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hann Wolfgang von Goethe(1749–1832), 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 1774
괴테가 24세 때 자기가 연모하던 Charlotte Buff에 대한 감정을 담아 쓴 작품인데,
노년엔 이 사실에 대해 아주 부끄러워해, 이 작품이 언급되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고 합니다.
이 소설은 베르테르Werther가 친구에게 쓴 편지 형태로 시작됩니다.
*****
난 우울한 도시생활을 떨쳐버리고 목가적 풍경을 찾아 이곳 시골마을로 내려왔어.
얼핏 보기엔 이곳 농부들 또 마을모습이 좀 달라 보이기는 해.
그래도 자세히 보면 또 거기가 거기인 것 같기도 하고.
인간이란 존재는 어디나 마찬가지 아닐까?
Es ist ein einförmiges Ding um das Menschengeschlecht.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다 쓰다가,
Die meisten verarbeiten den größten Teil der Zeit, um zu leben, und das bißchen,
조금이라도 자유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마음이 불안해져,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쓰곤 한단 말이야.
das ihnen von Freiheit übrig bleibt, ängstigt sie so, daß sie alle Mittel aufsuchen, um es los zu werden.
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인가!
O Bestimmung des Menschen!
*****
V라는 젊은이를 만났어. 그리스어도 하는 사람이야. 그런데 어찌나 잘난 체 하는지, 정말 못 봐주겠어.
또 한 사람을 만났어. 점잖은 분이지. 부인 사별 후, 아이 아홉을 키우는데, 자기의 ‘작은 왕국’이래.
첫째가 딸이라며 한 번 놀러오라는데, 한 시간 반이나 걸리는 곳이라 난 그냥 대답을 얼버무렸어.
*****
발하임Wahlheim에 갔었어. 여기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이지.
린덴나무Lindenbaum(불교의 보리수와는 다른 보리수)도 있는 마을인데,
식당 분위기도 좋고, 모르는 아주머니가 친절하게 말동무도 해주고,
유부녀와 사랑에 빠진 총각도 와서 자기 얘기 늘어놓고∙∙∙∙∙∙∙
아주 마음에 드는 곳이야.
*****
너 믿을 수 있겠어? 나, 오늘, 드디어 천사를 발견했어! 휴~. 내 사랑을 말이야!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해줄게.
내 전에 얘기했지? 어떤 점잖은 분이 자기 집 아니 자기 작은 왕국에 놀러오라 했다고?
그런데, 여태까지 그걸 내가 늦추었었단 말이야. 이 보물이 숨겨져 있는 곳을.
오늘 무도회에 가기로 했는데, 친구들이 나에게 누구를 모셔오라고 그러더군.
여자는 나보고 “참 좋겠다.” 하고, 남자는 “사랑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라고 하더라고.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이미 임자가 있는 몸이래.
어쨌든, 그 집으로 들어갔지.
중키에 흰옷을 입은 예쁜 소녀 주위를 두 살부터 열한 살 아이들이 빙 둘러싸고 있는 거야. 여덟 명이!
아이들이 귀여운 손을 내밀고 있다가, 이 소녀가 차례로 빵을 나눠주니까,
한 아이 한 아이가 “고마워Danke!"하며 무릎을 살짝 굽히곤 하는 거야.
그 모습 상상할 수 있겠어?
그녀의 이름은 롯테Lotte야.
나를 동생들에게 인사시키는데, 그녀의 검은 눈, 튕겨질 것 같은 입술, 생생한 뺨, 그 목소리∙∙∙∙∙∙∙
난 그저 놀란 숨 돌이키고∙∙∙∙∙∙∙
(구구절절 끝없이 이어지는∙∙∙∙∙∙∙ 이것이 ‘몇 마디로 줄여야하는 이 줄거리 작업’의 불행이죠!)
무도장에 도착했지.
우린 길게 늘어서서 미뉴에트로 시작했어.
그녀가 춤추는 모습, 이건 정말 영혼의 춤이었어.
난 두 번째 콘트레 춤을 요청했고, 그녀는 세 번째도 응했고∙∙∙∙∙∙∙ 그리고 왈츠∙∙∙∙∙∙∙ 내가 이런 싹싹한 사람을 품에 안고 돌다니!
(끝없이 이어지는 무도회의 모습....)
난 살아있는 게 아니었어!
롯테에게 물었지, 알베르트Albert가 누구냐고.
그녀가 좀 망설이다가 대답하더군. 자기가 어찌 거짓말을 하겠냐고. 멋진 남자라고. 약혼자라고.
사실 내 이미 여기 오기 전 아까 그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참 이상하지? 꼭 처음 듣는 이야기 같은 거야!
뭔가 잘못되어있어!
내가 바로잡아야할 일이 생긴 거야!
갑자기 하늘에서 번개가 치기 시작하고,
천둥소리에 때문에 음악이 들리지도 않게 되었고,
여자들이 방으로 하나씩 물러가자 남자들이 따라가기 시작했지.
집에 가겠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비가 얼마나 억세게 쏟아지던지, 그 집 주인이 방 하나를 내줬어.
우린 거기 빙 둘러 서서 놀이를 했지. (빙 둘러 숫자 대며 틀리면 어쩌고 하며 웃고 떠들고 하는데, 아주 긴 묘사.)
우리 둘이 창가로 갔어. 함께 창밖을 내다봤어.
상큼한 땅 냄새, 또 눅눅하게 올라오는 따뜻한 공기∙∙∙∙∙∙∙
그녀가 창틀에 팔꿈치 고이고 있다가 나를 보는데 눈이 눈물에 푹 젖어있는 거야.
그녀가 자기 손을 내 손 위에 올려놓더니 ‘클롭스톡Klopstock!’ 하는 거야.
이상하지? 바로 그 순간 나도 그 시인의 詩를 생각하고 있었거든.
격정을 이길 수가 없었어. 그녀의 눈물 밑에 입을 맞췄지.
그리고 그녀의 눈을 다시 올려다봤어.
*****
참 그날 무도회 후 어떻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해야겠구나.
그녀가 물었어. 또 만날 수 있냐고.
난 대답했지. 너의 눈이 이렇게 열려있다면 언제나.
그녀가 거기에 대해 대답했어. 위험하지만 않다면 언제나.
그 이후론 난 낮이 어떻게 가는지 밤이 어떻게 가는지 그런 것 전혀 몰라.
그냥 그녀만 보고 싶을 뿐이야.
*****
난 잠깐만 그녀 얼굴을 보아도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 같아.
그저께는 그녀의 동생들이 아파서 의사가 왔는데, 이 사람은 사람도 아니더라.
내가 아이들하고 놀아주고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버릇없는 아이들을 내가 완전히 버려놓고 있다나.
*****
그 후 베르테르는 윤리적 판단이니 체면이니 그런 사치스런 생각 다 접어두고, 저돌적으로 롯테에게 접근합니다.
(당시 독일 문단을 휩쓸었던 질풍노도Sturm und Drang의 전형적 스타일. 쉴러의 '군도'도 이런 스타일)
결국, 둘 사이의 애틋한 감정이 살아나기 시작합니다.
*****
아냐. 난 날 속이지 않아!
Nein, ich betrüge mich nicht!
난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서 읽어. 그녀가 나와 같이 있음을. 내 운명을.
Ich lese in ihren schwarzen Augen wahre Teilnehmung an mir und meinem Schicksal.
그래 난 느껴. 그 점에 관해선 내 마음을 믿어.
Ja ich fühle, und darin darf ich meinem Herzen trauen, daß sie
--오, 하늘이시여 제가 이 말을 입 밖으로 꺼내도 되나요?--
--o darf ich, kann ich den Himmel in diesen Worten aussprechen?--
그녀가 나를 사랑하고 있음을!
daß sie mich liebt!
*****
(편지 형태로는 줄거리 너무 산만하게 정리돼, 이하에서는 서술형을 곁들입니다.)
도시에 사업차 나가있던 롯테의 약혼자 알베르트가 돌아오자 베르테르는 실의에 빠지고,
이제 플라톤적인 사랑의 삼각관계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롯테에 대한 감정을 덮어두고 그 약혼자와 친분을 맺습니다.
어느 날 이 두 남자가 ‘남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린다는 것’ 또 ‘자살이라는 것’에 관한 격한 논쟁을 벌이는데,
베르테르는, 틀에 박힌 생각의 이 사람은 롯테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합니다.
*****
베르테르는 롯테의 그림을 그리면서 그녀에 대한 그리움을 달랩니다.
*****
베르테르의 생일날, 롯테가 호머의 책을 선물합니다.
베르테르는 그 선물을 묶은 옅은 붉은 색 리본을 사랑의 징표로 해석하고, 다시 그녀에 대한 열정에 사로잡힙니다.
*****
하지만,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차라리 거리를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롯테와 알베르트에게 작별을 고하고 고향마을 근처로 떠납니다.
*****
한동안 B양 Fräulein von B과 가깝게 지내지만, 아니, 지내보려 애쓰지만, 그의 머릿속은 온통 롯테 생각뿐입니다.
(김양, 이양을 지금은 das Fräulein이라고 中性으로 쓰는데, 당시에는 die Fräulein 女性으로 쓴 모양.)
그가 계속 혼잣말로, 마치 얼굴을 마주 대하고 있는 사람에게 하듯, 롯테에게 이야기합니다.
*****
친구야. 이곳에서의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어.
윗사람이라는 이유로 아랫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오히려 더 혹사시키며 착취하는 그들의 탐욕이,
진심 본심 다 숨기고 에티켓만 우선시하는 사람들 사이의 위선적 관계가,
거기에 또, 사람들의 속 좁음이,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아이덴티티 없이 언제나 아웃사이더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정말, 정말 견디기 힘들어!
*****
롯테와 알베르트의 결혼소식!
*****
알베르트, 나를 속여서 고마워.
Ich danke dir, Albert, daß du mich betrogen hast:
너희들이 언제 결혼하는지 그 소식을 기다렸거든.
ich wartete auf Nachricht, wann euer Hochzeitstag sein würde, und hatte mir vorgenommen,
그땐, 내가 그린 롯테의 그림을 벽에서 엄숙하게 떼어내, 다른 종이더미 밑에 묻으려 생각하고 있었거든.
feierlichst an demselben Lottens Schattenriß von der Wand zu nehmen und ihn unter andere Papiere zu begraben.
이제 너희는 한 쌍이 되었어. 그런데, 너희 그림은 아직 여기 있고, 그대로 있을 거야! 왜 그렇지 않겠어.?
Nun seid ihr ein Paar, und ihr Bild ist noch hier! Nun, so soll es bleiben! Und warum nicht?난 알아. 난 너희와 같이 있다고! 전혀 상처 받지 않고 롯테의 가슴 속에 있다고!
Ich weiß, ich bin ja auch bei euch, bin dir unbeschadet in Lottens Herzen, habe,
나라는 존재가 있는 두 번째 자리가 거기야. 난 거기에 있을 것이고, 또 거기 있어야만해!
ja ich habe den zweiten Platz darin und will und muß ihn behalten.
*****
믿었던 사람에게서까지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베르테르는, 다시 그곳을 떠나,
이제는 순례자의 심정으로 롯테가 있는 발하임으로 돌아옵니다.
정든 그곳 나무, 마을모습, 마을사람들.
이어지는 회상 또 회상(길고도 긴 글).
그가 마을사람들에게는 사실 왜 떠났었는지 이야기하지 않으려 했지만,
뭐 꼭 그럴 필요도 없는 것 같아, 그냥 적당히 둘러댑니다.
입대하러 갔었는데, 이유도 모른 채 거절당했다고요.
*****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나의 마음속엔 하나의 생각뿐,
‘롯테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그냥 그것뿐이야.
난 그녀의 남자.
--Ich--ihr Mann!
오, 날 만드시고 내게 영혼을 불어넣어주신 하나님이시여.
O Gott, der du mich machtest, wenn du mir diese Seligkeit bereitet hättest, 제가 살아있는 동안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뿐입니다. 저는 조르지 않겠어요.
mein ganzes Leben sollte ein anhaltendes Gebet sein. Ich will nicht rechten,
제가 눈물을 흘리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이루어질 수 없는 소원을 비는 것을 용서해주세요. 그녀는 제 아내가 되어야합니다.
und verzeihe mir diese Tränen, verzeihe mir meine vergeblichen Wünsche!--Sie meine Frau!
오, 하나님이시여. 태양아래 가장 예쁜 그녀를 제 품에 안을 수만 있다면∙∙∙∙∙∙∙ !
Wenn ich das liebste Geschöpf unter der Sonne in meine Arme geschlossen hätte--
*****
오늘, 마을에서, 어느 부인의 울부짖더라.
“제 남편이 죽었어요. 스위스에서 돌아오다 열병에 걸려서요. 남겨놓는 것 하나 없이∙∙∙∙∙∙∙”
내 그분에게 무슨 위로의 말을 할 수 있겠니.
그런데, 그 다음에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
‘손바닥 한 번 뒤집으면 세상이 바뀌듯∙∙∙∙∙∙∙ 아침에 일어나보니 세상이 바뀌어있다면?
그저 한 순간 만이라도 알베르트가 죽는다면?’
*****
내가 왜 이런 일에 끼어들어야 하는지∙∙∙∙∙∙∙
어떤 젊은 친구가 내게 고백했어. 어떤 과부를 사랑한다고.
처음에는 몰랐는데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잠을 잘 수도 없었다고.
어느 날 육적인 정욕 그런 건 없었는데, 전혀 없었는데, 단지 사랑하면 좋겠다, 결혼하면 좋겠다고 그랬는데,
그녀의 오빠가 재혼은 절대불가라 하고, 결국, 그녀의 오빠와 싸움까지 벌이고∙∙∙∙∙∙∙
그런데, 그 젊은 친구는 그녀의 하인이었어.
내가 이런 얘기를 왜 하는지, 내 마음을 알겠어?
*****
오늘 그녀를 만났어.
손에 키스를 했지. 그 기쁨이란.
그녀에게 카나리아가 있더군. 입에 빵을 물고 있으면 와서 쪼아 먹어.
그녀가 나에게도 한 번 해보라더군. 그 새가 내 입으로 날아와서 빵을 먹더라고.
난 말했지. 사랑이 없는 키스라고. 먹을 것만 원하는 그런 것이라고.
그러면 안 되는데∙∙∙∙∙∙∙,
내 상상력을 자극하면 안 되는데∙∙∙∙∙∙∙,
내 잠자던 심장을 깨우면 안 되는데∙∙∙∙∙∙∙,
가만있어. 왜 안 되지? 그녀가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아는데?
*****
끝없이 이어지는, 머릿속에서 돌아가는 온갖 그림,
그녀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대한 되씹음, (벌써 몇 페이지인가....)
소원.
*****
오랜만에 그녀와 단 둘이 있게 되었어.
그녀의 눈을 볼 필요도 없었어. 그녀의 마음을 볼 수 있으니까.
그녀는 나를 피해 피아노로 갔어. 그 입술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소리.
난 머릿속으로 수천 번 상상했어. 그녀의 목에 키스를 해주리라고. 아니 입술에. 하늘의 혼이 서려있는 그 입술에.
오, 하늘이시여. 내 이런 죄스러운 생각까지 하다니!
*****
점심 때 물가로 갔지.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어서, 그냥 나도 모르게 거기로 갔는데, 어떤 사람이 있었어.
바위틈 속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기에 내가 물었지, 무엇을 찾느냐고.
꽃을 찾는다는 거야.
세상에! 이 추운 겨울에!
자기 부인한테 갖다줘야한대.
부인은 보석도 있고 값진 것 다 있지만, 꽃이 없대.
그의 부인이 나타나더군.
“여보, 어디 있어? 점심 먹어야지.”
“언제부터 저래요?”
내가 물으니, “쉿!” 하며 이야기 하더군. 반 년 되었다고. ‘높은 집’에 있다가 나왔다고.
그래도 다행이래. 딴 곳에 가면 또 사고를 쳤을 텐데. 이곳에 저렇게 하고 있는 게 그나마 다행이래.
하지만 자기는 십자가를 지고 있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그 다음에도 계속되는 이야기 또 아까 그 이야기, 이런 식의 ‘직접 관련’되지 않는 이야기가 길게 나오곤 하는 것은
삶의 모습 그 ‘전체그림’은 잊지 않고 있다는 작가의 균형의식을 나타내려는 의도이리라. 그런데 너무 길다. 지루하다.)
그런데, 이 사람이 누구인줄 알아?
바로 롯테의 아버지 밑에서 일하던 사람이야. 거기에서 잘리자 이렇게 돌아버린 거야.
*****
이젠 더 못 참겠어. 못 견디겠어.
오늘도 마찬가지였어.
그녀는 피아노를 치고,
그녀의 동생은 내 무릎에 앉아 장난감을 닦고∙∙∙∙∙∙∙
그런데 내 눈에 그녀 손의 결혼반지가 들어오는 거야. 눈물이 흐르더군.
그녀가 노래를 하는데, 지나간 시간들 그 추억들이 갑자기 나를 엄습하는 거야. 심장이 멎을 것 같았어.
난 갑자기 그녀에게 소리를 질렀지.
“그만, 이제 그만해요!”
그녀가 웃으면서 말하더군.
“아프군요. 좋아하던 것까지 싫어지다니 많이 아프군요.
쉬세요. 돌아가서 쉬세요.”
*****
깨어있을 때도 꿈에도, 그녀는 언제나 내 앞에 있어.
반신반인이라는 그 존재, 지금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
*****
(이제부터는 ‘편집자의 말’입니다. 그가 여러 사람에게서 들은 내용을 ‘독자에게’ 전하는 형태로 진행됩니다.)
베르테르의 정신은 이제 황폐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의 맑은 정신은 이제 뒤죽박죽이고, 분노와 회한 속에서 괴로워한다.
주위사람들로부터 전해 듣는 바에 의하면 이 부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베르테르를 잘 대해줬다고 한다.
베르테르는 부부사이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넘겨짚었고, 그 ‘고귀한’ 부인의 가치를 모르는 알베르트를 원망했다.
*****
농부 한 명이 살해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베르테르가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있어 그리로 달려갔더니,
아니나 다를까 붙잡혀오는 범인은 그가 전에 이야기를 나누었던 적이 있는 그 부인의 하인이었다.
그 하인은 계속 외쳐댔다.
“아무도 그녀를 못 가져! 그녀도 누구도 못 가져!”
*****
베르테르가 그의 변론에 나섰는데,
알베르트는 베르테르의 반대편에서 강력히 주장했다. 그가 처벌되어야 한다고.
다들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베르테르가 왜 같이 오지 않지?”
하며 롯테가 계속 두리번거리자, 그것이 마음에 걸린 알베르트가 말했다.
“사고방식이 건전치 못한 그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
그가 멀리 떠나버려 다시라곤 우리 집에 안 왔으면 좋겠어.”
롯테는 못들은 척 계속 두리번거렸다.
*****
(이제 이야기가 다시 일기 편지 형태로 진행되지만, 우선 잠깐 서술형으로∙∙∙∙∙∙∙)
베르테르는 자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범인을 구하지 못한 것에 자책하는데,
사람들은 그자가 마귀에 씌었었다고 하면서, 그 마귀 씌운 자를 옹호한 베르테르를 이상한 눈으로 보기 시작하고∙∙∙∙∙∙∙
*****
어제 저녁, 난 봤지.
갑자기 해빙解氷된 물이 둑을 넘어서 마을을 덮치는 것을.
달밤에 그 물이 바위를 넘어서 온 밭을 덮치는 것을.
요란한 바람!
강바닥을 들어 올리던 그 힘이여!
아, 내 얼마동안 바랬던가, 하늘이 찢어지고 모든 것이 둘러엎어지기를!
나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어!
Ich erschrecke vor mir selbst!
그녀에 대한 내 사랑이 가장 숭고하고 고결하고 형제애답고 그렇지 않았던가?
Ist nicht meine Liebe zu ihr die heiligste, reinste, brüderlichste Liebe?
내 언제 내 마음 속으로 그런 벌 받을 소원을 가진 적이 있었나?
Habe ich jemals einen strafbaren Wunsch in meiner Seele gefühlt?
난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이 눈물!
--Ich will nicht beteuern--und nun, Träume!
사람들이 모든 것이 뒤엎어진 이 난장판을 무슨 신비한 힘의 작용으로 느끼다니∙∙∙∙∙∙∙
O wie wahr fühlten die Menschen, die so widersprechende Wirkungen fremden Mächten zuschrieben!
롯테! 롯테! 난 이제 끝났어!
Lotte! Lotte!--Und mit mir ist es aus!
*****
(이제부터는 어떤 때는 베르테르, 어떤 때는 편집자가 화자話者입니다.)
베르테르가 이 세상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은 바로 이 일 이후인 듯합니다.
여기저기 흩어놓은 쪽지들에 자신과의 싸움 그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친구야. 네 편지 고마웠다.
너희들한테 와있으라고 생각해주는 그 생각도 고맙고,
또 여기까지 와서 날 데려가겠다고 하는 그 마음도 고마웠어.
그런데, 다 좋은데, 보름만 기다려줘. 내가 어떤 편지를 기다리고 있거든.
참 엄마한테 전해줘, 날 위해 기도해달라고.
이 시기에 롯테의 영혼 속에 그녀의 남편에 대해 또 불행한 그녀의 친구에 대해 무슨 생각이 오갔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해 보입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베르테르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
그런데 왜 남편에게 그렇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는지 그 점에 대해서는 추측만 있을 뿐입니다.
아마도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을 것이라고.
*****
베르테르가 롯테의 집으로 찾아가니, 마침 그녀가 동생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말합니다.
“크리스마스 때 오세요. 그 전에는 오지 말고요.”
“오지 말라고요? 그날 난 오지 않을 건데.”
“왜죠?”
“난 이제 더 이상 오지 않을 것에요.”
롯테에게 불길한 예감이 스쳐갑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은 마세요. 당신의 현명함, 당신의 재능은∙∙∙∙∙∙∙”
베르테르가 이를 악물고 있는데, 롯테가 계속합니다.
“자 생각해봐요. 왜 꼭 나죠?
왜 이미 다른 사람에 속해있어 불가능한 나를 원하죠? 현명한 분이?”
“방금 ‘현명’이라 그랬어요? 그 단어를 누가 썼죠? 알베르트가요?”
“아녜요. 베르테르. 자, 생각해봐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소녀가 이 하늘 아래 한 명도 없단 말인가요? 그게 말이 되요?”
마침 그때 알베르트가 돌아오고, 분위기가 냉랭해집니다.
*****
롯테, 난 죽기로 결심했어.
낭만적 표현을 쓸 마음도 없고,
이 편지를 받게 되는 그땐 이미 난 관속에 들어가 있을 거야.
이렇게 시작되는 길고 긴 편지,
하지만 이런 편지는 그 성격상 요약을 할 수도 없고..... 감정적 요소를 뺀 ‘경과’만 뽑는다면,
베르테르는 크리스마스이브 자정에, 책상에 앉아, 알베르트에게서 빌린 총으로 자기 머리를 쏘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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