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카렌 암스트롱의 ‘이슬람’

뚝틀이 2013. 4. 7. 20:43

그동안 내 이슬람에 관해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 더 마음에 드는 Karen Armstrong의 ‘Islam: A Short History’. 아니 어쩌면, 그 동안의 책들을 통해 얻은 ‘사전지식’이 없었다면 이 ‘깊이 있고 조리 잡힌’ 내용의 책이 너무 자세하다 느껴져 질려버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깊이와 조리란 단어를 쓴 것은 저자의 서술방식이 마음이 들어서이다. 어떤 것도 그냥 그 자체로 툭 던져놓는 법이 없다. 앞 뒤 정황과 바탕에 깔린 인과관계에 대한 설명이 꼭 따른다. 일종의 분석보고서 분위기까지 느껴질 정도다.

 

이야기는 당연히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Muhammad, ʿAbd Allāh ibn ʿAbd al-Muṭṭalib ibn Hāshim, محمد بن عبد الله بن عبد المطلب‎ 570 – 632)와 그의 가족이 메디나로 이주한 ‘헤지라’(622)로부터 시작된다. 이슬람 세력이 ‘어째서’ 초기에 그렇게 강한 힘으로 세력을 펼쳐나갈 수 있었는지, 왜 이슬람이 ‘정치’와 떼어내 생각하기 힘든 종교인지, 무슬림 또 칼리프의 ‘이상적’인 모습 또 타종교와의 차이점은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시아파니 수니파 또 수피즘이니 하는 겉으로 드러난 이유 밑에 깔린 ‘아랍 민족’ 사이의 갈등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지, 종교의 허울을 쓴 또 ‘교리논쟁’의 형태를 띤 세력그룹간의 분쟁은 어떤 형태로 진행되었는지, 농경민과 유목민 사회에서의 정치적 특성을 어떻게 이해해야하느지,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의 괴리의 실상은 어떤지.... 무굴과 오스만 제국 또 이슬람 황금기를 넘어선 후 서구열강의 이해관계에 따른....

다른 책들과는 다른 깊이에서의 설명들이 이어진다.

 

사실 이쪽 계통의 책을 잡곤 하는 것은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호기심 때문보다는 오히려 ‘나의 세계사 지식’에서의 빈 큰 구멍인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역사에 대한 궁금증이라는 요인이 더 크다. 알고 있는 것이 고작 ‘비잔틴 문화’나 ‘십자군 이야기’에서의 ‘변죽만 울리는’ 간접지식뿐이니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그런 관점에서도 이번에 이 책을 손에 잡은 것은 큰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