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상세 줄거리(제3부)

뚝틀이 2016. 2. 6. 03:53



- 제3부-

 

(가족 간의 대화가 많이 나와, 애칭부터 정리. 라스꼴리니코프 애칭은 로쟈родя, Rodya, 여동생 애칭은 두냐Дуня, Dunya)

  

라스꼴리니코프가 다시 정신이 돌아와 보니, 라주미킨은 아직 가족을 안심시키느라 애쓰고 있는 중, 

그가 신경질적으로 친구의 말을 막고, 이제 제발 모두들 좀 돌아가 달라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런 아들이 걱정되어 자기가 남아 있겠다며 라주미킨에게 돌아가라 하는데,

라주미킨은 이 친구의 상태를 자기가 잘 알고 있고, 또 오늘 밤  파티는  처리해줄 사람이 따로 있으니 자기가 있는 쪽이 낫겠다고 합니다.

어머니의 입에서 ‘약혼자’를 칭찬하는 말이 나오자, 로쟈가 톡 쏩니다. 자기도 칭찬했다고, “지옥으로 꺼지라”고 했다고요.

두냐가 자기도 나스따샤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다며 왜 그랬느냐고 묻자,  라주미킨이 대신 나섭니다.

   “그 사람이 거드름을 피는 꼴을 참을 수 없어 그랬죠.”

로쟈가 단호히 선언합니다.

   “이 결혼 절대로 안 돼! 날 위해 네가 희생당할 수는 없어! 당장 편지 써!”

이런 아들이 더욱 걱정되는 어머니가, 3년 만에 얼굴 본다며 자기가 남아있겠다고 고집하는데 친구가 말합니다.

   “저 친구 정상이 아니에요. 아까는 의사를 때리려고까지 했다니까요. 의사를 말이에요.

    또, 우리가 자리를 뜨자마자, 어느새 몰래 밖으로 빠져나가더라고요.

    누군가 여기 계속 남아있어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또 그럴 거예요.

    내 무슨 일이 있어도 저 친구를 알아서 지킬 테니 그냥 가세요.”

결국 어머니가 물러섭니다.

   “고맙네, 고마워.”

라주미킨이 나스따샤랑 계단 밑으로 내려와 의논 후,

결국, 모녀를 설득, 자기 집으로 모시고, 자기는 다시 돌아와 로쟈를 지키기로 합니다. 그 사이엔 나스따샤가 남아있기로 하고요.

 

라주미킨이 이토록 열심인 것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 첫눈에 두냐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이죠.

술 취한 척, 모녀의 손을 붙잡기도 하고, 경계선을 살짝 살짝 넘는 말을 건넸다, 다시 금방 진지하게 돌아오곤 합니다.

모녀는 이 남자가 미쳤나 하는 생각에 도망갈까도 하지만 그래도 또 어딘가 진실성이 느껴지기도 해 이해하는 방향으로 노력합니다.

결국, 라주미킨이 땅 바닥에 무릎 꿇고 모녀의 손에나마 키스하는데까지 성공합니다. 

모르는 청년의 방에 ‘공포 속에 갇힌’ 모녀,

하지만 이 청년이 얼른 아들에게 다시 뛰어갔다가 돌아와, 이제 아드님이 곤하게 잠들어있으니 안심하시라 하고 돌아가자,

두냐는 ‘천사가 보내준 청년’이란 표현까지 쓰며 고마워합니다.

 

아침에 일어난 라주미킨, 간밤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후회로 가득합니다.

   모녀가 내 집으로 간다는 약점을 이용해, 내 너무 우월감에 빠졌던 것 아닌가?

   내 무슨 권리로 남의 약혼자를 불한당이라 욕할 수 있었지?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고,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그저 입 꾹 다물고 묵묵히 최선 다 하기.

집주인에게 면도기를 빌릴까 하다, 이대로의 모습이 오히려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생각해, 덥수룩한 수염을 그대로 놔두기로 합니다.

아침 일찍 와 환자를 보고 내려오던 의사 조시모프가 라주미킨에게 말합니다.

   이제 저 친구 완전히 골아 떨어졌으니, 절대 깨우지 말 것.

라주미킨이 그를 붙들고 하소연합니다. 자기가 어제 너무 경망스러웠다고요.

의사가 그 말에 놀랍니다. 나한테만 그런 것 아니었어? 그가 다시 환자 걱정으로 돌아갑니다.

   “어제 페인트공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그렇고, 또 그가 자묘토프한테 했다는 이야기 내용도 그렇고.....

    이제 이 친구 일어나면, 오늘은 제발 정신 좀 차리라고 네가 따끔히 충고 해줘.

    그리고 말이지, 또 어제 그 약혼자에게 대한 행동도 지나쳐서∙∙∙∙∙∙∙

    내가 보니, 여동생도 그다지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더구먼.”

조용히 듣고 있던 라주미킨이 이 마지막 말에 벌컥합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벌써 세 시간째, 모녀가 초조하게 아들소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라주미킨이 달려와, 로쟈가 아직 자고 있다고 하자, 어머니는 그럼 그 사이 얘기나 나누자 하더니, 쏟아지는 질문, 또 질문.....

그렇게 퍼부어대면, 어떻게 대답하겠냐고 두냐가 핀잔주는데,

라주미킨이 힐끗 보니 모녀가 기분이 좋은 듯, 그가 아직 희망이 살아있음을 기뻐합니다.

그가 로쟈에 대해 있는 그대로 말해줍니다. 자존심이 강하고, 생각은 많은데, 왜 일 할 생각은 않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리고 때로는 그 친구 안에 마치 서로 다른 인격의 두 사람이 들어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이야기까지요.

두냐가 자기 약혼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거기에 대해선 할 말 없다고 합니다.

어제 자기가 뱉었던 말은 취중실수로 한 것이었다면서요.

그러자 두냐가 루진에게서 온 편지를 내밀며 의견을 말해달라고 합니다.

  (당시는 전화도 문자메시지도 없는 시절, 대신, 편지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또 전보는 수시로...)

편지의 내용은, 자기가 ‘높은’ 사람을 만나느라... 또 ‘중요한’ 일이 있어서.... 그래서 마중을 나갈 수가 없었고.....

오빠를 만났는데, 그의 태도가 아주 불쾌했다. 그런데, 그렇게 아프다더니, 불과 몇 시간 후, ‘그런’ 여자에게 25루블이나 주다니.....

내일(그러니까 오늘) 저녁 8시에 만날 수는 있겠지만, 오빠는 나오지 말아야한다. 그런 내용입니다.

 

어머니로서의 걱정은, 모녀가 로쟈 몰래 그를 만났다가, 나중에라도 아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면, 그 난리를 어떻게 당해내냐 하는 것.

라주미킨이 결국 중요한 것은 두냐 본인의 마음이 아니겠느냐고 하자,

   “얘는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냥 좋다고 하는 그런 성격이라...”

두냐가 나섭니다. 자기가 직접 오빠에게 이야기하겠다고.

어머니가 옷차림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목걸이 금시계를 휙 쳐들어보고, “서둘러야지.”하면서,

죽은 마르파Марфа가 꿈에 나타났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딸이 별 이야기까지 다 한다며 핀잔을 줍니다.

 

조시모프가 라스꼴리니코프의 집에 먼저 와있다, 이제 며칠만 더 지나면 완쾌될 것 같다고 합니다.

모녀가 들어오는 모습에 로쟈의 안색이 급변하고, 이제 이 의사에게 줄 사례금을 어떻게 마련해야할지 걱정합니다.

어머니가 의사에게 또 나스타샤에게, 고맙다 고맙다고 하는데, 로쟈가 갑자기 어머니에게, 밑도 끝도 없이, 피는 다 닦았냐고 묻습니다.

어머니가 “피?” 하며 놀라자, 의사는 놀랄 것 없다고 말합니다. 의식이 좀 혼미해서 그러는 것뿐이라고요.

라주미킨이 그 말을 가로막으며 빈정댑니다.

   “혼미 좋아하시네, 기억할 것은 다 기억하더라.”

의사가 무게를 잡으며 설명합니다.

   “...... ..... 의식과 행동이 어긋나는 일은 이런 증세 환자들에게 흔히 있는 일이지.”

그 말에 두냐도 끼어듭니다.

   “멀쩡한 사람들도 그러는데요 뭐.”

조시모프가 다시 “미쳤다는 것은∙∙∙∙∙∙∙” 하며 설명을 시작하자, 라스꼴리니코프가 머리를 굴립니다.

   ‘날 미친 사람으로 여기는 건,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로쟈가 어머니의 용서를 빕니다.

   “아는 사람이 마차에 깔려 죽었는데, 너무 불쌍해, 어머니가 보내준 돈을 그 집에 줬어요.”

두냐가 그건 옳지 않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자, 어머니가 분위기를 바로 잡습니다.

   “로쟈가 하는 일은 다 옳단다.”

그리고 또, “얘야. 글쎄 마르파가 남편한테 맞아죽었다는구나.” 하자,

로쟈가 왜 또 그 얘길 하느냐 묻고, 어머니는 “글쎄 뭐 다른 이야기는∙∙∙∙∙∙∙” 얼버무립니다.

로쟈가 어머니가 꼭 뭐를 겁내고 있는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자, 두냐가 그럴 일이 있다고 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에게 ‘지금 아니면 영원히 얘기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벌떡 일어나, 창가로 갑니다.

라주미킨이 “왜 그래?”하며 경계하자, 그가 고개를 돌리며 소리칩니다.

   “얘기해, 무슨 얘기든 하란 말이야! 왜들 다 이렇게 멍하게들 앉아만 있어!”

자신의 이런 갑작스런 행동에 모두가 놀라는 모습에, 그가 이번엔 웃음을 터뜨립니다.

   “또 시작이군.”

의사가 이제 가봐야겠다고 일어섭니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어머니가 말합니다. 참 좋은 사람이라고. 그러자 로쟈가 톡 쏩니다.

   “맞아요. 똑똑하고, 멋있고, 훌륭하죠.”

라주미킨이 멋쩍게 웃음 지으며, 두냐에게 묻습니다.

   “저 사람 좋아해요?”

   “그럼요. 아주요.”

라주미킨도 일어납니다.

   “어휴, 이 친구야. 너 정말 못 참겠다.”

그가 빈정댑니다.

   “왜 의사가 가니까 너도 가니?”

 

로쟈가 동생의 시계를 보며, 참 예쁘다며, 약혼자가 사준 것이냐 묻자, 동생은 마르파가 준 거라고 합니다.

   “약혼자에게서 받은 것은 아무 것도 없어.”

그 말을 듣는 라주미킨, 안도의 숨을 내쉽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다시 입을 엽니다.

   “왜들 이렇게 말이 없어. 나 혼자 계속 떠들잖아.

    어머니, 참, 내가 결혼할 뻔 했던 얘기는 들으셨어요?”

   “그래. 아직도 그 여자를 사랑하니?”

   “글쎄.... 그 여자는 좀 모자라고, 또 아주 못생겼어요.

    그런데, 어머니, 내가 왜 그 여자를 좋아했는지 알아요? 남을 잘 도와줬어요. 수녀가 될 생각까지도 했었다고 해요.”

어머니가 그의 말을 끊더니, “사는 게 이게 뭐냐, 꼭 무덤 같구나.” 하며 갑자기 울음을 터뜨립니다.

   “너 어제 그 사람에게 불한당이라고 했다며?”

   “그래요.”

로쟈가 동생을 향해 말합니다.

   “두냐야. 선택해. 그 남자인지 난지. 네가 악역을 못하니, 내가 대신 한 거야.

    넌 지금 돈에 팔려가고 있어. 그건 불명예야.”

두냐가 정색합니다.

   “오빤 한 가지 편견에서 출발하고 있어. 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한다고. 내 생각도 좀 들어볼래?

    난 가난이 너무 힘들어. 가족이 힘든 것도 알고 있고. 내가 남한테 해를 끼치지도 않고 결혼하는 건데, 그게 왜 惡이지?”

   “최소한 그 이야기를 할 때 네가 얼굴이 붉어진다는 게 그래도 낫구나.”

   “아냐. 나 지금 거짓말하고 있는 것 아냐.”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결혼을 할 테면 하고!”

 

어머니가 로쟈에게 그 약혼자로부터 온 편지를 건네줍니다.

로쟈가 그 편지를 읽습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이윽고 내뱉는 그의 말,

   “배웠다는 사람이 편지 쓰는 꼴 하곤... 이게 뭐 법률서류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낸 글이야?”

   “그러지 마라. 그 사람 그래도 어려운 가운데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더라.”

로쟈가 그 말엔 동의한다면서, 다시 두냐를 향해,

   “생각해봐. 이건 협박이야. 최후통첩이고.

    너를 불러놓고, 이러이러 안 하면, 자기한테는 전혀 책임이 없고 모든 게 네 탓이라 그런 내용이란 말이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봐. 내가 네게 이런 투로 편지를 쓸 수 있겠어? 아니면 여기 라주미킨이?”

어머니가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두냐가 말합니다.

   “당연히 오빠도 가는 거죠. 그리고 또 라주미킨, 당신도 같이 갈 거죠?”

 

이때 누가 문을 살짝 열면서 안을 들여다봅니다.

로쟈가 한동안 누군가 생각하다, 소냐임을 알아보고 들어오라 손짓합니다.

소냐가 어머니가 보내서 왔다며, 내일 장례식에 ‘자리를 함께 해주시는 영광을 누릴 수 있기’를 청한다는데,

얼마나 긴장했는지, 그 짧은 말도 완전히 맺지를 못합니다.

소냐는 지금 방을 둘러보며 내심 놀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그런 거금을.....

라스꼴리니코프가 소냐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봅니다.

잘 생겼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좀 특색 있다고나 할까......

 

어색한 분위기를 끝내려고 가족이 일어나고, 나스따샤도 따라 일어납니다.

   “어휴, 참 힘들었다. 너희 둘 이야기가 어떻게 되어가나 하고.”

어머니는 지금 오누이 사이의 논쟁을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너희 둘 아주 닮았어. 외양이 아니라 영혼이. 둘 다 감상적이고 까다롭고, 때로는 관대하고 때로는 교만하고.”

   “그런데, 루진 그 사람이 그만두자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럼 그 사람은 그만한 가치가 없는 거죠, 뭐.”

   “근데 말이야 얘야. 이상한 예감이 드는구나.”

   “뭐가요?”

   “쟤 소냐 말이야. 앞으로 큰 문제꺼리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

   “엄마는 별 걱정을. 어제 만났다 하잖아요. 또 아까 들어올 때 그 때는 알아보지도 못했고요.”

 

라스꼴리니코프가 라주미킨에게, 예심판사 뼤뜨로비치Петрович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 전당포에 아버지 시계를 맡겼었는데, 그 시계가 아버지의 유일한 유산이야. 그걸 다시 찾고 싶거든.

    어머니가 그 시계에 대해 물어볼 것 생각만 해도 등에 식은땀이 난단다.”

   “아, 그래? 너도 그 전당포와 거래가 있었던 거야? 그럼 빨리 가보자.”

둘이 경찰서로 향합니다.

소냐는 그들과 다른 방향으로 갑니다. 그런데 소냐를 미행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로쟈가 라주미킨의 소개로 뼤뜨로비치랑 인사를 나눕니다. 자묘토프도 그 옆에 있습니다.

원래 목적은 시계를 찾는 것이었는데, 자리가 사회주의 토론장으로 변해버립니다.

‘범죄라는 것은 사회의 부조리에 대항하는 현상일 뿐’이라는 라주미킨의 말에 뼤뜨로비치가

   “사회가 제대로 서면 범죄가 저절로 없어진다는 그 말? 그건 인간이라는 요인을 고려하지 않는 이론이지.”

라고 반박하더니, 이번엔 라스콜리니코프가 몇 년 전 어디엔가 기고했던 내용도 들먹입니다.

   “이 사회에는 도덕과 범죄 사이를 넘나들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전율합니다. 그들이 이미 자기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이 자신에 대해 알아보았다는 것을.

 

두 청년이 그곳을 나와 저녁자리로 향합니다.

   “내가 어제 자묘토프에게 그런 얘기한 다음, 이젠 저들이 날 노골적으로 의심하는 것 같은데.”

   “천만에 이 친구야. 네가 의심된다면, 그걸 숨기지. 왜 너한테 직접 이야기하겠어.”

   “그동안 얘기 못했던 내 분노, 너 상상할 수나 있겠어? 증거도 없이, 억울하게?”

분노에 찬 라스꼴리니코프의 말이 이어집니다.

   “한 불쌍한 학생이, 제대로 먹지도 못했던 한 학생이,

    몇 달 동안 이야기 상대도 없이 외로웠던 학생이,

    그 학생이 그래 혼수상태에서, 좀 의심 가는 헛소리 했다고 해서,

    그가 빈속에 쓰러지려던 그 시간에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해 혐의를 씌우려고 하다니......”

이 푸념을 듣는 라주미킨, 이제 자기 구석의 한 가닥 의혹이 한갓 기우였음을 확신하게 된 라주미킨, 속이 다 후련해집니다.

식당 앞에서, 로쟈가 친구에게 먼저 들어가라고 하고 자기는 일단 집으로 돌아옵니다. 머리가 땀범벅이 되었습니다.

경비가 그에게 들려줍니다. 방금 저기 저 사람이 당신 이름을 대며 여기 사냐고 물어봤다고.

 

사라지는 그 사람, 50대 중반, 라스꼴리니코프가 그의 뒤를 쫓다,

보조를 맞추어 옆에서 나란히 걸으며, 무슨 이유로 나를 찾고, 무슨 이유로 그냥 가냐고 묻는데, 그가 대답이 없어,

다시 또 물으니, “살인자!” 그 한 마디를 내뱉습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갑자기 기운이 빠지며.....

   “무슨 말이죠?”

   “당신은 살인자란 말이에요!”   

그가 묘한 웃음을 짓고 사라집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다락방으로 들어가 쓰러집니다.

라주미킨이 방으로 들어서는 것을 느끼지만 그냥 잠자는 척합니다.

속삭이는 나스따샤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나중에 저녁을 가져올게.”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그 노파는 이 사회에 병적인 존재였어. 난 사람을 죽인 게 아냐!”  

비몽사몽이 계속됩니다. 악몽 속에 자기가 저질렀던 그 일이 재현됩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깨어날 수가 없습니다.

 

잠결에 어떤 사람이 열린 문으로 들어와 의자에 걸터앉는 것을 느낍니다.

그가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물어봅니다. “누구시죠?”

“아르까지이 이바노비치 스비드리가일로프Аркадий Иванович Свидригайлов입니다. 우선 제 소개를 하죠.”

 

 

- 제3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