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1809-1852) ‘Diary of a Madman(Записки сумасшедшего)’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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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좀 늦게 일어났다. 시계가 10시 친 것 듣고도 한참 더 잤으니 말이다. 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가긴 했는데, 사실,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 편이 더 좋았을 걸 그랬다. 우리 과장, 다리만 멋없이 긴 이 사람, 요샌 툭하면 잔소리다. “여기 봐, 이 친구야. 머리가 좀 어떻게 된 거 아냐? 왜 그리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하고 그래. 서류 요약 좀 하라 했더니, 이건 도대체 뭔 소린지 알아먹을 수가 없잖아. 그리고 최소한 제목엔 대문자를 써야지. 더구나 날짜도 안 쓰고 페이지도 안 매기고.” 난 확실히 안다. 이 사람이 날 시기하고 있다는 것을. 내가 국장님 펜 을 다듬고 있는 것에 대해 말이다. (이 당시 펜이라는 것은 아마도 우리가 옛날 영화에서 보듯 그런 깃털로 만든 것. 또 무슨 다른 적당한 단어를 찾을 수 없어 ‘director’를 그냥 편의상 ‘국장’으로, 앞의 ‘과장’ 경우도 역시 마찬가지.) 오늘 내 그 구두쇠 회계에게 가불 좀 부탁할 것, 그것만 아니었다면, 출근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리 회계와 감사. 이 사람들 도대체 뭐 하는 사람들이야. 하루 종일 앉아서 서류에 끼적거리는 것이 고작이니 말이야. 그러면서도 어떻게 그렇게 요란한 집에 살 수 있는지. 게다가 또, 그 탐스러운 밤색 말에 멋진 마차, 거기에 또 걸치고 있는 그 모피코트란...
내 근무처, 말이야 바른 말이지, 여기처럼 이렇게 깨끗한 관청 흔치 않을 거야. 책상도 가구도 다 고급이고. 또 누구나 꼭 ‘sir’를 붙이며 말을 하고. 이러니까 내 여기 있지, 아니면 벌써 사표 냈을 텐데.
문을 나서는데, 쏟아지는 비. 급히 우산 펴들고 오가는 저 사람들. 얼핏 보면 꼭 ‘치마 입은 여자들’ 뒤꽁무니 따라 다니는 그런 모습일세.
상점 앞에 멈추는 저 화려한 마차, 저건, 내 알지. 우리 국장님 마차. 보나마나 따님이 내리겠지.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그런데 어쩌지? 내 이 초라한 옷차림으로 저 화려한 차림 앞으로 가서 인사할 수도 없는 일이니. 일단 숨고 봐야지. ‘따님’께서 데리고 다니는 강아지, 물론 그 이름 내가 알고 있지. Meggy! (원본엔 Меджи, 메찌)
우산 하나 같이 받치고 내 앞을 지나가는 두 여인. 그 뒤에서 들리는 소리.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응?? 내가 취했나? 분명 이 여인들 뒤를 따르는 강아지가 Meggy에게 하는 말. “아냐, Meggy. 멍멍, 난, 멍, 아주 아팠단 말이야, 멍멍” 세상에! 강아지가 말을 하다니! 하기야, 놀랄 일은 아니지. 몇 해 전 그 무슨 신문엔가, 영국 어는 호수에서 물고기가 머리를 내밀고 무슨 이야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3년이나 연구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알아내지 못했다는 기사도 났었잖아. 그런데, 정말, 세상에! Meggy의 다음 말 좀 들어보소. “Fidel(Фиделько, 피델코이), 너한테 편지 썼는데 말이야, Polkan이 아마 전해주질 못한 모양이야.” 개가 편지를 쓴다는 이야기 내 들은 적이 없다. 누가 그런 얘기 들었다면, 거기 내 한 달 봉급을 건다.
(이런 식으로 써나가다간 결국 또 받아쓰기가 될 모양. 하지만 어쩌랴. 아까 그 ‘죽은 혼’과는 달리 여기 이 고골의 문체가 참 마음에 든다. 마치 오랜만에 투콜스키의 풍자소설을 읽고 있는 그런 느낌이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우산을 펼쳐들고 그 여인의 뒤를 따르는 나. 어디를 지나고 어디를 돌아 도달하는 그녀의 집, 아~ Sverkoff 댁.
허울 좋은 하급관리 Poprishchin(Аксентий Иванович Поприщин, 앜쎈찌 이va노vi취 뽀쁘리쉰)의 일기는 이런 식으로 시작되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10/11(수) 난 일부러 일찍 와서 국장님 펜을 손질한다. 우리 국장님 굉장한 사람인가 보다. 책장에 꽂힌 수많은 책들. 제목을 훑어보지만, 나 같은 클래스의 사람들은 도저히 알아먹지도 못할 책들이다. 게다가 더구나 저 독어 불어로 쓰인 책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난 안다. 그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그의 딸도~, 아~ 그걸 어떻게 내 입으로 이야기하나. 열두 시 반, 국장님은 아직 출근 전. 한 시 반, 국장님은 아직도. 그때, 방에 들어서는 딸. 아빠 아직 안 오셨어요? 카나리아 같은 그 목소리, 아니 카나리아 목소리. 떨어지는 그녀의 손수건. 내 빨리 주우려다 코를 다칠 뻔 했지만, 아, 그 향기, 그 촉감. 고맙다 말하는 그녀의 입술. 금방 녹아내릴 설탕처럼 촉촉한....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방에 들어서는 시종. 국장님 퇴근하셨으니 가도 된다고.(고골의 러시아 현실에 대한 실망은 유명한 이야기, 여기 이 소설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건 이 책 다음에 읽을 생각인 魯迅의 狂人日記에서도 마찬가지다. 人民을 깨우치려는 作家의 발버둥) 내 이 아부꾼들 정말 싫다. 나에게는 고개도 숙이지 않는 이 녀석들. 내 이래 뵈도 관리이고, 또 내 귀족집안 태생인데. 그래도 참는 것이 좋다며 난 모자와 코트를 집어 든다. 이 정말 한심한 녀석들, 옆에서 좀 거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저녁 때 옷 대충 챙겨 입고 국장님 댁으로 가 거기 문 앞에서 기다린다. 아주 오랫동안. ‘따님’께서 나오시는 모습 한 번 보려고. 근데, 나오질 않았다.
11/6 과장이 미쳤다. 자기 방으로 날 부르더니 또 난리다. 글쎄, 도대체 내 머릿속엔 무엇이 들었냐고, 국장 딸에 눈독을 들이는 모양인데, 마흔 넘은 내 나이 생각해봤냐고, 한 푼 없는 내 신세 생각해봤냐고, 거울 속 내 모습을 들여다보기는 했냐고.... 귀신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지? 쳇, 자기 꼴은 들여다봤나. 꼭 약병 같이 생긴 주제에 말이야. 그래, 내 나이 마흔 둘이다. 경력 쌓기에 가장 중요한 나이. 난 귀족이다. 이제 곧 높아질 거다. 당신보다 훨씬 더 높이 말이야. 돈? 글쎄, 그게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11/8 극장에 갔었다. ‘The Russian House–Fool’를 봤다. 실컷 웃었다. 또 무슨 뮤지컬 코미디도 있었다. 사기꾼 상인, 영원불멸이라 허풍떠는 아이들이, 변호사를 조롱하는 내용인데, 이런 게 어떻게 검열을 통과했는지 모르겠다. 귀족을 모욕하고, 막말 넘치고. 어쨌든 그래도 난 돈이 좀 있다면 극장에 자주 가고 싶다. 내 동료, 하류인생, 그들은 공짜표 쥐어주며 등 떠밀어야 겨우 가지만 말이다.
11/9 오늘은 8시 출근, 과장은 날 모른 척했고, 나도 모른 척. 서류를 대조하고, 4시에 퇴근. 나오다 보니 벌써 사무실은 텅 비었고 내가 마지막이더라.
11/11 오늘은 국장님 방에서 펜 24개를 다듬었다. 그리고 그 ‘따님’ 것도 4개. 궁금하다. 그런데, 국장님 머릿속엔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하다. 또 ‘따님’ 방엔 무엇이 들었는지 그것도. 아하, 아이디어가 하나있다. 강아지. 그 녀석들 지난번에 Nevski 프로젝트 뭐 그런 거 얘기했었지. 강아지들 관찰력은 굉장하다지 않던가. 얘들 사이 오간 편지를 보면 뭔가 알아낼 수 있겠지.
Meggy를 불러, 문을 닫고, 말했다. “잘 들어 얘야. 여긴 우리 둘뿐이야. 네 주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 몽땅 내게 말해줘. 내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을 테니.” 이 녀석 꼬리 움찔움찔하다가 그냥 나가버린다. 할 수 없지, 내일 Fidel에게 가서 그쪽으로 온 편지로 알아볼 수밖에.
11/12 전에 미행해 알아 둔 그 집으로 갔다. 어린 애가 문을 열고 묻는다. 무슨 일이냐고. 강아지하고 이야기할 게 있다며 안으로 들어갔다. Fidel이 짖어댄다. 말을 걸려다 하마터면 코를 물릴 뻔 했다. 그런데 옆을 보니 강아지 소쿠리가 있지 않은가. 거기를 얼른 뒤져 편지뭉치를 꺼냈다. Fidel이 내 정강이를 물어뜯었지만, 난 그냥 굿바이 하며 나왔다. 소녀는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 그게 무슨 상관이냐, 이제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됐는데. 등불이 너무 흐려 읽을 수 없다. 이제 날 밝으면 그때....
11/13 국장님 네 강아지가 이 집 강아지에게 쓴 편지, 글씨는 ‘개판’인데, 스펠링도 문법도 정확하다. 대학을 나왔다고 떠벌리는 우리 과장도 이렇게는 못 쓸 것이다. “우리 주인은 그 아빠가 Sophie(Софи)라고 부른단다. 그런데, 우리 주인님이 papa라고 부르는 그 사람은 참 이상해. ...” 이렇게 시작되는 편지의 내용. Papa는 승진 끈을 잡지 못해 안달이고, 딸 Sophie는 무도회만 쫓아다니다 새벽 환해져야 들어오곤 하고, 지금은 Teploff(이건 누구지?)(Теплов, 쩨쁠로프)에 푹 빠져 있는데, Maggy 자기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이 바람둥이 어떤 점이, 하루 종일 papa 방에 앉아 있곤 하는 그 사람(이건 또 누구지?)보다 더 나은 지. 그 사람은 하루 종일 펜이나 다듬고 있다 자기를 때릴 기회만 찾곤 하는데, 생긴 건 꼭 거북이같아, 그를 보며 우리 주인 Sophie는 웃음을 참지 못하곤 한다고.(뭐라고?! >:=() 그리고 이어디는 그 다음 편지. 바닥 청소를 담당하는 하인이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들었는데, 이제 Sophie가 Teploff와 결혼하게 되었다고. Papa는 장군이나 대령이나 시종무관에게 딸을 시집보내고 싶어 했는데, 이제 그게 잘 되어 아주 좋아한다고. 이런 제길! 이제 더 읽을 수가 없네. 난 장군보다 더 높은 사람이 돼야지. Sophie의 사랑을 얻기 위한 그 정도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나를 우러러보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12/3 시종무관이 뭐 그리 대단해. 어쩌면 난 백작이나 장군일지도 모르잖아, 하급관리 지금 내 모습은 어쩌면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것이지도 모르고. 역사책에 보면 있잖아. 한갓 평범한 시민이나 농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남작이고 또 왕이더라고. 내 근엄한 옷 걸치고 가슴에 번쩍거리는 것들 달고 나면, 국장 또 그 딸은 어떤 눈으로 날 볼까.
12/6 오전 내내 신문을 읽었다. 스페인에 왕좌가 비어있는데, 그 주인을 찾을 수 없단다. 왕이 없어 여왕을 앉힌다는데, 이게 말이 되나. 왕국에 왕이 없다니. 모르지. 어쩌면 있기는 있는데, 프랑스가 압력을 넣어 나서지 못하고 있는지.
2000년 4월 43일(1835년 소설. 하지만, 잘못 타이핑한 것이 아니다. 우리의 주인공, 이제 아주 맛이 간 모양이다.) 오늘은 승리의 날. 드디어 스페인 왕을 찾았다. 내가 바로 그 왕이다. 내 오늘 이제야 알게 되었다. 나는 왕이다. 어떻게 내 지금까지 하급관리로 날 위장할 수 있었는지 나조차도 모르겠다. 하여튼, 맨 먼저, 난 하녀에게 내 정체를 밝혔다. 바보 같은 이 여자,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표정이다. 하기야, 자기가 언제 왕을 보았었겠나. 난 그녀를 다독거렸다. 여태까지 내 구두 잘 닦지 않았던 것 그것 용서한다고. 바보 같은 여자, 내가 필립2세로 생각된 모양이다. 난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람이 다 같은 것 아니라고, 난 자비심이 많다고.
Marchember 86일, 밤과 낮 사이. 관청에서 사람을 보내왔다. 내가 3주 동안 출근을 안 했다나. 장난기가 발동해, 난 집무실로 향했다. 산더미 같이 쌓인 서류, 이 쓰레기더미. 화도 내지 않고, 그렇다고 부드럽지도 않게, 난 과장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과장, 그리고 저 친구들, 지금 앉아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게되면 땅바닥을 벌벌 기며... 요약할 서류라며 또 한 무더기가 쌓인다. 물론 난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모두가 술렁거린다. 국장이 온단다. 단추 바로 채우고 옷깃 여미며 다들 아부할 준비를 한다. 나도 일어나라고? 국장이 뭔데. 병뚜껑이야 그냥 병뚜껑. 앞에 놓인 서류에 난 점잖게 사인한다. Ferdinand Yin, 대문자로 말이다. 자, 공연히 요란 떨지 말아요, 말을 남기며 집무실을 나온다. 국장 집으로. Sophie의 방으로. 그녀가 놀라서 뒤로 물러선다. 난 내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말한다. 행복이 우리 앞에 있다고, 네가 상상하지도 못했던 그런 행복이 우리 앞에 있다고. 문학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돌려 이야기해도, 여자에 대한 진실은 하나다. 오페라글라스로 무대위 남자를 점찍듯 하지만, 사실 그들이 결혼하는 대상은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뒤에 숨어있는 악마다. 난 또 안다. 이발사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를. 그들은 사람들 혀 밑에 작은 벌레를 심어 넣는다. 그 때문에 지금 온 프랑스가 이슬람화 되는 것이다. 이 게으름뱅이 재단사들! 아직도 내 용포를 만들지 못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 하녀가 보지 못하도록 문을 닫고, 내 스스로 가위질을 해가며 내 옷을 만들었다. 하녀가 놀라서 소리쳤지만 상관없다. 이제 서서히 사람들이 내 옷에 익숙해질 테니까. 스페인 사절단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제1일. 사절단 도착이 너무 늦어진다. 무슨 일일까. 혹 프랑스에서 훼방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체국으로 가서 묻는다. 사절단 소식이 아직 없냐고. 나보고 편지 쓰겠냐고 묻는다. 편지? 그건 약방 주인들이나 쓰는 것이지.
2월 30일. 난 드디어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사절단이 오고, 마차에 올랐는데, 30분 만에 국경을 넘었다. 마중 나온 사람들이 모두 박박 머리다. 군인들인 모양이다. 수상이 나와 내 손을 잡는다. 작은 방으로 나를 밀어 넣으며 그가 말한다. 또 다시 King Ferdinand라고 하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주겠단다. 수상이 내 등을 막대기로 두 번 친다. 난 소리 지를 뻔했지만 참았다. 낡은 기사도의 관습, 이건 왕위에 오르는 사람이 겪어야하는 절차 중 하나다. 스페인은 아직 이 전통을 지킨다. 방에 혼자 있게 되자 나랏일을 생각한다. 우선 사람들을 깨우쳐야할 일은 스페인과 중국이 한 나라요 같은 나라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급한 것은 내일이면 지구가 달 위에 앉게 되는 것이다. 이건 영국의 화학자 Wellington의 예언인데, 내 걱정은, 지난 번 함부르크에서 잘못 작업해서, 달이 푸석푸석해진 바로 그 점이다. 시간이 없을 것 같아 그냥 곧바로 내 시종들에게 외쳤다. 달이 부서지지 않도록 하라고. 내 박박 머리 시종들은 영리했다. 모두가 벽을 두드리며 달을 불렀다. 그때 수상이 와서 또 막대기로 내 등을 때린다. 스페인의 이 전통의식, 참 고약하다.
1월 February 이튿날. 난 이 스페인 전통을 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다. 오늘은 다음 단계로 내 머리를 박박 밀어버린다. 그리고 거기에 찬물을 끼얹기까지. 난 중이 되기 원치 않는다고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이 없다. 미치겠다. 아니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수상이 나를 심문했다.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절차라 해도, 그래 어떻게 왕이 수상한테 심문받을 수 있단 말인가.
25일. 심문자가 내 방으로 왔다. 멀리서 그의 발소리가 들릴 때 그때 난 벌써 의자 밑으로 숨었다. 나를 보지 못하고 그가 소리 지른다. 뽀쁘리쉰 Поприщин! 난 대답 않는다. 앜쎈찌 이바노비치 너절한 하급관리 귀하신 몸! Аксентий Иванович ....noble man! 난 꼼짝 않는다. Ferdinand the Eighth, King of Spain! 이젠 대답을 해줄까 하다가 그냥 참는다. 난 안 속는다. 어제처럼 또 찬물을 내 머리에 부으려고? 그런데, 이 친구 의자 밑을 막대기로 마구 쑤셔댄다. 이놈의 저주 받을 막대기, 거 참 되게 아프다.
349년 2,3월 34일. 이제 더 견딜힘이 없다. 왜 이렇게들 날 괴롭히지?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는지, 이젠 아예 예고도 없이 찬 물을 마구 끼얹는다. 머리가 아프다. 온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나에게 말 세 필만 다오. 그래, 내 여길 떠나마. 아! 드디어 하늘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별들이 멀리서 반짝이고, 검은 나무 그 숲이 달빛 속을 달린다. 구름에선 음악이 들려오고, 한쪽으론 바다, 또 다른 한쪽으론 이탈리아다. 러시아 농가도 보이다. 저기가 우리 부모님 댁? 창에 앉아 계신 분이 나의 어머니? 어머니, 엄마, 이 불쌍한 아들 좀 구해주세요! 알제리 총독 코 밑에 사마귀가 있는 것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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