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Ellery Queen의 ‘Y의 비극’

뚝틀이 2012. 12. 19. 13:30

1932년 작품. Ellery Queen은 필명(외사촌 간인 Daniel Nathan과 Frederic Dannay가 공동으로 써낸 추리소설 시리즈의 저자명)

 

뉴욕 만에 떠오른 Hatter의 시신, 갈기갈기 찢겨진 모습, 그의 주머니에서 발견되는 쪽지. “나는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자살한다.” 남아있는 여러 정황상 의혹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살로 결론.

이 사건의 수사과정 중 알려지는 Hatter의 집안 분위기, 실권자는 거대한 상속자산을 바탕으로 모든 이 위에 군림하는 Hatter부인. 남편은 숨 한 번 제대로 쉬지 못할 정도로 뒷방 실험실에서의 '취미생활'로 밀려나고 그녀의 도를 넘은 손자들에 대한 폭력은 며느리와 사투에 가까운 싸움까지 일으키고....

 

몇 달 후 이 Hatter의 집에서 일어나는 살인미수사건, 대상은 Hatter 부인의 전 남편 소생인 딸, 장님이요 귀머거리에 벙어리인 딸. 단서조차 발견 못하고 일단 미제사건으로 남겨두는 수사진. 하지만 이 수사에 도움 요청을 받고 달려온 왕년의 셰익스피어 연극배우 Drury Lane은 불길한 사건을 예감하고....

 

그 얼마 후 또 일어나는 그 장애인 딸에 대한 살인미수사건. 하지만, 이번엔 희생자가 생기는데 바로 Hatter 부인 그 노파. 살해 도구는 엉뚱하게도 만돌린. 바닥에 쏟아진 화장품가루에 찍힌 발자국, 독약이 들어있는 배, 그 과일에 독약을 주입할 때 쓴 주삿바늘 등 흔적이 남아있지만....

더 드러나는 사실. ‘온 삶을 바쳐’ 이 불쌍한 딸을 보호하려는 어머니 그 노파, 그녀에 대한 식구들의 ‘엄청난’ 증오와 반발, 무절제의 극을 달리는 자녀 또 손자들의 모습. 한마디로, ‘미친 Hatter 집안’ 분위기.

 

이번엔 며칠 지나지 않아 실험실에서의 방화사건. 사건은 점점더 미궁 속으로....

   

추리소설은 어떻게 쓸까. 작가의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과정은 대충 이런 순서 아닐까?

동기설정 - 줄거리잡기 - 상세 범행계획 수립 - ‘독자와의 두뇌싸움’을 위한 ‘페인트 모션’ 삽입 - 전체 스토리 뒤섞어가며 '진열대'에 세우기.

하나의 소설의 ‘성공’ 여부는, ‘속임수’가 얼마나 감쪽같은지, 또 ‘복선’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가있는지 거기에 달리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구성은 참 독특하다. 책 첫머리에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장면’을 집어넣고, 또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웬만한 독자’라면 '어떤 그림'을 떠올릴 수 있는 그런 단계까지 '충직하게' ‘길’을 따른다. 그러다 책 끝 무렵, 아예, ‘당신 지금 머릿속에 이런 그림 그리고 있죠?’ 하며 ‘사건진행 상세도’를 보여준다. 그것으로 마무리? 천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