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들어가기 전)

뚝틀이 2015. 12. 26. 04:59

'차라투스트라'를 정리하기 전, 예전에 올렸던 글을 이곳에 옮겨온다.

 

공룡능선 타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난 왜 이렇게 듣기만 하는 입장이지?’ 하는 생각도 드는 법.

사실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Also sprach Zarathustra : Ein Buch für Alle und Keinen’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 : Ein Buch für freie Geister’

이 두 권을 Gutenberg Project에서 다운받아 놓은 지는 이미 오래 전.

하지만, 아무리 이번에는 정말로 읽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아이패드를 펴들어도

워낙 상징적 문체와 은유적 표현으로 가득한 이 책에 질려, 중간에 포기하기를 몇 번씩이나.

결국, 순서를 바꾸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쪽을 먼저 읽어보기로 하는데,

짧은 문장 경구형식으로 가득한 이 책은 차라투스트라와는 대조적으로,

표현이 거칠고 더 직설적, 위트도 듬뿍, ‘장난기’조차 느껴진다.

이 책에서 좀 용기를 얻었다고나 할까 아니면 니체와 좀 친해졌다고나 할까,

어느 날 다시 차라투스트라를 꺼내들고 ‘그저 우연히 장난삼아’ 큰 소리로 읽어본다.

그런데, 세상에! 이건 철학책도 아니요 산문집도 아니요, 그저 노래집이요 판소리 그런 느낌이다.

오래 전의 독일어, 분명 오늘날의 독일어와는 철자법도 어순도 많이 다른데, 오히려 자음의 강약(h 삽입 또는 겹자음)에 길고 짧은 모음이 리듬 치는 '노래 같은 시'에 다름 아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 깊은 뜻이 쉽게 잡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수없이 들어보지 않았던가.

더구나 이진우 교수가 쓴 니체의 발자취를 따른 여행기(여기)까지 읽었으니 말이다.

그러자 재미있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의 말이, 그의 표현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느껴지기 시작한 것.

마치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비록 그 속에 숨어있는 깊은 뜻을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이미 대충 알고 있는 줄거리에 ‘재미있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손자’처럼 말이다.

때로는 그리스 철학자의 사상을 때로는 성경의 산상수훈 내용을 셰익스피어 식으로 패러디한다는 착각까지 느낀다.

이제 공룡능선은 남의 얘기로만 듣던 그런 곳이 아니다. 바로 내 즐겁게 움직이는 발밑에 놓인....

 

이 책의 핵심개념은 당연히 그런 Übermensch.

하지만, 이 위버멘쉬가 정확히 어떤 존재를 의미하는지 그 구체적 정의는 끝까지 나오지 않는다.

분명한 것은 이 위버멘쉬가 신을 대치하는 초월적 존재는 아니라는 것. 그렇다고 해서 흔히 번역되듯 초인超人도 아니다.

이것은 ‘군중’이 자신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을 괴로워하는 그의 심적 갈등 묘사 장면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개인의 안락과 행복만을 추구하며 그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는 ‘마지막 인간’ 그 다음 단계의, 인간성의 고양이라는 당위적 연장선상에서의 속성을 갖는 그런 존재란 느낌을 문맥으로부터 얻을 수 있을 뿐이다.

 

객관적 진실objektive Wahrheit이란 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자들이 그 ‘틀 잡힌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받드는 이론일 뿐이다.

몸을 튼튼히 가꾸고, 내면으로부터의 ‘의지’의 소리를 듣고, 권력을 추구하는 의지Willen zur Macht,를 키워라.

‘노예근성’을 벗어나 자신을 찾아라. 국가란 개인을 ‘전쟁의 도구나 노예’로 삼는 존재일 뿐이다.

신은 죽었다. 육신이 타락의 근원이라는 것은 헛소리다. 이성理性은 인간의 강한 무기다.

내세來世 그런 것은 없다. 죽음은 영원회귀ewige Wiederkunft의 한 단계일 뿐이다.

아! 인간들이여, 왜 이 차라투스트라의 외침에 귀 기울이고 따르지 않는가!

 

‘강한 주장’을 펼친 니체였지만 사실 그는 ‘강한 존재’와는 거리가 멀었다.

원래 그는 고전철학을 전공했고, 24살에 바젤Basel 대학 사상 최연소 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10년 후 그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 그 후 10년간 만성적 편두통과 위장장애를 벗어나려,

스위스 이탈리아 독일 등의 ‘공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전지요양에 애썼는데, 이 시기에 그의 작품세계가 이루어졌다.

44살 때 완전한 정신분열증, 그 후 10년간, 처음에는 어머니의 나중에는 누이동생의 보살핌을 받다가 죽었다.

 

오직 ‘진실’을 들려주려 했던 그가 받은 대접은

그저 맹랑한 소리나 읊어대는 허무주의자요 이단자요 미친 사람 고작 그 정도였다.

더구나 그의 사후死後, 열렬한 나치주의자였던 누이Elisabeth Förster-Nietzsche가 그의 작품을 자기 ‘입맛에 맞도록 편집’해,

한동안 그는 민족주의Nazism와 전쟁을 부추겼던 사람으로 오해되고, 오늘날에도 그런 비난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그가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생각에 극구 반대했던 것이 그 꼬투리다.

하지만, 그런 비난과 평가가 무슨 소용이랴.

책이란 그저 생각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 읽는 것일 뿐인데.

 

 

우선, 리햐르트 슈트라우스가 '차라투스트라'의 몇 부분을 교향시로 만든 곡을 감상해본다.

'빛을 그리는 화가'라는 별명의 영국 화가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여기)의 그림을 곁들여서.

 

 

1. Einleitung, Sonnenaufgang (Introduction, Sunrise)

        차라투스트라가 산으로 들어가, 10년 동안 지내다, 이제 자신의 넘치는 지혜를 나누어 주려 내려온다면서....

2. Von den Hinterweltlern (Of Those in Backwaters)

        신이니 내세니 하는 말들을 하면서 육을 경멸하라고 가르치는 사람들에게 강하게 반박하면서.....

3. Von der großen Sehnsucht (Of the Great Longing)

        차투가 그의 (擬人化된) 영혼에게 말을 걸며, 영혼 쪽이 오히려 자기에게 감사해야.....

4. Von den Freuden und Leidenschaften (Of Joys and Passions)

        내적고통을 겪는 것이야말로 덕의 근간.

5. Das Grablied (The Song of the Grave)

        어린 시절 품었던 이상이 죽어버린 이제, 바로 '자신의 의지' 그 힘으로 그 동안 잃었던 것을 극복하고, 다시 앞으로....

6. Von der Wissenschaft (Of Science and Learning)

        학문의 동기는 공포가 아니었고, 학문은 용기의 산물.

7. Der Genesende (The Convalescent)

        영원회귀, 차라투스트라는 '자연'과 대화할 수 있게 되었고...

8. Das Tanzlied (The Dance Song)

        '지혜'와 '삶'을 의인화해, 차라투스트라가 그들과 나누는 대화.

9. Nachtwandlerlied (Song of the Night Wanderer)

        기쁨이란 것이 그를 동반하는 슬픔과 고통 없이 영원하기를 바랄 수 없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