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형제들’ (제1부~제3부)

뚝틀이 2015. 11. 16. 05:27

Fyodor Mikhailovich Dostoyevsky, The Brothers Karamazov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Братья Карамазовы, 1880

 

 

제1부 집안 내력

 

13년 전 비극적으로 생을 마친 표도르 빠블로비치 까라마조프Фёдор Павлович Карамазов. 그는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딱 잘라 말하자면 비열하고 악하고 어리석은 인간, 원래는 남의 테이블 기웃거리며 광대역할이나 하는 밑바닥 인생이었습니다.

그런 그에게서 어떻게 사후에 12만 루블이나 되는 거금이 남아있을 수 있었죠? 그 이야기는 이렇게 됩니다.

 

그에게 첫 희생물로 걸려든 여자는 아델라이다Аделаида였습니다.

그녀가 어쩌다 이런 인간에게 걸려들게 되었는지는 정말 모를 일, 하긴 세상에 로맨스란 탈을 쓴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나요.

결혼 직후 그녀 지참금으로부터 2만5천 루블을 긁어낸 그는 결국 그녀 부모가 마련해준 집도 자기 명의로 바꾸는데 성공했습니다.

‘완력’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녀도 이 ‘추접스런 충돌’을 견딜 수 없어 하다,

젊은 대학생과 도피 행각을 벌이다, 삐체르부르크Петербург(Petersburg)에서 죽었는데,

인플루엔자로 죽었다, 굶어 죽었다, 이런저런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진실은 아무도 모릅니다.

부인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이 인간이, 비통하게 울어댔다고도 하고, '난 이제 자유다.' 외쳤다고도 있는데,

그 진실 역시 아무도 모릅니다.

 

엄마가 도망가면서 내팽개친 세 살 아들이 있었는데 드미트리Дмитрий입니다.

이 미쨔Митя(드미트리의 애칭), 엄마의 가족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할머니는 중병,

이모들은 다 결혼해 밖으로 나가, 어쩔 수 없이 표도르의 충복 그리고리이Григорий가 별채에서 이 아이를 1년 동안 키웠죠.

아델라이다의 사촌 오빠 뾰뜨르 알렉산드로비치 미우소프Пётр Александрович Миусов가 그 소식을 듣고 달려와,

자기가 미쨔의 교육을 맡겠다고 하는데, ‘아버지’라는 이 인간은 자기에게 아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뾰뜨르가 파리로 떠나면서 드미트리를 다른 사촌에게 넘기고, 또 넘기고, 여러 손을 거치다보니,

이 불쌍한 아이는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그는 ‘다행히’ 장교로 임관될 수 있었지만, ‘불행히도’ 거기서 싸우다 강등되고 쫓겨났습니다.

 

도박으로 돈을 다 날린 미쨔가 ‘이상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엄마가 자기 몫으로 남긴 유산을 아버지가 관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당장 아버지에게 달려가 손을 벌려보지만, 단 한 푼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이 나중에 이렇게 전해집니다. '경망스럽고, 광폭하고, 참을성 없고, 방탕한' 존재.

이 인간 표도르. 비록 술에 절어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지만, 재산에 관해서만큼은 인면수심에 안면몰수 악착같아서,

'돈 모으기'란 관점에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한 사람입니다.

 

미쨔가 다른 집으로 간지 1년 후, 아버지 표도르는 소피야 이바노브나Софья Ивановна와 결혼했습니다.

소피야는 원래 고아였는데, 어느 장군의 미망인이 데려다 키웠고,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그녀가 소녀를 너무 가혹하게 다뤘다는 것.

표도르가 ‘면도날로 가슴을 도려내는 듯 순진한 눈빛’에 반해 청혼했지만, 뒷조사로 그의 인간성을 알아본 미망인은 거절했습니다.

이 ‘짐승’은 첫 번째 결혼 때와 마찬가지로, 소녀에게 양모 몰래 함께 도망가자고 유혹했고,

양모의 ‘학대’를 벗어나는 것이 소원이었던 열여섯 소녀는 무조건 그를 따라나섰습니다.

하지만, ‘청혼 때’와 ‘결혼 후’의 변화는 누구도 모르는 일, 표도르는 그녀를 ‘도망 나온 여자’라며 학대했고,

심지어는 그녀의 코앞에서 다른 여자와 음탕한 짓을 벌이기까지 하곤 했습니다. 이런 괴로운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어요.

소피야는 결국 ‘귀신에 씌워진’ 모습으로 살다 갔습니다.

그녀가 남긴 두 아들이 있었으니 이반Иван과 알렉세이Алексей.

엄마가 떠나던 때 알료샤Алёша(알렉세이의 애칭)는 겨우 4살이었습니다.

이 ‘미친 여자’의 이 두 아들 역시 아버지의 생각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들 역시 하인 그리고리이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소피야가 죽은 지 4개월 후, 수양딸을 도둑맞은 지 8년 후, 장군의 미망인이 여기를 찾아왔습니다.

그녀는 일단 표도르에게 따귀 한대 올린 후,

세수도 않고 옷도 엉망인 아이들을 보자, 그리고리이에게도 주먹을 날리고, 아이들을 보따리에 싸듯 안고 데려왔습니다.

 

그녀가 죽으며,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각 1천 루블 씩 유산을 남겼는데,

다행히 그녀의 아들 예핌Ефим Петрович이 훌륭한 성품이라, 자기 돈까지 들여가며 이 두 아이를 학교에 보냈습니다.

이반은 대학생 때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했습니다.

그중에는 ‘목격자’라는 현장보도를 쓰는 일도 있었는데, 독특한 시각과 날카로운 분석으로 이 보도는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의 문재文才에 관한 일화 하나, 한 번은 그가 교파간의 분쟁에 대해 글을 썼는데, 그 ‘훌륭한’ 내용을 양쪽에서 다 칭찬했지만,

나중에 ‘현명한’ 사람이 분석해보니, 사실은 교파 양쪽을 다 조롱하는 글이라는 것이 밝혀졌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의 이름이 이반 표도로비치 까라마조프Иван Фёдорович Карамазов(러시아 이름은 가운데가 부칭)

악명 높은 표도르Фёдор의 아들로 밝혀졌을 때 사람들은 더욱 놀랐죠.

 

예핌이 죽자, 알료샤는 학교를 포기하고, 수도원에 일 년 있다가, 아버지의 집으로 들어왔습니다.

그의 성품이 얼마나 ‘인간적’이었던지, ‘비인간’의 표본인 아버지조차, 1천 루블이라는 거금을 수도원에 희사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알료샤가 신앙의 길을 택했던 것은 ‘고통 받는 엄마의 얼굴’ 네 살 때의 그 기억을 지울 수 없어,

어떻게든 ‘인간의 사악함’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몸부림에서 나온 것,

아니, 어쩌면, 그냥 천성적으로도 그랬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아무리 모욕을 당해도 온화하게 상대방을 대했는데, 가식적 행동을 할 수 없는 나이였던 어렸을 적부터 그랬으니까요.

아버지가 시내 곳곳에 술집을 열고, 집에서도 추악한 놀이를 멈출 줄 모를 때도 그는 경멸은커녕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알료샤가 다시 수도원으로 들어가기 전, 어머니 소피야의 무덤을 찾고 싶었지만, 아버지는 거기 한 번도 가본 적도 없어,

그 동안 자비로 그 묘지를 가꿔왔던 하인 그리고리이의 안내로 다녀왔습니다.

집을 나서는 알료샤에게, 이 아버지라는 사람, 그답지 않게 슬퍼하면서, 수도원엔 사기꾼들이 많으니 조심하라고 합니다.

(이때 알료샤의 나이는 20, 이반은 24, 미쨔는 27)

 

알료샤가 연약한 모습의 이상주의자로 생각되세요? 천만에. 그는 혈색 좋고,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입니다.

알료샤가 존경하며 따르는 인물은 장로 조시마Зосима, 상대방이 입을 열지 않아도 그의 비밀과 소원을 알아낸다는 인물입니다.

이제 아버지와 장남 사이의 재산분쟁은, 아델라이다의 사촌 미우소프의 건의에 따라, 조시마에 의해 조정되기로 되었습니다.

 

 

제2부 건질 것 없는 회동

 

회동약속은 미사가 끝난 후 11시 반으로 정해졌지만, 밖에서 기다리는 단계부터 표도르와 미우소프 사이의 신경전이 시작됩니다.

표도르는 장로 조시마 앞에서 자기 사업을 망친 이야기로부터, 말도 안 되는 성자의 일화를 꺼내며 ‘광대놀이’를 펼치다가,

죄 사함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묻습니다.

물론 장로는 그런 그의 행동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답합니다.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또 주위의 사람들의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를 구별할 수 없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자신도 남도 존경할 수 없게 되어, 그에게서는 사랑이 사라지고, 결국 동물적 상태로 전락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도 표도르의 ‘광대놀음’은 계속, ‘성인의 삶’이라는 책에, 목 잘린 성자가 그 잘린 목을 들고 걸었다는데 사실일 수 있느냐 묻습니다.

장로는 그건 사실이 아니라 하고, 옆에 있던 수도사가 참다못해 그 책 어디에 그런 이야기가 어디 있느냐 묻자,

표도르는, 자기는 읽은 적은 없고, 바로 여기 이 사람 미우소프로부터 들었을 뿐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지금까지의 횡설수설이 다 치밀하게 계산된 의도적 연출이었다는 이야기죠.

 

혹흘라코프Хохлаков 부인이 조시마 장로에게 묻습니다.

이 부인은 알료샤가 어렸을 때 그의 보호자로서 키워주었던 사람입니다.

아들이 시베리아로 갔는데, 벌써 몇 년 동안 편지 한 장 없으니, 이제 죽은 것으로 생각해야하느냐고요.

장로의 조언, 좀 참고 기다세요.

 

장로가 자리를 비운지 25분. 아직도 드미트리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알로샤는 장로의 탈진상태 그 위험성을 잘 알고 있는데, 그 증세가 보입니다.

이 자리에서는 재판에는 교회도 참여해야한다느니, 그것보다는 양심이 더 상위개념이라느니,

또, '크리스천 사회주의자'가 '무신론자 사회주의자'보다 더 무섭다느니, 이런저런 열띤 이야기가 한참 오가다,

오늘의 '이해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아 회동을 포기하려하는데, 그제야 비로소 드미트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연락을 잘못 받았다고요.

 

장로는 이제 광대놀음 그만하고 요점을 이야기하라고 하고,

미쨔는 자기 아버지가 실러 극본의 도적(Friedrich Schiller, Die Räuber)보다 더 한 인간이라고 하자,

표도르가 갑자기 소리 높여 외치기 시작합니다. 그 동안 아들이 가져간 돈이 얼마인지 다 장부에 적혀있다고.

방탕한 저 인간이 결혼약속까지 깨고 다른 여자에게 추파를 보내고 있는데, 거기에 돈이 필요해, 나를 이렇게 못 살게 굴고 있는 것이라고요.

아들도 소리를 높입니다.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위선자’여, 제발 그녀의 이름을 욕되게 하지 말라고.

아버지가 어머니의 유산, 자기 몫을 주지 않아 차용증 써주고 돈을 빌렸는데,

이제 둘이 짜고 자기를 감옥에 집어넣으려 한다고요.

 

조시마 장로가 조용히 일어나, 드미트리 앞으로 가 바닥에 엎드려 이마를 바닥에 몇 번 찍고, 밖으로 나갑니다.

알료샤의 부축을 받아 방으로 돌아온 조시마, 힘들게 숨 쉬면서, 반짝이는 눈으로, 알료샤를 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윽고 입을 엽니다.

“내겐 이제 며칠이 아니라 몇 시간만 남았을 뿐이다. 넌 여기 있지 말고 오늘 중으로 돌아가거라.

 네가 필요한 곳은 그곳이다. 형한테로 가거라. 두 형 모두에게로. ”

알료샤는 아까 장로가 형 앞에 무릎을 꿇은 뜻을 묻고 싶었지만, 그냥 나옵니다.

 

생각에 잠겨있는 알료샤에게 ‘마을의 소문 꾼’ 라키친Ракитин이 다가옵니다.

“너의 집안에는 호색한의 피가 흐르고 있어.

 드미트리가 그루솅까Грушенька때문에 약혼자를 버린 것은 사실인데, 

 더 근본문제는 네 아버지가 그루솅까를 놓고 미쨔와 경쟁 중이라는 것이지.

 그런데 이번엔 이반이 그 버려진 약혼자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참, 또 있어. 그루솅까는 너를 유혹하려고 하고 있지.”

더 이상 들을 수 없어, 알료샤가 “그 그루솅까가 네 친척이라며?” 묻자, 라키친이 입을 다물고 돌아섭니다.

일행은 이어 수도원장이 주최하는 만찬자리에 참석합니다.

변죽만 울리던 이야기가, 화살이 표도르를 향해가면서, 점점 더 직설적 화법으로 바뀌어갑니다.

참다못한 표도르는 험한 말들로 수도원사람들을 모욕하고, 알료샤에게 ‘당장 짐 몽땅 싸들고’ 돌아오라고 외칩니다.

 

 

제3부 육욕에 사로잡힌 인간들

 

까라마조프의 집, 회색 벽에 빨간 지붕. 방도 많고, 상자도 많고, 쥐도 많아, 표도르는 외롭지 않습니다.

그의 음식조리는 대개 별채에서 하는데, 거기에 사는 사람은 셋,

하인 그리고리이Григорий, 그의 부인 마르파Марфа, 그리고 한 젊은이 스메르쟈코프Смердяков.

이 그리고리이는 성격이 올곧습니다. ‘위기의 순간’ 때마다 표도르를 구해주곤 충복입니다.

‘영혼이 목에서 요동치는’ 것을 또 느끼는 요즘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어느 날 저녁 마구간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리고리이가 그곳으로 가보니 몸을 얼어붙게 만드는 광경이.....

냄새덩어리 리자볘따Лизавета Смердящая’가 갓난아이를 안고 죽어갑니다. 리자볘따는 벙어리요 백치입니다.

사람들이 불쌍한 그녀에게 옷과 신발을 사주면 교회 앞에 벗어놓은 후 다시 낡은 마직포를 걸치고 다니고,

사람들이 과자를 주면 첫 번째 만나는 사람에게 다 주어버립니다.

그녀의 성품을 아는 마을 사람들이 다 그녀를 좋아하고, 고급 가게에 그녀가 들어서도 아무도 경계 않습니다.

그런 그녀가 아이를 배었는데, 표도르가 그 사악한 범인이라는 소문이 퍼졌습니다.

그런데, 그녀가 여기 들어와 아이를 낳고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부부는 천사가 자기들에게 보내준 선물이라며 아이를 정성껏 키웠습니다.

표도르는 이 아이에게 리자볘따의 별명 ‘냄새덩어리Смердящая’를 따, 스메르쟈코프Смердяков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혹흘라코프Хохлаков 부인이 알료샤에게 편지를 보내 왔습니다.

드미트리가 차버린 까쪠리나 이바노프나Катерина Ивановна가 기다리고 있으니 가서 꼭 만나보라는 내용입니다.

편지를 받아든 알료샤가 망설입니다. 장로의 말대로 당장 아버지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어쩌지?

 

그가 남의 담을 넘고 정원을 가로지르고 하는 ‘지름길’로 그녀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중간에 버려져있는 ‘여름별장’을 지나는데, 미쨔가 뛰어오를 듯 반깁니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어. 땅 위의 천사 네게 모든 것 털어놓고 싶구나.”

알료샤는 까쪠리나가 기다리고 있으니, 짧게 이야기하라 해보지만, 미쨔는 그럴 마음 전혀 없어 보입니다.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형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알료샤가 자리에 앉습니다.

“우리 까라마조프 가족은 모두 벌레야! 천사 같은 네 몸 어디인가에도 벌레의 피가 흐르고 있어!

 내가 수천 루블을 여자를 유혹하는데 써버렸다고? 그건 사실이 아냐.

 난 남들과 다른 점이 있어. 난 언제나 좁고 어두운 길을 좋아해. 거기에 모험도 있고 보석도 있거든.

 왜 얼굴을 붉히지? 내 이야기가 지나쳐서? 듣기가 역겨워서?”

알료샤가 대답합니다.

“그런 게 아니야. 나도 형과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네가? 천만에! 과장이 좀 심하구나.”

“아냐, 형은 사다리 저 위에 있고, 난 그 사다리 밑에 있을 뿐이야. 누구나 처음엔 다 마찬가지 아냐?”

“그래? 하긴 그루솅까가 널 삼켜버리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기는 있지. 이제 내 이야기 끊지 말고 그냥 들어.”

 

계속되는 이야기를 추리면 ‘대충’ 이렇습니다.

“내가 대위로 있을 때 이야기야. 돈을 잘 풀어서 그렇기도 했겠지만, 어쨌든 난 주위에서 좀 인기가 있는 편이었지.

 그런데 내 상관인 중령은 나를 싫어했어. 그에게 아가피야Агафья란 딸이 있었지. 구혼자가 둘이나 있었는데도 나를 좋아했어.

 그에겐 딸이 또 하나 있었어. 까쪠리나Катерина야. 그녀가 나타났을 때는 온 도시가 들썩거렸지.

 모두가 그녀 주위를 맴도는데, 난 근처에도 가지 않았어.

 좋은 교육을 받고 또 똑똑한 그녀에게, 무식한 내가 상대가 되겠어? 그런 여자는 내 ‘복수’의 대상이야.

 어쩌다 난 그 대령이 공금 4천5백 루블을 날린 것을 알게 되었고, 아가피야에게 말했지. 까쪠리나가 ‘내게 온다면’ 그 금액을 빌려주겠다고.

 언니는 나보고 짐승 같은 놈이라고 마구 욕을 퍼부어댔어.

 그런데 결국 공금횡령 사실이 드러나 사정이 급해지자, 까쪠리나가 나에게 온 거야. ‘기회’가 온 거지.

 하지만, 난 그 미모와 위엄에 마음이 변했어. 5천 루블을 그냥 그녀의 손에 쥐어줬어. 그녀가 내 발밑에 절을 하고 떠났지.

 여기까지는 말하자면 ‘도입부’였어. 맞아. 그냥 ‘드라마’였지. 비극은 바로 여기 이 마을에서 일어났어. ”

 

“중령이 ‘한 푼 건드리지 않고’ 돈을 내놓자, 사람들이 모두 놀라고, 그는 불명예 퇴직을 면했지. 하지만, 며칠 앓다가 그냥 죽었어.

 장례 후, 딸들이 모스크바로 돌아갔는데, 무슨 동화에나 나올 법하게,

 어머니 쪽 친척인 어떤 장군 부인이 까쪠리나를 자신의 유산수혜자로 지정하고, 우선 결혼자금으로 보태라고 8천 루블을 건네주었고,

 그들은 그 돈으로 즉시 나에게 돈을 갚았고, 그 며칠 후, 편지를 보내왔어.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합니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아도 남편이 되어달라고,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어떤 일도 방해하지 않고,

 ‘당신으로부터 당신을 구해내는’일을 돕겠다고.

 나는 ‘당신과 같은 사람과의 결혼을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라는 답장을 이반에게 들려 보냈는데, 이반이 그녀에게 빠져버린 거야.

 그런데, 문제는 그녀가 이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모스크바를 방문했는데,

 그 장군부인의 나를 마음에 들어 해, 그 자리에서 약혼이 이루어졌고.....”

 

 

미쨔가 탄식합니다. “현명한 이반 대신에, 비열한 인간 중에도 가장 비열한 인간인 나를 택하다니!”

“그래도 그녀가 사랑한다면 결혼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그녀는 나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야.

 ‘악인을 수렁에서 구해내느라 자신을 희생하는 미덕’ 그것을 사랑할 뿐이야.

 사랑에 빠진다고 곧 사랑은 아니지. 사랑과 증오는 동시에 가능하거든.”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일어났던 것입니다.

드미트리가 그루솅까에 빠져, 그녀와의 여행에서 몇 천 루블을 탕진했는데,

그 돈은 까쪠리나가 언니에게 보내달라고 부탁한 걸 가로챈 것이었고, 이제 ‘아무도 몰래’ 그 돈을 돌려달라는 편지를 받은 것이죠.

 

미쨔가 알료샤에게 부탁하는 것은 두 가지입니다.

아버지로부터 3천 루블을 받아내, 까쪠리나에게 전해주고, 또, 까쪠리나에게 약혼도 없었던 것으로 해달라는 말도 전하라는 것.

아버지가 그 돈을 줄 리가 없지 않느냐는 알료샤에게 미쨔가 말합니다.

“무일푼 아버지가 어머니 돈을 빼앗아 이렇게 부자가 되었으니, 거기엔 내 몫도 있는 것 아냐?

 난 또 알고 있어. 아버지가 스메르쟈코프를 시켜 그루솅까에게 연락했고, 그녀에게 쥐어줄 돈을 테이블 위에 놓아두었다는 것을.

 그래서, 그루솅까가 그 돈을 받아 갈까봐, 여기 지켜서서 보고 있는 거야.

 그녀를 보게 되면 말릴 것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살인이 일어날 수밖에 없어.”

“그녀를? ”

“천만에, 내가 어떻게 그루솅까를 죽일 수야 있겠니? 아버지를 죽인다는 말이지.”

 

알료샤가 집에 도착하니, 떠들썩한 분위기, 스메르쟈코프가 무슨 말을 한 모양인데, 그게 재미있어 웃고들 있는 중입니다.

그리고리이에게는 스메르쟈코프라는 이 인물, 불만의 대상입니다.

자기를 키워준데 대해 한 번도 ‘감사’의 표현을 한 적이 없고, 이상하게 모든 것을 의심하는 성격입니다.

어렸을 적 창세기를 배워줄 때도 왜 태양과 달이 생기기 전에 빛이 생겼냐고 물어 포기했고,

다른 책을 보여주면 거짓말로 가득해 읽지 못하겠다고 해 포기했고,

언제부터인가 빵도 포크에 찍어 들여다본 후에야 입에 집어넣을 정도였답니다.

표도르가 그 말을 듣고, 그를 모스크바로 보내 요리를 배우게 했고, 이제는 이 집의 요리담당입니다.

한 번은 표도르가 술에 취해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다음 날 아침 그 잃어버렸던 300루블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기에 알아보니, 그가 밖에서 주워 거기에 놓아두었던 것입니다. 그 일로 표도르는 그를 절대적으로 신임해, 잠 들 때에도 자기 옆 소파에서 자도록 허용했다고 합니다.

그런 그에게 불행이 있다면, 그것은 그가 어렸을 적부터 앓아온 간질병!

 

표도르가 취기가 올라 하인들을 모두 쫓아내고, 두 아들에게 스메르쟈코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습니다.

적어도 그는 집안 추한 꼴을 밖에 나가 떠벌리지 않고, 생선스프를 잘 만든다고요.

그가 이반에게 또 알료샤에게 묻습니다. “신은 있는가? 영혼불멸을 믿는가?”

이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미친 여자 소피야’를 괴롭히던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알료샤가 참지 못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자, 어쩌면 쟤는 저렇게 자기 엄마와 똑 같으냐고 아버지가 조롱하고,

그런 아버지를 이반이 알료샤의 어머니는 바로 자기 엄마이기도 하다며 증오에 찬 눈으로 노려봅니다.

 

그때 미쨔가 튀어 들어오더니, ‘그 여자’가 여기 들어왔다며 이 방 저 방 뒤지기 시작합니다.

밖에서 저지하지 못한 그리고리이와 스메르쟈코프가 따라 들어와 막아서자, 미쨔가 그리고리이를 때려눕히고,

아버지가 막아서자, 그도 때려 쓰러뜨립니다.

이번엔 알료샤가 그에게 정말로 그루솅까가 여기에 없다고 하자, 까쪠리나에게 오늘 이 모습도 전해주라 하고 나갑니다.

그리고리이는 표도르를 일으켜 침대에 눕히며, 내가 어렸을 때 목욕시키곤 했었는데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 분해하고,

이반은 ‘자기 아버지에게도 저렇게 한 사람인데 뭘.’ 하며, 머리가 너무 아파 좀 식혀야겠다고 나갑니다.

알료샤는 이 집안이 어떻게 될 것인지 앞이 캄캄해, 오늘은 수도원에 가서 자겠다고 말합니다.

아버지는 그러라면서 내일은 꼭 할 이야기가 있으니 다시 와 달라고 합니다.

정원에서 만난 이반이 내뱉는 말, “독사는 독사를 먹지. 둘 다에게 좋은 일이야!”

 

알료샤가 까쪠리나의 집에 들어서자, 안에 있던 사람들이 분주하게 자리를 옮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방해가 되는 존재로구나 그렇게 생각하는데, 까쪠리나가 나와서 반갑게 맞아줍니다.

드미트리의 부탁대로 좀 전에 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옆방에서 그루솅까가 나타납니다.

이 여자, 잘생긴 것 전혀 없는 이 여자 때문에 이런 풍파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그녀의 눈빛에서, 또 밀로의 비너스를 닮은 그녀의 몸매와 움직임에서 어떤 느낌이 옵니다.

 

까쪠리나의 말합니다.

“그루솅까 이 사람을 오래 전부터 만나고 싶었는데, 오늘 직접 여기로 찾아왔어.

 이 ‘천사’가 원래 사랑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이제 그에게 돌아가려 한대.

 방금, 외로웠을 때 위로가 되어줬던 ‘침대에 누워있는 늙은이’에게,

 그 동안 자기를 상대해줬던 ‘장사꾼의 아들’을 이제 잊겠다. 그렇게 말해주고 왔대.”

까쪠리나가 연신 그루솅까의 손에 입을 맞추는데, 그루솅까가 말을 막습니다.

“내가 언제 그런 약속을 했지? 당신이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느라, 내게는 말할 기회도 없었잖아?”

까쪠리나의 얼굴이 하얘지고, 그루솅까의 조롱이 이어집니다.

“당신은 내 손에 여러 번 키스를 했지만, 난 당신 손에 단 한 번도 그러지 않았어!

 이 이야기를 들으면 드미트리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상상할 수 있겠어?”

까쪠리나가 얼굴의 모든 근육을 떨며 외칩니다. “몸 파는 계집!”

그녀를 후려치려는 손을 알료샤가 막습니다.

그루솅까가 콧노래 흥얼거리며 집을 나서다, 알료샤에게 말합니다. “나한테 한 번 들려. 재밌을 거야!”

 

알료샤가 수도원으로 향합니다. 몇 걸음 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밤입니다.

“목숨이 아깝거든 돈을 내놔라!” 어둠 속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옵니다.

“아버지를 피투성이로 만들고도 어떻게 이런 장난을 칠 수 있지?”

알료샤가 방금 있었던 일을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들려줍니다.

그가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온몸을 흔들어댑니다.

“까쪠리나가 그루솅까의 손에 키스했다고? 천만에! 그건 까쪠리나가 자기의 소망에 키스한 것뿐이야!”

떠나려던 그가 발걸음을 다시 돌려 다가옵니다.

“나를 위해 기도하지는 말아줘. 난 어둠의 자식이야. 파괴자야.”

 

장로 조시마의 병이 깊어집니다.

알료샤가 자기 방으로 돌아와 기도하던 중 주머니 속의 쪽지가 만져집니다. 아까 혹흘라코프의 딸 리제Lise가 넣어준 것입니다.

“더 이상 감정을 숨길 수 없어 고백한다. 어렸을 적 같이 자랄 때부터 사랑했다.

 때때로 사람들 앞에서 너를 비웃는 듯 건방진 태도를 보였지만, 사실은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너를 사랑한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