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Knut Hamsun의 ‘Hunger’

뚝틀이 2013. 3. 13. 02:40

192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크누트 함순이 1890년에 발표한 半自傳的 小說. 'Thomas Mann("도스토예프스키와 니체의 후예"), Franz Kafka, Maxim Gorky, Stefan Zweig, Henry Miller, Hermann Hesse, Ernest Hemingway("Hamsun taught me to write.")등, 이 소설의 영향을 받지 않은 작가가 한 명도 없다'고 할 정도의 문제작이었지만, 나중에, 나치에의 협조를 외친 죄로 '모든 이'의 철저히 외면을 받게 된 작가 또 그의 작품들.

                               http://www.gutenberg.org/files/8387/8387-h/8387-h.htm

                               http://archive.org/details/hunger_gw_librivox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사람의 이야기.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저 話者 ‘나’로 이야기를 들려줄 뿐.

 

직업? 글쎄, 직업이란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는 몰라도 ‘글을 쓰는’ 사람이다. 아니 ‘글을 써서 먹고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이미 신문사에 기고를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아직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대답만 듣는 상태. 그래도 이 사람에게는 그것이 ‘위안’이 된다. 아직 거절당한 것은 아니니까. 물론 다른 일자리도 구해본다. ‘빚 문제 해결 회사’에도 알아보고 소방서에도 지원을 해보지만 번번이 퇴짜만 맞는 그.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왜 저 사람들은 다 먹고 살 수 있는 일거리가 있는데 자기를 받아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왜 나를 실험도구로 삼는가, 왜 하필 나란 말인가, 하나님에 대해 불평하다가도 문뜩문뜩 떠오르는 아이디어. ‘미래세대의 범죄에 대하여?’ 3단짜리 칼럼은 될 텐데.... 아니지, 내 그따위 글이나 쓰고 있을 수야... ‘철학에서의 인식론?’ 칸트에 대해 아는 척하는 사람들 코가 납작해지게? 하지만 그의 지금 문제는 아주 직접적이다. 글을 쓸 연필이 없다는 것. 전당포에 외투를 맡길 때 그 속에 연필이.... 그리고 또 그가 나중에 편집인으로부터 듣는 이야기도 ‘좀 더 대중이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면 좋을 텐데...’하는 정중한 거절뿐이고.

 

‘자존심 강한 사람의 굶주림’ 이것이 이 소설의 주제다. 며칠 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상태의 그. 굶주림을 이기는 방법 중 하나는, 적당한 구실 붙여 생각하기. 예를 들어 집 근처의 정육점에 걸려있는 소시지들에 군침이 돌지만, 그 집 여주인의 뻐드렁니를 보면 식욕이 사라진다는 그런 식으로. 또 다른 방법은 다른 생각에 빠지기. 입고 있는 옷만으로는 너무 추워, 담요를 챙겨 밖으로 나가, 숲속으로 들어가 습기와 한기를 견디며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공원 가로등 밑에서(초를 살 돈이 없으니 집에서는 읽을 수가 없다.) 자기가 쓴 원고를 꺼내 읽어보기도 하고.... 바닷가에 앉아 하늘에 가득한 별을 보다가, 어떤 여인이 자기를 이끄는 환상에 잠기며 잠이 들었다가... 굶은 지 벌써 하루 반, 토할 것 같은 그 고통 속에서도 ‘하기야 며칠 씩 굶은 적도 있는데...’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달래며... 가난이 그렇게 부끄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자신에 대한 합리화.

The poor intelligent man is a far nicer observer than the rich intelligent man. The poor man looks about him at every step he takes, listens suspiciously to every word he hears from the people he meets, every step he takes affords in this way a task for his thoughts and feelings--an occupation. He is quick of hearing, and sensitive; he is an experienced man, his soul bears the sears of the fire....

 

그의 ‘이상한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는 경관(이 소설 속 노르웨이 경관들은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 계속 순찰을 돌며 불쌍한 사람들을 친절하게 돌봐주고...) 열쇠를 잃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는 그를 홈리스를 재워주는 곳으로 안내해주기도 하지만, 자존심에 아침식권은 차마 얻을 생각도 못하고.... 자존심에 관한 이야기는 또 있다. 이제 드디어 죽을 때가 되었는가보다. 아침, 자기도 모르게 시장으로 향하는 발길. 어지러움.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 동작이라도 조금 빨랐다면 피할 수 있었을 텐데. 달려가던 마차에 옷에 걸리고, 마차에 끌리면서 치어, 신발이 짓이겨지고 피가 흐르고. 미안해 어쩔 줄 모르는 그에게 먹을 것을 달랐다면 틀림없이 기꺼이 주었을 텐데...(그의 생각) 하지만 차마 자존심 때문에 그 말이 나오질 않고........

 

있는 것은 이미 다 처분한 상태. 마음씨 착한 그는 산책길에서 만난 노인이 우유 좀 마시고 싶다고 하자 전당포로 달려가 자기 외투를 맡기기도 하고, 또 구걸하는 거지소녀에게 자기 외투의 단추를 떼어 팔까 다시 전당포로 달려가고.... (물론 상황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그를 나타내는 장면들이지만, 어쨌든 그의 마음씨는...) 또 자기가 ‘들고 다니던’ 담요도 심지어는 안경도 어떻게 해보려하지만, 전당포 주인은 그런 낡은 것은 받을 수 없다고 하고.

 

딱딱한 이야기로만 소설을 꾸며나갈 수야 없는 일. 로맨스도 들어있다. (소설 초반에) 숲속을 무작정 걷다가, 추위를 이기려 발걸음을 더 빨리하다가, 앞에 가는 두 여자를 보고 장난기가 발동해, 그들을 앞질러서 갑자기 뒤로 돌아서서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소설 중간에) 아침에 집을 나오는데 어떤 여자가 문 앞에 서있고, 그 여자가 이미 3일전부터 그 자리에서 자기를 기다리는 것이 분명한데, 말을 걸어보고 싶지만, 혹 와인 한 잔 마시자고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에 말도 못 붙이고... (소설 마지막 부분에) 주머니에서 짤랑거리는 돈을 만지작거리며 와인 한 잔 같이 하지 않겠냐고. 생각 없다는 그녀. 그럼 내 집에라도 데려다주겠다. 같이 걸으며, 그녀의 향기 웃음 젖가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지난 번 자기가 장난쳤던 그 자매 중 동생. 다음 화요일에 다시 만나기로. (그날이 되기 전, 이미 돈은 다 떨어진 상태) 어디 적당한데 갈 곳도 없고, 이 불쌍한 옷차림의 나와 걷고 있는 당신을 사람들이 본다면... 그녀의 집으로. 주인공처럼 자기도 이름을 밝히지 않는 그녀. 그녀가 지어주는 이름, Ylajali(무슨 뜻인가 검색해보니, 작가가 이 소설에서 만든 이름. 그런데 이 소설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이런 이름의 식당이 노르웨이에 제법 많이 있는 모양) 자신의 처지를 있는 그대로 숨김없이 다 털어놓자, 갑자기 쌀쌀해진 그녀에게, 왜 가만있는 자기를 ‘건드려’ 이렇게 불쌍하게 만들었냐는 그.

 

이러다가 정말 완전히 굶어죽는 것 아닌가, 글을 쓰지 않으면 살 길이 없다는 것을 아는 그의 공포는 극을 달린다. 빨리 다음 원고를 써야하는데.... 가끔 ‘희망적’일 때도 있다. 마치 그의 내부에서 무슨 마술지팡이가 돌아가듯 한 단어에 이어 다른 단어가 떠오르고 그것들이 연결되며 문맥에 맞게 논리적으로 정돈되어... 하지만, 중요한 것은 초. 불이 있어야 뭘 쓰기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는 사람 있으면 1펜스를 빌려 초를 살 수 있을 텐데.... 카페에 들어가 두리번거려보지만 아는 사람은 없고... 다시 방으로, 너무 추워 있는 옷 다 껴입고도 견딜 수가 없어, (손가락과의 마찰열을 이용하여 손이라도 데워보려) 머리를 마구 긁어댔더니 머리카락들이 빠지며 흰 가루가 좌르륵.(비듬이라기보다는 영양실조에서 오는 살갗의 변질) 배가 너무 고파 뭐라도 씹는 느낌을 가지려 손가락 네 개를 입에 집어넣고... 손가락에서 피가... 눈물이... 어쨌든, 어쨌든, 지금은 초가 있어야할 때인데...

 

무조건 가게로 들어가고 보는 그. 다른 손님 상대하다, 그에게 물건 잔뜩 내밀어주는 점원. 난 그냥 초 하나 사러왔는데.... 어쨌든 당신이 돈을 냈잖아요, 하면서 거스름돈까지 챙겨주는 그. 이러면 안 되는데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받아 쥐게 되는 그 돈. 제일 급한 것은 당연히 허기를 끄는 것. 식당으로 달려가 음식을 시켜, 음료수는 필요 없다고, 허겁지겁, 씹지도 않고 그냥 삼키고... 밖으로 나왔지만, 하도 어지러워.... 그냥 다 토해버리고, 아까워 다시 삼키려 애써보지만 더 괴롭고 결국 완전히 다 토하고.... 그 모습 지켜보던 지나가던 사람의 말. 뜨거운 우유가 좋을 텐데.... 다음 눈에 띄는 카페에 들어가서 데운 우유를 마시지만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생각. 이건 도둑질에 다름없는데, 내 어쩌다 이런 타락의 길을.... ‘착한’ 그의 마음에 드리우는 두려움. 만약 그 이것이 발각되면? 경찰이 와서 내 손과 발에 쇠고랑을 채우지 않을까? 아니 쇠고랑까지는 아니더라도 수갑을? 그 꺼림칙함을 떨쳐버리려, 주머니에 남아있는 돈 모두 털어 불쌍한 노파에게 쥐어주고 나서야 이제 양심이 다시 깨끗해졌다고 마음이 편해지는 그. 하지만 그것으로도 풀리지 않아 결국 그 상점으로 다시 돌아가 그 점원에게 있던 일 다 이야기하고... (그런데 그 점원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작가가 보내준 ‘천사?’)

 

견딜 수 없는 배고픔. 시장에 가서. 개한테 주려는데 뼈 하나만 얻을 수 있냐고. 살점이 붙어있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남들 눈에 띄지 않는 골목, 불빛도 없는 구석에 앉아 그 고기를 갉아먹으려 해보지만, 메스꺼운 냄새가 올라와 삼킨 것까지 다시 토해낼 수밖에 없었고. ‘이건 결국 의지의 문제인데.....’ 그 뼈를 다시 핥아보지만, 결국 또 다시 토하고.... 눈물을 흘리며, 눈물범벅이 된 그 뼈를 집어던지고... ‘자신의 육체’를 향해 ‘자신의 의지’가 퍼붓기 시작하는 외침. 넌 거절했어. 내가 널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말이야.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이 고통.

 

역을 서성거리는 그를 불러 세우는 어떤 사람, 예전에 전당포에서 봤던 사람. 작은 금화를 내밀며.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라고.... 이렇게 거금을? 놀란 가슴에 미처 감사하다는 말도 못하고... ‘마음을 잡고’ 글을 써보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피폐해진 상태. 거듭되는 돈 독촉. 이제 이 극본 ‘The Sign of the Cross’만 완성되면 원고료가 들어와.... 결국 있던 방을 비워주고 주인 내외와 아이들이 있는 그 방, 방바닥에서 지내며... 그래도 뭔가 써보려 하지만.... 결국 길거리로 쫓겨나는 그. 자기가 머무르던 방을 차지하고 거드름을 피우던 사람이 선원이라는데 착안해, 부둣가로 가는 그. 마침 러시아 깃발을 달고 스페인의 까디스Cadiz(스페인 남단에 있는 이 아담한 도시를 간 적이 있었다. ‘그 양반’에게 이곳을 추천하기도 했었고.)로 향하는 화물선. 무슨 일이든지 시켜만 달라고 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