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Raymond Chandler의 'The Big Sleep'

뚝틀이 2013. 4. 2. 18:15

검색엔진을 두드리다, 캐나다 판 구텐베르크(미국 구텐베르크와는 상관없는 독립적인 곳인가?)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이 책.

내용은 둘째 치고 그 시원시원한 문체로 내 기억에 남아있는 소설 'The Long Goodbye'의 저자 Raymond Chandler의 작품이다.

내친김에 이 작가에 대해 찾아보니 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원래부터 문학을 한 사람이 아니라 석유회사의 임원으로 있었는데, 대공황 때 해고되어, 44살의 나이에 문학의 길에 들어선 사람인데, 이 'The Big Sleep'이 사립탐정 Philip Marlowe를 주인공으로 한 그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그가 51살 때이니, ‘만학도’에 해당한다고나 할까? 전에 읽었던 ‘The Long Goodbye’는 65세 때의 작품이고.

                        http://gutenberg.ca/ebooks/chandlerr-bigsleep/chandlerr-bigsleep-00-h.html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Sternwood장군의 저택에 초대받은 사립탐정 Philip Marlowe. ‘위선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삐딱한 시각으로 묘사해나가는 작가의 문체, 정말 시원시원하다. Sternwood mansion에 들어서서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나타난 그의 딸 Carmen., 그녀의 첫 마디 “Tall, aren't you?"에 "I didn't mean to be."라는 그의 대답. 새로운 주인공의 외모와 성격을 나타나는 단적인 대화요, “She lowered her lashes until they almost cuddled her cheeks and slowly raised them again, like a theatre curtain. I was to get to know that trick. That was supposed to make me roll over on my back with all four paws in the air.” 이야기 전개 스타일을 예고하는 문장이다.

 

의뢰자 Sternwood의 고민은 그의 작은 딸 Carmen과 관련된 Geiger라는 사람으로부터의 협박.(blackmailing을 우리말로 뭣이라 해야 할지...) 그렇지 않아도 큰 딸 Vivian의 남편 Rusty Regan의 실종사건과 관련되어 Joe Brody에게 돈을 뜯긴 것도 마음에 걸리는데.... 老장군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오는 그에게 꼬치꼬치 캐묻는 큰 딸 Vivian. 혹 자기 남편 Regan을 찾아달라는 부탁은 아닌지. 한편으로는 건방지기 짝이 없고, 한편으로는 은근히 교태를 부리는 그녀에게 내뱉는 Marlowe의 반응, “I don't mind your showing me your legs. They're very swell legs and it's a pleasure to make their acquaintance. I don't mind if you don't like my manners. They're pretty bad. I grieve over them during the long winter nights.” 어쨌든 당신 남편 찾아달라는 그런 부탁은 받지 않았다고.

 

우선 그 협박범 Geiger의 신상부터 알아보는 Marlowe. 그가 경영한다는 古書店에 가보지만, 그는 없고 대신 Agnes라는 여인만 그 자리에.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이 고서점이라는 것은 단지 위장일 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그는 Geiger의 집을 찾아 근처에 잠복하는데... 안에서 들려오는 총성, 급히 도망가는 한 사람. 안에 들어가 보니, “Neither of the two people in the room paid any attention to the way I came in, although only one of them was dead.”(좀 어색하지만, 그래도 작가의 전형적 어투.) 살아있는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마약에 취해 옷이 벗겨진 Carmen Sternwood, 죽은 사람은 Geiger. 원판은 이미 사라진 상태. 다음 날 경찰에서 듣는 소식, Sternwood의 자동차가 부둣가에서 발견되었는데 기사는 자살인지 타살인지...

 

다음 날 그 고서점에 다시 갔다 거기서 실려 나오는 물건들을 옮기는 차를 따라가, 지난 번 Sternwood에게서 돈을 뜯어낸 Joe Brody가 이 짐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Marlowe.

탐정의 사무실을 찾아와 전하는 Vivian의 말, 동생 Carmen이 그 나체사진으로 협박을 받고 있다고, 도와달라고. 그녀로부터 듣는 또 하나의 사실, 실종된 자기 남편 Rusty가 도박장을 운영하는 Eddie Mars의 부인 Mona와 함께 도망갔다고.

Marlowe는 다시 Geiger의 집을 찾아가고 거기서 Carmen을 만나고, 이어 Eddie Mars를 만나고... 이번에는 Brody의 집을 찾아갔다가 거기에서 Agnes를 만나고....

 

Marlowe가 알아내는 사실, Geiger가 Carmen을 협박하고 있었는데 Sternwood 집 기사(그는 Carmen을 짝사랑하고 있었음)가 Geiger를 죽이고 그 필름을 찾아 가는 것을 Brody가 따라가 부둣가에서 그를 죽이고 그 필름을 다시 빼앗아갔다는 것. 거기까지 털어놓는 순간 이번엔 갑자기 침입한 괴한에게 Brody가 살해당하고....(이야기가 쓸데없이 복잡해진다. 이쯤 되면 읽는 흥미는 급격히 떨어지기 마련. 나중에 이 저자 Raymond Chandler에 관한 글을 다시 읽다보니, 그의 장편소설들은 그 전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짜깁기해서 쓰곤 했다고. cannibalizing previously written short stories.)

 

Sternwood로부터 이제 수사를 중단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Marlowe. 하지만, 그는 아직 본능적으로 Regan의 행방을 궁금해 하는데, 그의 눈에 들어오는 이상한 모습, Eddie Mars와 Vivian의 관계가.... Marlowe에게 유혹의 신호를 보내는 Vivian, 하지만 단호히 뿌리치는 그.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이번엔 그의 침대엔 Carmen이 누워있고.... 그녀의 유혹 역시 단호히 뿌리치는 그.(이쯤 되면 무슨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감이 잡히게 마련.)

 

Marlowe에게 들어오는 제보, Mona Mars가 있는 곳. 하지만, 그곳에 잠입하다 덫에 걸려 타이어가 펑크 나고.. 결투 끝에 포박당하고... 현장에 있던 Agnes의 도움으로 (그들의 자동차를 탄 척 하며, 그곳으로 사격을 유도하는 등.... 제법 서스펜스가 넘치는 장면 끝에) 그곳을 빠져나와...

제목 Big Sleep의 의미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잠'에 들어있다는 것이고, 역시 사건의 실상은... (스포일러가 되기에 여기에 밝힐 수는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