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케이트 쇼팽의 ‘데지레의 아기’

뚝틀이 2016. 1. 6. 01:02

Kate Chopin(1850-1904), Desiree's Baby 1892

 

 

어느 화창한 날,

발몽드Valmonde 부인이 딸을 보러 갑니다.

아기를 안고 있는 딸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옵니다.

어제만 해도 이 딸이 바로 아이처럼 보였는데, 이제 한 아기의 엄마라니.

남편이 돌기둥 앞을 지나다 어떤 버려진 아이를 보는데, 잠들어 있던 그 아이가 깨어나 '아빠!'라 하고∙∙∙∙∙∙∙

사람들은 그 아이를 거기 그냥 내버려두라고 했죠. 아이는 이미 걸음을 뗄 나이였거든요.

하지만, 아이가 없는 발몽드 부부는 신이 내린 선물로 생각, 친딸처럼 키웠죠.

아이 데지레Desiree는 예쁘고, 정이 많고, 진실 되고, ∙∙∙∙∙∙

이 부부에게는 마치 우상과 같은 존재로 자랐죠.

 

18년 후, 데지레가 자기가 버려졌던 그곳에 서있을 때,

그곳을 지나던 아르몽 오비니Armand Aubigny가 그녀를 보는 순간, 마치 총에 맞은 듯 사랑에 빠졌습니다.

이것이 오비니 가족의 내력, 그들의 사랑방식입니다.

이상한 일, 왜 그전에는 사랑을 느끼지 못했지?

8살 때 파리에서 왔을 때, 그때부터 알던 사이였는데∙∙∙∙∙∙

아르몽의 어머니는 파리에서 죽고, 아버지가 그를 데려왔죠.

어쨌든 데지레에 대한 사랑은 눈사태처럼 들불처럼 그를 덮쳤습니다.

아버지 발몽드가 그 아들에게 모든 것을 신중히 생각해야한다며,

데지레의 아무 것도, 출생도 이름도 모르지 않느냐고 했지만,

사랑하면 그만이지. 그런 게 이 루이지애나에서 무슨 상관?

그가 파리에 꽃바구니를 주문했고, 그것이 도착하자마자 결혼식을 올립니다.

 

아이를 낳은 지 한 달이 지나, 이제야 발몽드 부인이 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라브리L'Abri에 도착해 크게 자란 오크나무가 고풍스런 집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녀가 전율을 느낍니다.

언제나처럼 슬픈 모습, 오비니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곳. 부인을 파리에 묻고 이곳으로 돌아온 후, 다시라곤 떠나지 않았던 이곳.

아르몽도 아버지 오비니처럼 노예들을 하도 엄격히 다뤄, 여기 흑인 노예들에게는 웃음이라는 것이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

 

데지레가 이제 완전히 회복해, 아기를 품에 안고 있습니다.

황인종 잔드린Zandrine이 그녀에게 부채질을 해주고 있습니다.

발몽드 부인이 몸을 굽혀 데지레를 포옹하고 입을 맞춘 다음 아이에게 눈을 돌리다, 나지막이 소리를 지릅니다.

데지레는 아기의 귀여운 손과 발을 보여주며, 또 아기 울음소리가 마을 멀리까지 퍼져간다며, 이런저런 자랑을 늘어놓는데,

발몽드 부인은 아무 것도 못 듣는 듯 말없이 아기를 창가로 데려가 찬찬히 뜯어봅니다.

발몽드 부인이 부채를 든 잔드린을 쳐다보자, 황인종 잔드린이 고개를 돌립니다.

 

부인이 딸에게 아이가 많이 자랐다고 하면서, 아르몽은 뭐라고 하는지를 묻습니다.

    아르몽은 자기가 이 일대에서 제일 자랑스럽다고 해요.

    아들이거든요. 물론 딸이라도 좋았겠지만, 그건 그냥 하는 말이죠.

    이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 어떤 노예도 벌주지 않았어요.

그녀가 속삭이며 들려줍니다.

    네그리용Negrillon이 발을 덴 척하면서 꾀를 부리는데도,

    그냥 장난꾸러기 짓이라고 웃으면서, 벌 줄 생각도 안 했다고요.

데지레의 말은 정말입니다.

짙게 그을린 얼굴의 잘생긴 그가,

철저하기 그지없고 엄하기만 하던 그가,

얼굴을 조금만 찡그려도 무섭기만 하던 그가,

결혼하고 아이 낳고 하면서 성격이 완전히 변했습니다.

그의 얼굴에선 언제나 미소가 떠나지 않고, 데지레는 이것을 축복으로 여깁니다.

 

아기가 태어나고 석 달쯤 지났을까, 아주 미묘하지만 변화가 느껴집니다.

먼 친척들도 찾아오고, 노예들의 표정도 달라지고, 무언가 그녀의 행복을 위협하는 느낌이 옵니다.

남편의 태도도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데지레와 눈 마주치기를 피하고, 사랑은 사라졌습니다.

그가 부인과 아기를 설명 없이 피하고, 이젠 집까지 자주 비웁니다.

사탄이 그의 속으로 들어온 듯 노예들을 험하게 대하고,

이제 데지레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어느 무더운 오후,  

아이는 반쯤 벗겨진 상태로 큰 침대에서 잠이 들어있고,

데지레가 뻬뉴와peignoir 차림으로 은갈색의 긴 머리를 어깨 뒤로 넘기며, 무더위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앉아있습니다.

혼혈 노예 라블롱쉬La Blanche가, 1/4 혼혈quadroon 아이가, 아기 옆에서 크고 부드러운 공작꼬리 부채로 바람을 일으키는데,

데지레가 아무 생각 없이 그 아이를 보다가, 침대 위의 아기를 보고, 그 눈이 아기와 혼혈아 사이를 오가더니,

점점 더 바쁘게 오가더니,

아! 하는 신음소리를 내뱉습니다. 그녀의 얼굴에 땀이 촉촉이 맺힙니다.

그녀가 이 혼혈아에게 무슨 말을 하려 하는데,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녀가 문을 가리키자, 소년은 살며시 부채를 내려놓고, 발꿈치를 들고, 살살 걸어 밖으로 물러갑니다.

미동도 않고 아이를 쳐다보고 있는 그녀, 점점 더 밀려오는 공포에 질려있는 그녀,

남편이 방에 들어서지만, 그 기척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가 자기 방으로 가 테이블에 무엇인가 찾는데,

아르몽! 하고 그녀가 부르는데,

그 소리가 칼로 찌르듯 날카로운데,

아르몽 그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그녀가 다시 아르몽! 부르며 남편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움켜쥐고, 아이를 보라고 합니다.

이것이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달라고요.

 

그가 자기 팔을 잡은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펼쳐내며 떼어냅니다.

    아이가 백인이 아니야. 당신이 백인이 아니라는 뜻이지!

자기를 비난하는 이 말, 그녀가 평소와 달리 발끈합니다.

    그렇지 않아. 난 백인이야.

    내 머리를 봐, 갈색이야. 눈은 회색, 봐 회색이지.

    내 피부도 하얘. 이 손을 봐. 당신 손보다 더 하얗잖아?

그녀가 히스테리 부리듯 웃으며 말하는는데, 남편이 잔인하게 받습니다.

   그래, 라블롱쉬La Blanche가 하얀 만큼.

그리고선 아이와 부인을 남겨둔 채 밖으로나갑니다.

 

절망에 빠진 그녀가 떨리는 몸을 진정하고 펜을 잡을 수 있게 되자,  어머니 발몽드 부인에게 편지를 씁니다.

    엄마, 내가 백인이 아니래요. 아르몽도 내가 백인이 아니라네요.

    엄마는 진실을 알겠죠? 난 죽어야 해요.

    이렇게 불행하게는 살 수가 없어요.

그녀에게 날아온 엄마의 답장은 짤막합니다.

   데지레야. 여기로 다시 돌아오려무나. 너를 사랑하는 엄마에게 말이야.

   아이도 데리고 와.

 

그녀가 서재로 남편에게 가, 말없이 그 편지를 내려놓고, 석상처럼 서있습니다.

차가운 눈빛의 남편, 아무 말도 없습니다.

   “나, 갈까요?”

   “그래 가.”

   “내가 가기를 원해요?”

   “그래. 그래줘.”

아르몽 그는, 신이 자신을 잔인하게 다루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이 데지레를 보내, 자기 이름을 더럽힌 것이라고요.

그는 이제 데지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습니다.

마치 그 억울한 고통에 복수라도 하듯, 부인의 가슴에 비수를 꽂고 있는 것입니다.

한 방 맞은 듯 문으로 발길을 돌리는 그녀, 그가 다시 불러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라지만, 그런 일은 없습니다.

굿바이라는 말에도, 거기에조차 대답이 없습니다.

이것은 문자 그대로 운명의 일격입니다.

 

데지레가 방으로 돌아와 아이를 찾습니다.

잔드린이 아이를 데리고 침침한 복도를 오가고 있습니다.

데지레가 아무 말 없이 그녀에게서 아기를 받아, 문을 나서, 계단을 터벅터벅 내려가, 오크나무 사이로 사라집니다.

 

10월의 오후, 해는 지고 있는데, 밭에서는 흑인들이 목화를 따고 있습니다.

데지레는 아직 흰 옷과 슬리퍼 차림 그대롭니다.

그녀의 머리는 집에 있던 그대로 치렁치렁하게 늘어졌고, 햇빛이 그녀의 은 갈색 머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그녀는 넓은 길을 피해갑니다.

버려진 밭을 지나면서 발에 상처가 나고, 갈대 사이를 축축한 늪을 지나면서 가운이 찢어집니다.

그녀의 모습이 멀어지고, 다시라곤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로부터 몇 주일 후,

라브리의 아르몽 집 뒷마당에 모닥불이 피워집니다.

그가 대여섯 명의 노예를 시켜 물건들을 태우고 있는 중입니다.

데지레의 아주 값비싼 장식 비단옷들도 데지레로부터 받은 편지들도 태워지고 있습니다.

아르몽이 넓은 홀에 앉아 그 모습을 바라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자기 서랍에서 꺼낸 것도 있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아버지에게 썼던 편지도 그 속에 섞여있습니다.

그가 그 편지 중 하나를 꺼내, 손에 잡고 읽습니다.

남편의 사랑에 감사하는 내용입니다.

그 중 한 구절,

   “밤으로 낮으로 난 하나님께 기도하노니,

    우리의 사랑하는 아르몽이, 내가 그렇게 아끼는 아르몽이,

    그의 어머니가 저주받은 노예였다는 것을 결코 알지 못하게∙∙∙∙∙∙∙”

 

 

http://www.eastoftheweb.com/short-stories/UBooks/DesiBaby.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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