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순박한 마음’

뚝틀이 2016. 1. 5. 01:08

Gustave Flaubert(1821-1880), Un coeur simple 1877

     (이 작품을 쓸 당시 플로베르, 주식시장에서 큰돈을 벌어,

      시중에 풀려나간 보바리 부인을 몽땅 다 다시 사들여,

       보바리 부인의 작가라는 수치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했답니다.)

 

 

펠리시테Felicité, 이 여인,

뽕레베끄Pont-l'Évèque의 부인들에게는 반세기 만에 하나 나올까말까 하는 하녀입니다.

1년에 단돈 100프랑으로, 빨래에 다림질에 옷 수선에, 말에 닭까지 돌보며, 버터까지 만들고,

집안 궂은 일 다 해가며, 요리까지도 하고, 주인이 무뚝뚝한 그 만큼이나, 주인에게 충직합니다.

                                                          faithful to her mistress, unamiable as the latter was.

 

오방Aubain부인은 용모가 반반한 젊은이와 결혼했지만 그가 두 아이와 빚만 잔뜩 남기고 죽었습니다.

그녀가 가진 모든 것 다 팔고 남은 것은 뚜케Toucques와 제포스Geffosses의 농장뿐.

이제, 그녀가 쌍멜렌느Saint Melaine의 집을 떠나, 시장 뒤 강 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집으로 이사합니다.

    (플로베르의 묘사는 정밀사진을 보여주듯, 집, 방, 책장, 테이블, 하나하나 끝없이 그려주며∙∙∙∙∙∙∙)

슬레이트 지붕에, 내부도 울퉁불퉁 사람이 넘어지기 일쑤,

부인은 응접실, 안락의자에 하루 종일 앉아 있고∙∙∙∙∙∙∙.

낡아 빠진 이 집에서 냄새가 난다면,

그건 밖이 아니라 지하실에서∙∙∙∙∙∙∙.

    (이번엔 사람 묘사, 분위기 묘사, 그 또 역시∙∙∙∙∙∙∙)

 

펠리시테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미사에 다녀온 후, 조금도 틈을 내지 않고 밤이 될 때까지 일합니다.

저녁이 끝나면 설거지에 문단속을 단단히 하고, 묵주를 손에 곱게 든 채로 불 꺼진 난로 앞에서 잠이 듭니다.

그녀가 다루는 반짝반짝하는 놋그릇을 보며, 다른 하인들은 부러워하고 절망합니다.

그녀의 철저함과 청결함,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아끼는 데는 또 어떻고요.

자기가 먹을 빵은 5kg짜리로 구워, 부스러기 하나 남기지 않고 3주 동안 먹습니다.

검소한 옷차림, 가냘픈 얼굴, 째질 듯 날카로운 목소리, 나이는 25일 때 40처럼 보였고,

50이 넘어서도 역시 40 모습, 꼿꼿한 자세로 서서 태엽 감긴 목각인형처럼 일을 합니다.

                                           like a woman made of wood, and going by clockwork.

 

그런데 어떻게 펠리시테가 이 집에 오게 되었을까요. 그 이야기는 이렇게 됩니다.

그녀는 아주 어릴 때 고아가 되었죠.

그래서 농장에서 소몰이를 하다가, 우유를 짜게 되었고,

어느 날 이웃 마을 댄스파티에 갔다가 그 빛과 소음에 놀랍니다.

거기서 테오도르Théodore라는 젊은이를 만나게 되었는데, 이 엉큼한 친구 집에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더니,

‘그녀’를 요구했고, 여자가 완강히 거부하자, 그냥 돌아갔습니다.

얼마 후, 둘이 다시 만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남자는 똑 같은 요구였고, 여자는 거절,

절망에서 그랬는지, 순진해빠져 그랬는지, 하여튼 남자는 엉겁결에 펠리시테에게 청혼을 했고,

그 어느 날, 여자가 남자를 만나러 갔더니, 그의 친구가, 테오도르가 한 부유한 여인과 결혼했다고 알려줍니다.

그녀에게 테오도의 징집을 면제시켜줄 돈이 있다고요.

 

테오도르의 떠나버림, 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하느님을 부르며 땅바닥에 엎어져 울음을 터뜨리고, 동이 틀 때까지 홀로 들판에서 흐느끼다,

농장을 나와 뽕레베끄를 헤매다 주막집 앞에서 상장喪章을 단 한 부인을 만났는데, 그녀가 요리사를 구한다고 하자,

자기는 요리라는 것은 해본 적도 없지만 그래도 해보겠다고 해, 오방부인이 데려오게 된 것입니다.

 

펠리시테는 곧 이 집의 두 아이, 7살 폴Paul과 4살 비아지니Virginie에게 사로잡혔고,

아이들에게 너무 뽀뽀를 많이 한다고 마님에게 주의를 듣습니다.

어느 날, 부인의 재정담당인 은퇴한 변호사 부레Bourais가 아이들에게 지도책을 사들고 오고,

그날 7살 폴이 펠리시테에게 지도를 펼치고 몇 마디 하는데, 이것이 그녀가 받은 교육의 전부입니다.

 

이 가족이 가끔 제포스 농장으로 가는데, 어느 날 황소가 가족에게 달려들어, 그녀가 흙덩이를 던져 쫓아버립니다.

그 후, 그녀가 이 가족을 황소로부터 구해줬다는 소문이 사방에 자자한데, 그녀는 별 특별한 일도 아니었다고 여깁니다.

그래도 그녀는 이 일로 신경이 약해지고, 오방 가족은 트루빌Trouville 해변으로 가, 몇 주를 지냅니다.

여기서 펠리시테가 오랫동안 헤어져있던 여동생을 만납니다.

오방부인은 이 여동생이 너무 자주 오는 것이 싫고, 또 그때마다 펠리시테가 선물을 하는 것이 싫어,

폴을 깡Caen에 있는 기숙학교에 집어넣고, 펠리시테가 이 일로 크게 슬퍼합니다.

 

펠리시테가 비아지니를 교리문답 시간에 데리고 가곤 하는데,

어렸을 적 신앙교육이라곤 받아본 적이 없는 그녀가 가톨릭 집전의 그 예식과 감정에 푹 빠집니다.

비아지니가 첫 성찬식을 가질 때, 그녀는 자기가 당자인 양 흥분하고 초조해합니다.

하지만 오방부인이 비아지니 역시 수녀원 학교로 보내,

펠리시테는 다시 깊은 상심에 빠집니다.

 

그녀가 이 슬픔을 이겨내려 주인에게 부탁해, 조카 빅토르Victor가 방문 오는 것을 허락받습니다.

빅토르의 부모는 아들에게, 이제 이모를 마음껏 뜯어내라고 합니다.

설탕이든 비누든 마실 것이든, 또 가능하다면 돈까지도.

펠리시테는 이런 조카에게 자기 것 아낌없이 다 주어버립니다.

이타주의의 표본인 듯, 그녀에겐 뜯긴다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이 조카 빅토르마저 쿠바로 떠나갑니다.

항상 조카 걱정 그녀, 몇 달 동안이나 연락이 없자, 부레에게, 지도에서 아바나Havana의 위치를 짚어 달라 합니다.

 

얼마 후 그녀가 편지를 받는데,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그녀가 마님에게 읽어달라 하니, 조카가 죽었다는 내용.

그녀가 북받치는 슬픔을 견뎌내지 못하고 자기 방에 들어오자마자, 이불 위에 푹 엎어져,

베개에 얼굴을 두 주먹에 뺨을 묻고 마구 흐느낍니다.

그녀의 감정표현방식은 단지 울음뿐, 이것이 서글픈 그녀의 삶입니다.

 

수녀원 학교의 비아지니, 몸이 점점 약해지더니, 폐병에 고생하다, 숨을 거두고,

그녀는 이틀 밤, 시신 곁을 떠나지 못합니다.

비아지니의 금발을 한 움큼 베어내어, 자기 가슴속에 감춥니다.

 

장례 다음 주, 오방부인의 상태가 극도로 악화됩니다.

펠리시테가 마님에게 점잖게 '설교'합니다. 딸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해야할 의무, 아들이 있는 어머니로서의 의무.

부인이 딸의 무덤에 가는 것을 의사가 금하는데, 펠리시테는 매일 그곳에 가 무덤을 세심하게 가꾸어,

나중에 기운을 차려 그곳에 간 부인이 크게 안도합니다.

 

몇 해가 지나고, 오방 부인의 친구들도 하나 둘 세상을 떠납니다.

폴은 술에 절어 살고, 빚은 계속 늘어나, 걱정거리가 됩니다.

이제 오방부인과 펠리시테가 자주 산책을 나가고, 비아지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어느 날 딸의 유품을 정리하는 부인에게, 그녀가 딸의 모자를 갖고 싶다 합니다.

그 순간,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유대감,

주인과 하녀의 눈물 가득한 눈들이 상대에 고정되고, 부인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펠리시테가 거기에 안깁니다.

마님의 마음이 이렇게 활짝 열린 적이 없었고, 하녀는 이것을 축복으로 받아들여,

그 순간 이후로 마치 동물처럼, 신앙의 대상처럼, 주인을 받들어 모십니다.

 

펠리시테의 착한 마음이 꽃처럼 피어납니다.

콜레라 환자들을 간호하고, 폴란드 난민들을 돌봐줍니다.

집 없는 노인도 보살펴주는데, 그가 죽자, 그의 지인이, 그가 키우던 앵무새를 오방부인에게 선물합니다.

그 앵무새가 ‘아메리카’에서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펠리시테가 죽은 조카 빅토르를 생각하며 그 새에 빠져듭니다.

 

앵무새의 이름은 룰루Loulou,

부인이 귀찮다며 이 룰루를 펠리시테에게 주고, 펠리시테는 앵무새에게 말을 가르치며 애착을 느낍니다.

이제 룰루는 거의 그녀의 아들이자 연인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녀의 손가락을 타고 오르고, 입술을 쪼고, 어깨에 앉곤 합니다.

구름이 끼고 천둥이 치면 고향생각이 나는지 외치곤 합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면 다 둘러엎으며 나가겠다고 합니다.

정원에 가서 돌아다니다 창문으로 다시 들어와 날개를 말리느라 팔락거립니다.

 

어느 날, 잔디밭에 잠깐 놓아둔 채, 일을 하고 돌아오니,

앵무새가 사라져, 그녀가 미친 듯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는데, 결국 룰루가 혼자 돌아옵니다.

하지만 펠리시테는 그 추위에 돌아다닌 탓에, 목감기에 걸리고, 귀도 아픈 것 같더니, 청력을 약간 잃습니다.

3년 후엔, 그녀가 청력을 완전히 잃고, 오직 앵무새가 하는 말만 들을 수 있습니다.

누가 벨을 울리면, 부인이 하는 말, “펠리시테, 문에 가봐.”

룰루가 이 말을 펠리시테에게 들려주곤 합니다.

 

룰루가 죽자 슬픔을 이기지 못하는 펠리시테에게 주인이 말합니다. 박제를 해 곁에 두면 어떻겠냐고.

펠리시테가 자주 가는 약제사에게 부탁해, 아브르Havre에 있는 전문가로부터 약속을 받지만,

우편시스템이 그다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것을 경험한 펠리시테,

옹플뢰Honfleur에게 손수 박제를 부탁할 생각으로 걸어갑니다.

얼음이 덮인 비탈길, 그녀가 반대편 길로 건너는데, 마침 네 마리의 말을 끌고 달려오는 우편마차,

마부 둘이 비키라고 소리치지만, 듣지 못하는 그녀, 결국 마차가 위험하게 길옆으로 쏠리며 멈추게 됩니다.

분노한 마부가 채찍으로 그녀를 내리치는데, 그 매질이 하도 세, 그녀가 정신을 잃습니다.

나중에 깨어난 그녀, 소쿠리부터 들여다봅니다.

다행히 룰루에게는 손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손수건으로 얼굴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하며, 말없이 일어나 다시 걷습니다.

 

다음 주면 된다, 다음 주면 된다 하던 박제작업이 6개월이나 걸립니다.

펠리시테가 방에 성모상도 놓고, 묵주도 놓고, 그곳에 놓인 이 박제 앵무새를 ‘경배’합니다.

보면 볼수록 이 새가 성령을 표현하는 비둘기를 닮았습니다.

신부가, 비둘기는 말을 못하니 성령일 수 없다 하자, 그녀가 그 ‘성령 비둘기’ 인쇄물을 사다 겁니다.

이제 기도할 때마다, 성령과 앵무새를 혼동합니다.

 

이제 나이 36이 된 폴이 결혼해 신부를 데려오는데, 그녀는 여기 ‘촌 동네’ 퐁레베크를 멸시합니다.

펠리시테의 마음이 크게 상하고, 오방부인도 그녀가 떠나자 마음을 놓습니다.

 

재정을 맡았던 변호사 부레가 죽는데, 그가 불미스러운 일로 자살했다는 소문입니다.

오방부인이 서류를 검토해보니, 그동안 당했습니다. 서류를 가짜로 꾸미고, 목재 수입을 빼돌리곤 했습니다.

그녀가 크게 실망하고 병에 걸려 얼마 후 죽습니다.

그녀의 나이 72살, 워낙 거만하게 살았던지라, 아무도 문상을 오지 않습니다. 오직 펠리시테만 서러워할 뿐입니다.

열흘 후 도착한 며느리, 집안을 뒤져, 다 가져갑니다.

비아지니의 물건까지 다 없어지고, 집에는 ‘매물’ 표지가 붙습니다.

 

햇빛이 각도가 맞게 들어오면 반짝 반짝 빛을 반사하던 박제 앵무새의 눈,

이 방을 떠나야하는 펠리시테,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것만 같습니다.

 

주인은 그녀에게 380프랑을 남겨놓았고, 몇 년이 지나도 집이 팔리지 않습니다.

사방에 고장 난 것뿐, 하지만 고쳐달라고 했다간 나가라고 할 것 같아 말도 못하고 지내는 펠리시테,

겨울 내내 베개가 젖어있습니다.

 

시몽Simon 수녀가 매일 와, 물을 길어가고, 나무를 패갑니다.

이제 펠리시테의 눈도 어두워집니다.

성체대축일 행사의 제단이 이 집 안마당에 마련되는데, 펠리시테는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앵무새를 바치기를 원합니다.

수녀가 작별인사를 하라 하는데, 그녀는 이미 시력을 잃었습니다.

앵무새도 이미 벌레가 슬었고, 날개 한쪽도 떨어져갑니다.

의사가 와 그녀를 진단하고, 폐렴이라고 합니다.

펠리시테는 “아, 주인과 같은 병.” 합니다.

    (이하 성체대축일 행사와, 수녀가 지켜보는 펠리시테의 죽음,

     이 두 과정이 나란히 진행되는데, 그 자세한 묘사는∙∙∙∙∙∙)

 

향로에서 나온 푸르스레한 연기가 방안으로 들어옵니다.

펠리시테는 콧구멍을 움직이고, 입술에 신비로운 미소를 띱니다.

시몽수녀는 자기도 머지않아 이 펠리시테와 같은 고통을 겪을 것을 생각합니다.

샘물이 마르듯, 메아리가 사라지듯, 심장박동이 느려져, 점점 더 희미해지다가, 아주 약해집니다.

마지막 숨을 내쉴 때, 펠리시테는 거대한 앵무새 한 마리가 자기 머리위로 날아가는 것을 본다고 느낍니다.

                             (Félicité는 천상의 행복이란 뜻입니다.)

 

 

불어 : http://www.gutenberg.org/cache/epub/26812/pg26812.html

영어 : http://www.gutenberg.org/cache/epub/10458/pg10458.html

 

'뚝틀이 식 책 요약'의 목록을 보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