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집으로 돌아온 라스꼴리니코프, 깊이 곯아 떨어졌다, 길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깹니다. 새벽 2시.
심한 열, 팔 다리는 후들후들, 이는 맞부딪치며 타닥타닥 소리까지 냅니다.
옷은 입은 채 그대로고, 모자는 베개 옆에 떨어져있고....
누가 지금 들어와 내 이 꼴을 본다면?
옷에 핏자국이 남아있지 않나 살펴보고 또 살펴보기를 세 번.
핏자국을 가위로 다 잘라내는데, 주머니가 불룩, 짚이는 노파의 지갑!
주머니를 까뒤집어 먼지까지 탈탈 털어내어, 방구석의 구멍 속으로 쑤셔 넣습니다.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훔쳐온 장신구도 아직 바닥에, 방금 잘라낸 옷조각 역시 방바닥에.... 이것들도 다 쑤셔 넣다,
가만있자. 지금 내가 뭐하고 있지? 이렇게 하는 것도 그래 숨긴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오한이 심해, 옷장에서 겨울외투까지 꺼내 입어도, 팔 다리는 여전히 후들후들,
다시 혼수상태에 빠져들었다, 몇 분 후 다시 벌떡 일어납니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체크 또 체크, 챙길 것 다 챙긴 후 다시 보니, 옷 이곳저곳 또 양말에 핏자국. 난로에 태울까 하지만 성냥가치도 없습니다.
후들후들, 이어 다시 혼수상태, 정신이 다시 돌아와, 이러면 안 되는데 일어나려 애써보지만, 몸이 전혀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안 일어날 거야?” 나스따샤가 요란하게 문을 두드립니다. “벌써 열 시가 넘었어! 죽은 거야?”
“아마 나간 모양이죠.” 남자의 소리,
라스꼴리니코프가 놀라, 튀어 올라 소파에 앉습니다. 심장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나스따샤가 빈정댑니다. “왜 문을 걸어 잠갔지? 여기 뭐 훔쳐갈 것이라도 있을 것 같아서?”
라스꼴리니코프가 문을 조금 열고 내다보니, 경비원이 같이 와있습니다. 경찰서에서 오라는 연락이 왔답니다.
“어휴, 굉장히 아파보이네.” 나스따샤가 눈을 떼지 못합니다.
옷 조각을 움켜쥐고 있는 그를 보며 “그게 보물이야?” 웃음을 참지 못합니다.
“알았어. 갈게, 갈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고민입니다. 이 옷차림 그대로 갈 수는 없는 일이고...
갈아입어? 그럴 수는 없지. 그들이 날 불러낸 다음 여기를 다 뒤져보려는 수작인데, 이 옷에 그들 눈이 가면?
‘그 집’ 앞을 지날 때 전율이 느껴집니다.
‘이제 저들이 물으면 뭐라 대답하지? 아예, 그냥 다 털어놔?’
그가 지저분한 시장 악취를 뿜어내는 거리를 지나 경찰서 도착합니다.
앞에 앉은 직원이 그에게 “학생인가?” 묻더니, 저 안쪽으로 들어가랍니다.
요란한 옷차림에 ‘온 방을 뒤덮을 듯’ 고약하기 그지없는 향수냄새로 숨 막히게 하는 여인,
그녀와 한창 승강이를 벌이고 있는 경감 일랴 뻬뜨로비치Илья Петрович,
누더기 차림 라스콜리니코프가 다가오자 그가 얼굴을 찌푸리며 묻습니다.
“무슨 용건이지?”
“통지를 받고 나왔는데요.”
라스콜리니코프라고 이름을 대자 그가 소리칩니다.
“아홉 시에 나오랬는데, 이게 뭐야. 12시가 지났잖아.”
“조금 전에야 통지를 받았는데요. 이렇게 아픈데도 나온 것, 그것만 해도 대단한 것 아닌가요?
제발 소리 좀 지르지 말아요. 난 ‘학생’이에요.!” (당시 러시아에서 학생은 인텔리겐챠로 인정받는 신분)
“소리친 건 내가 아니고 자네야.”
경감이 내미는 서류를 읽어보던 라스꼴리니코프가 속으로 환호합니다. ‘아니 이건, 집주인의 방세독촉이잖아!’
그가 다시, 경관을 향해 소리칩니다.
“당신은 마치 아무렇지 않게 담배 피우듯, 아무렇지 않게 소리를 지르고 있단 말이에요.”
“자, 쓸데없는 소리 말고, 여기 서명해. 150루블 차용증이야!”
옆에서 고함소리가 들리고, 여자가 "우리 구역 명예를 더럽히는..." 맞받아칩니다.
어젯밤에 벌어진 난장판 싸움에 대한 승강이인 모양인데, 간간이 독일어가 섞여듭니다.
(당시 러시아 소설에는 독일인들 모습이 자주 나옵니다. 아마 당시엔 세계 곳곳으로 게르만인들의 이민행렬이....)
자기는 작가라고 하는 술주정꾼이 ‘가난은 죄가 아니고, 밀가루처럼 힘없는 존재의.....’라 하자, 라스꼴리니코프가 웃음을 머금습니다.
“제가 한 말씀 드려도 될까요. 그래요, 난 학생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곧 돈이 도착하면....
집주인이 음식제공 끊은 지 벌써... 그런데 이런 차용증을 쓰라하다니...”
“그런 건 우리가 알 바 아니고... ”
“그래도 들어주세요.
제가 처음 왔을 때 집주인 딸하고 결혼하겠다 했거든요. 물론 그냥 지나간 말로 해 본 것이지만요.
작년에 그 딸이 죽고.....”
“잔소리 그만하고 써. 내 불러줄 테니 그냥 받아 적으면 돼.”
“못하겠어요. 어지러워서요.”
“아파?”
“예.”
“언제부터?”
“어제부터... ”
다시 또 어지러워져, 아예 그냥 모든 걸 다 털어놓을까 생각하는데,
그때 옆 테이블로부터 어젯밤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그 소리에 창백해 쓰러질 것 같습니다.
경감이 안 되겠다며 풀어주자, 그가 정신없이 집을 향해 뛰어갑니다.
“안 돼! 저들이 지금 내 집을 수색하고 있어!”
다행히 아직 아무도 안 왔습니다. 누가 들어왔던 흔적도 없습니다. 방구석 구멍에 쑤셔 넣은 ‘증거물’들도 아직 그대로입니다.
그가 차근차근 '짐'을 챙기고 정리해 밖으로 나옵니다.
숨길 곳을 찾아보지만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운하 쪽 어디엔가 숨겨두려 생각하다, 여기는 정박해 있는 배 앞이라...
또 딴 곳은, 여기는 여자들이 빨래하는 곳이라.....
또, 여기는 산책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보따리’ 들고 헤매고 다니기 벌써 30분이 지났는데,
전당포에서 자기가 뭘 들고 나왔는지, 지갑 속엔 뭐가 있는지,
도대체 자기 수중에 뭐가 들어왔는지조차 모르고 우왕좌왕하는 자신이 한심합니다.
안 되겠네, 아예 네바 강 쪽으로 가 그곳 어디에 묻을까?
가만 있자. 그렇게까지 먼데까지 갈 필요가 있나?
“그냥 강에 던져버릴까?” 생각을 정리하지 못하고 계속 걷다,
결국 접근금지 팻말이 서있는 어느 집 정원이 그의 눈에 들어오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 있는 기운 다 써서 큰 돌덩어리 옮기고,
보따리를 그 밑에 집어넣고, 다시 돌을....
결국 감추기에 성공,
그가 다시 한번 둘러봅니다.
'설마 누가 이 돌을 들어내고... '
이제 집에는 증거품이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그가
지난 번에 가려했던 라주미킨Разумихин의 집으로 향합니다.
친구가 사는 곳도 역시 5층 다락방,
"씻지도 않고, 감지도 않고, 바닥엔 온갖 지저분한 것 널려있고, 지저분하긴....."
그래도 넉 달만의 만남이 반갑습니다.
“너 아주 안 좋아 보인다. 많이 아픈 모양이로구나.”
그런데, 친구의 손이 몸에 닫자, 갑자기 역겨움이 엄습, 굿바이 하며 그냥 다시 일어나 나오려는데,
친구가 화를 냅니다. 미쳤냐고. 이건 모욕이라고. 이대로 가게는 할 수 없다고.
"Then why the devil have you come? Are you mad, or what?
Why, this is... almost insulting! I won't let you go like that."
친구가 돈벌이 건이 있다고 합니다. "번역하는 일인데 말이지..."
(작가는 이런 기회를 만들어, 작가들의 생활과 출판계의 실상을 자세히 설명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는 그런 일에 흥미없다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시간을 따져보니 족히 여섯 시간은 걸은 듯.
끔찍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경감 일랴가 집주인을 패는 소리, 살려달라는 절규....
그 요란한 소리에 그가 '나가 볼까?' 하다 다시 잠에 빠져듭니다.
수프를 가지고 방으로 들여오는 나스따샤에게 묻습니다.
“무슨 일이지? 누군가 ‘패던’ 소리가 들리던데.”
“그런 일 없었는데.”
“아냐 내 아까 분명히 똑똑히 들었단 말이야.”
대답 대신 그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던 나스따샤가 나직한 소리로 말합니다.
“피다!”
“무슨 피?”
“아무 일 없었는데 네가 그런 것 들었다면, 귓속에 피가 고여서 그런 거야. ”
그가 다시 잠에 빠집니다.
나스따샤의 목소리도 들리고, 또 여러 명이 왔다 갔다 하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꿈속에서 환상 속에서 헤매기 나흘, 그가 다시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동안 나스따샤와 라주미킨이 간호해준 모양입니다.
그 친구가 들려주는 무용담,
“그날 네가 이상한 꼴로 떠난 뒤 걱정이 되어 옛 주소로 찾아갔었어.
하지만, 널 찾을 수 없었지. 그래 경찰 힘을 빌렸어. 거기서 알게 되었어. 집주인이 어떻게 변했는지.
널 미래의 사위로 생각했던 주인이 네 돈을 받아내려, 그 차용증을 이미 ‘빚 처리 전문가’한테 넘긴 것도 알아냈어.
그 일을 도와준 자묘토프Замётов 형사와는 이제 친구사이가 되었지. 그 사람도 네가 혼수상태에 있는 동안 여기 왔었어.
또, 내 친구인 의사 조시모프Зосимов도 너를 극진히 돌봐줬고.”
“내 혹시 무슨 헛소리 같은 거 안 했니?”
“천만에, 백작부인 뭐 그런 대단한 것도 아닌 양말 지갑 또 겨우 보석 그런 시시한 쪼가리나 웅얼거리더라.
아, 또 있어. 너를 마구 대했던 경찰서 사람들의 이름들도 중얼댔고.....
참, 그 차용증은 내가 10루블 주고 찾아왔어. 여기 주인에게도 양해를 구했고.”
형사 자묘토브가 온 모양, 라주미킨과 나스따샤가 나가 그를 반갑게 맞습니다.
라스꼴리니코프는 그 틈에 그 사이 누가 물건들을 들쳐보지 않았을까, 허겁지겁 ‘긴급점검’을 해봅니다.
“도망가야 할 텐데. 내 옷 어디 있지? 감춰놨나? 도망∙∙∙∙∙∙? 미국으로? 그런데 돈이...”
그가 눈에 들어오는 맥주를 쭉 들이켜고, 거짓말처럼 다시 잠에 빠져듭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깨어나 묻습니다.
“지금 몇 시지? 너 여기 온지 얼마 됐지? ”
“아까 세 시간이라 그랬잖아.”
“아니 그것 말고, 우리 집에 온지 말이야.”
“아까 내 그렇게도 자세하게 이야기해줬는데....”
라스꼴리니코프는 전혀 기억을 못합니다.
“자 일어나, 너 사람 모양으로 좀 만들려 나스타샤가 옷 사왔어. 얼마지 나타샤? ”
“50코펙요.”
라스꼴리니코프는 옷 갈아입기를 거부합니다.
의사 조시모프가 들어옵니다.
“봐. 오늘 벌써 두 번째로 오는 거야...”
“많이 좋아졌네.”
“아냐, 아직은 아냐. 아까 침대시트 갈아줄 때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더라고.”
“이런 환자들 증세는 대개 그래.”
의사가 라스꼴리니코프에게 묻습니다..
“뭐 좀 드셨나?”
“난 건강하다고, 아주 건강하다고....”
“뭐든지 먹어도 되는데, ‘고기’는 절대로 안돼. 지금이 아니라 앞으로도...”
어쨌든 지금 라스꼴리니코프는 ‘모든 증거’를 다 없앨 때까지 혼자 있고 싶습니다.
라주미킨이 오늘 저녁 자기 집에서 파티가 있는데 가지 않겠냐고 묻습니다.
힘들면 그냥 거기 소파에 누워있어도 된다고요.
이어지는 네 사람 사이의 대화, 형사들 이름이 나오자, 뇌물로 사는 사람들이라 하고...
리자볘따 이야기에, 나스타샤는 그녀가 라스꼴리니코프의 옷도 고쳐주곤 했다고 이야기하고,
페인트 공 이야기가 나오자, 이들이, 참 넌 모르겠지만 하며, ‘노파 살해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다, 라주미킨이 흥분합니다. 니깔라이Николай가 체포되었는데,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있다가 자기 집 파티에서 형사들에게 좀 따져봐야겠다고.
그의 '긴' 이야기를 정리하면 대충 이렇습니다.
어떤 녀석들이 보석상에 찾아와서 목걸이를 내밀며 1루블만 달라고 했다.
주인은 이들이 수상했지만, 일단 그냥 받아뒀는데,
그 다음날 사건 소식을 듣고 경찰에 알렸고....
긴 이야기...,
니콜라이가 스스로 목을 매려하는 것을 끌어냈다.
그런데, 내 이야기 좀 들어봐라.
그들이 어린애들처럼 길거리에서 방방 뛰며 노는 모습이 목격된 시간대가
피살된 노파의 시신이 식기도 전 그때였는데,
어떤 살인범도 그럴 수는 없는 법이다.
그들이 그 보석은 주운 것이라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범인이 떨어뜨린 것을 주은 것이란 말이다.
(내가 본 영화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설득력 있는 장면 삽입은 전혀 없었고,
지금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그런 ‘긴박감’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역시 영화는 ‘줄거리와 표정’이고 소설은 ‘내면 읽기’라는 그 차이)
그때, 문이 열리고, 누가 안을 들여다봅니다.
금빛 번쩍이는 회중시계를 척 꺼내보더니, 라스꼴리니코프의 집이냐고 묻습니다.
뾰뜨르 루진Пётр Лужин이라는 그의 이름에 라스꼴리니코프는, 못들은 체, 천장만 바라봅니다.
“열흘 전쯤에 연락을 받았을 텐데∙∙∙∙∙∙”
완전히 새로 맞춘 고급 양복에, 장갑에....
나스따샤가 그에게 자리를 권하자, 그가 방해하는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며
“당신 어머니가∙∙∙∙∙∙”
말을 꺼내자, 라스꼴리니코프가 그에게 소리를 지릅니다.
“알아, 알아. 당신이 그 편지에 쓰인 ‘약혼자’란 말이지?”
당황한 그가, 사실은 며칠 전에 도착했지만, (굉장한)누구를 만나고, 또 무슨 (굉장한) 일을 처리해야했고, 하며 무게를 잡다가,
“여기 와 보니 ‘요즘 젊은’ 사람들은∙∙∙∙∙∙”
하며 ‘실용성’ 운운 하자,
"Practicality is a difficult thing to find; it does not drop down from heaven.
And for the last two hundred years we have been divorced from all practical life.
Ideas, if you like, are fermenting and desire for good exists, though it's in a childish form, and
honesty you may find, although there are crowds of brigands. Anyway, there's no practicality. Practicality goes well shod."
(간질병에 시달리기도 하고 또 시베리아 유형까지 겪게 되는 ‘작가’는 이런 형태로 ‘사상 전파’의 기회를 삼곤 합니다.
하지만 어쩌랴. ‘줄거리’라는 형태로는 정리할 수가 없는 것을.)
라주미킨이 그의 말을 끊고, 모욕적 어투로, 머리에 든 것 없이 앵무새처럼 읊기만 하는 지식인이라고 공격의 말을 잇다,
이 따위 진부한 이야기는 그만, 아까 이야기로 돌아가자며,
그가 나가기를 기다리기는 것조차 싫다는 듯,
“초범임에 틀림없어. 계획적이었다면, 그래 그 엄청난 현금을 놔두고 구슬 몇 개 가져갔겠어?”
하며, 살인범은 고객 중 하나라느니...
하긴, 범죄라는 것이 하류층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상류층에서도....
지금의 러시아 경제 환경 변화가... 사실 지금 다들 ‘위조지폐’로 부자 되는 것 아닌가.....
계속하자, 약혼자가 멋쩍어 일어서는데, 라스꼴리니코프는 고개도 들지 않습니다.
그가 나가지 않고 계속 문앞에 머무르자, 라스꼴리니코프가 소리칩니다.
“내 동생이 거지기 때문에 부인으로 삼으려고 하는 거지?
가난한 거지를 키워 배반하지 않도록 말이지...... 앞으로 내 어머니 이름을 입에 올리는 날엔.... ”
참다못한 루진도 화를 냅니다.
“아픈 사람이라고 해서 지금까지 참으면서, 당신의 진심이 무엇인가 알려고 했지만.... ”
“난 아프지 않아.”
“그렇다면 더욱.....”
“지옥으로 꺼져버려, 어서!”
‘약혼자’가 말도 끝내지 못하고 나가버립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이젠 친구들에게까지 소리칩니다. 좀 혼자 있게 내버려달라고요.
“하지만, 이렇게 아픈 사람을 어떻게 혼자 놔두고... ”
의사가 말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혼자 놔두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밖으로 나서자, 의사 조씨모프가 라주미킨에게 속삭입니다.
“눈치 챘어? 저 친구, 세상 모든 일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가도
그 살인사건 이야기만 나오면 바짝 귀를 세우고 듣곤 하던 것을?”
라주미킨이 끄덕이며, 나중에 나스따샤에게 좀 조용히 물어보겠다고 합니다.
자기에게 차를 권하는 나스따샤도 밖으로 보낸 후, 새로 가져온 옷을 입어보는 라스꼴리니코프.
집중력은 물론 기운까지 다시 살아나는 듯, 이젠 전혀 다른 사람입니다.
그가 탁자 위에 놓인 현금을 챙겨들고, 몰래 집을 빠져나옵니다.
거리의 악사를 보며 옆에 서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산책을 이어갑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가난한’ 시절 느꼈던 거리 모습과
이제 ‘여유 있는 사람’이 된 그의 눈에 보이는 모습 그 미묘한 분위기 차이가 이어집니다)
눈에 들어오는 농부들의 잔치.(이 시기 ‘농부’들이란 농노의 신분, '죽지 못해 사는 사람들의 대명사)
라스꼴리니코프가 말로만 들었던 고급식당으로 들어가 팁부터 던져줍니다.
그의 머릿속을 오가는 생각....(이 이야기가 풍기는 상징성....)
"Where is it I've read that someone condemned to death says or thinks, an hour before his death,
that if he had to live on some high rock, on such a narrow ledge that he'd only room to stand, and the ocean,
everlasting darkness, everlasting solitude, everlasting tempest around him,
if he had to remain standing on a square yard of space all his life, a thousand years, eternity,
it were better to live so than to die at once! only to live, to live and live! Life, whatever it may be!... How true it is!
Good God, how true! Man is a vile creature!... And vile is he who calls him vile for that,"
그가 며칠 동안의 신문을 가져오라 해, 떨리는 손으로 읽습니다.
형사 자묘토프가 그의 옆으로 다가오고, 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라스꼴리니코프가 자신의 범행 과정을 ‘가정법’으로 자세히 묘사하고, 그 물건들을 어떻게 숨겨놓았는지도 설명한 후에 묻습니다.
“자, 내가 그 노파와 동생을 죽인 범인이라면?”
"And what if it was I who murdered the old woman and Lizaveta?"
그가 그곳을 나오다 만난 라주미킨이 쓴소리를 합니다.
집에 들렸다 놀랐다고 어떻게 아픈 몸을 이끌고 이렇게 돌아다닐 수 있냐고.
라스꼴리니코프가 그에게 쏘아댑니다.
“나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그 ‘학대 행위’ 좀 멈출 수 있겠어?
꼭 알 품은 닭처럼 네가 조잘대는 바람에 내가 지금 지옥에 빠지고 있잖아.”
그의 발걸음이 강 쪽으로 향합니다.
그가 다리 위에서 생각에 잠겨있는데, 한 여인이 그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강물로 뛰어듭니다.
사람들이 소리치고 몰려오고, 여인 하나가 울부짖습니다.
“그제 목매달려는 것을 내 겨우 살려놨는데.... ”
라스꼴리니코프가 생각합니다.
“더러운 물에 저렇게... 그건 내게 전혀 안 어울려.
그런데 자묘토프는 아직 뭐하고 있는 거지? 아예 차라리 내가 그에게...? ”
무감각, 무념. 그가 경찰서 쪽으로 향합니다.
경찰서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그 집’. 그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안으로 들어갑니다.
2층은 새로 칠했고, 4층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작업 중입니다.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 인부가 묻습니다.
“누구시죠?”
그가 아무 대답도 않고 초인종을 눌러봅니다.
인부가 또 묻습니다.
“당신 누구요?”
몇 번 더 눌러봅니다.
“무슨 일로 왔죠?”
그제야 그가 대답합니다.
“이집을 세놓나 해서요. 어떻게 생겼나 보고 싶어서요.”
“이렇게 늦은 시간에요?”
의아해 하는 그들에게, 벽지를 둘러보며 묻습니다.
“여기 핏자국은 없어요?”
“당신 정말 누구요.”
“알고 싶어요? 경찰서로 가서 물어보세요.”
인부들의 동료가 들어옵니다.
“이 사람 누구지?”
“미친 사람인 모양이야.”
“미친 것 같진 않은데? 자 오늘 작업은 이것으로, 끝!”
라스꼴리니코프가 그들을 따라나섭니다.
몇 번 문답이 계속되다, 몸싸움으로 번지지만, 이내, 미친 사람하고 싸울 필요 없다며, 그들이 떠나가 버립니다.
라스니꼴리니코프는 이제 마음을 굳힌 듯 경찰서 방향으로 향합니다.
고급마차에 남루한 옷차림의 남자가 깔렸는데, 머리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세 번씩이나 소리쳤다고요. 비키라고요.” 마부의 외칩니다.
얼굴을 들여다보던 라스꼴리니코프가 소리칩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에요. 마르몔라도프에요. 의사를 불러요.”
라스니꼴리니코프가 돈은 자기가 낸다고,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흔들어 보입니다.
여인이 연신 창밖을 내다보며 10살짜리 아들에게 신세를 한탄하고 있습니다.
“네 아버지가 총독자리에 몇 달 후에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그때가 좋았지.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존경했거든.
그런데 지금 이 술 건달은....”
그때 사람들이 들이닥칩니다.
“어디 놓죠?” “어디 눕히죠? ”
부인은 숨이 막히고, 아이들은 소리를 지릅니다.
“걱정 마세요. 의사를 부르러 보냈어요. 내가 돈을 낸다고요.”
여인이 머리에 베개를 받쳐주고 금방이라도 소리를 지를 것 같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말합니다.
“이 양반 좀 평화롭게 가게 해주세요.”
그 사이 사람들이 꽉 차, 핀 하나 떨어질 틈이 없습니다. (발 디딜 틈도 없다는 우리말보다도 더 과장된 표현)
Meanwhile the room had become so full of people that you couldn't have dropped a pin.
그녀가 소리 지릅니다.
“당신, 지금 담배 피고 있는 양반.... 당신은 모자도 안 벗고... ”
그제야 남편을 살펴보는 그녀,
“맙소사, 가슴이 완전히 깔렸네.”
의사가 들어와 보지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곧 갈 사람이라고.
이어 신부가 도착합니다.
또 이어 들어오는 한 소녀, 누가 보아도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알 수 있는 그런 옷차림입니다.
길고 긴 그녀에 대한 묘사, 어쨌든 이 여자가 바로 이 소설의 여주인공 소냐Соня.
마르몔라도프는 자기 딸, 이 소냐의 품에서 숨을 거둡니다.
여인이 울부짖습니다.
“저 인간이야 자기 원하던 대로 됐지만, 무슨 돈으로 장례를 치루죠? 애들은요?”
라스꼴리니코프가 나섭니다.
“댁의 남편을 우연히 만났던 그날, 난 그가 부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느낄 수 있었어요.
여기 조금이라도 보태 쓰시라고 20루블 드립니다.”
라스니꼴리니코프가 계단을 내려오는데, 그 집 꼬마 아가씨가 쪼르르 따라 내려옵니다.
“어머니가 보냈어요. 소냐가 이름을 꼭 물어보래요.”
“너, 기도할 줄 아니?”
“그럼요. 매일 하는 걸요. ‘소냐를 용서하시고, 축복해주세요!’ 하고요”
“그래? 내 이름은 라지온Родион이란다. 그 기도에, ‘라지온도요 And Thy servant Rodion’, 이렇게 덧붙일 수 있겠니?”
꼬마 아가씨가 평생 그렇게 기도해주겠다며, 갑자기 미소를 띠더니 달려와 라스꼴리니코프를 따뜻하게 포옹합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수하러 가려던 그의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새로운 빛이 보인다고나 할까요?
그의 발길이 라주미킨네로 향합니다.
열댓 명이 모여 왁자지껄한 그곳. 그가 딱 한마디만 하러 왔다며 라주미킨을 불러내 말합니다.
“네가 말했지?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지 않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라고?
No one really knows what may not happen to him. 그거 맞는 말이야.”
라주미킨이, 파티는 다른 사람이 돌볼 수 있으니, 집에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합니다.
그가 들려주는 말, 조시모프도 그랬고, 또 방금 자묘토프도 그랬다고. 네가 미쳤던지, 아니면 네가 범인이던지.
둘은 방에 불이 켜있는 것을 보고 놀랍니다.
나스타샨가? 이 시간에 여기 있을 리가 없는데......
방문을 여니, 어머니와 누이동생이 반가워 소리칩니다.
라스꼴리니코프는 혼절해 쓰러지고, 라주미킨이 그를 부축합니다.
어머니가, 아들 옆에서, 라주미킨에게 말합니다. 아까 나스따샤에게서 다 들었다고.
또, 집주인에게서 ‘유능한 젊은이’가 아들을 봐주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 제2부,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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