marya, 자기가 그렇게 설득시키려 애썼던 귀부인이 바로 여제 Catherine II,

나 Pyotr는 교수형에 처해지는 Pugachev를 봤고, 그는 마지막 순간 무리 속에 섞여있던 나를 발견했고, 고개 짓으로 인사를 했고.나 Pyotr는 Marya와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그런 이야기.....

 

읽고 나니, 어쩌면 큰 틀에서 볼 때, 볼테르의 ‘캉디드’ 비슷한 느낌이 든다. 어떤 ‘운명적 삶의 흐름.’ 자기 힘으로 되는 일 뭐 그런 것은 없고, 또 그렇다고 운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닌 것이, 최악의 상황 절망적 순간마다 어떤 구원의 손길이 뻗쳐오고... 그러다 결국 그냥 조용히 安着하는....

              

 

                     

 

 

  

 

 

                Alexander Sergeyevich Pushkin(1799-1837)                  Natalya Goncharova(1812-1863), Pushkin's wife.

                              10 February 1837 (aged 37)                                                                1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