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식 책 요약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상세 줄거리(제4부)

뚝틀이 2016. 2. 7. 03:41


-제4부-

 

이 의문의 스비드리가일로프는 얼마 전 어머니로부터의 편지 속에 언급되었던 그 인물,

라스꼴리니코프가 그에게 당장 나가줄 것을 요구하다,

속으로는 그가 풍기는 이상한 분위기에 호기심이 당겨져, 그냥 한 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편을 택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는 여기서 가끔 질문을 던지는 그 정도의 역할을 할 뿐,

   한동안, 전혀 ‘다른 작가’의 ‘다른 소설’로 느껴질 정도로 ‘다른 분위기’가 계속됩니다.

   마치 어느 시조프렌 범죄자의 감방 속 독백처럼 알레고리 香이 풍기는 그렁 음산한 분위기 말이죠.

   소설의 반을 건넌 이제 작가가 자기자신을 위해 정리하는 ‘罪에 대한 理解’라고나 할까요? 도대체 죄란 무엇이고, 어디까지가 죄일까.

   수많은 인명을 희생시킨 나폴레옹은 영웅이고, 사회적 기생충인 노파를 제거한 것은 죄라고?

   물론, 이 스비드리가일로프라는 인물도 罪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가의 입’입니다.

   (독자도 ‘알고 있는’) 죄를 고백할 수 없는 라스꼴리니코프라는 인간과,

   (살인 ‘의혹’ 포함)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겼으면서도 자신은 죄가 없다고 주장하는 인간,

   ‘줄거리’라는 형태로는 재현하기 힘든 미묘한 분위기의 전개, 생각에 잠길 것을 ‘강요’받는 부분입니다.

  

   내 소문을 들었겠지? 그런데, 그것이 단지 소문일 뿐, 진실이 아니라면?

   난 연상의 여인과 결혼했다. 사실이다. 난 그녀의 돈으로 감옥에서 풀려났다. 사실이다.

   그런데 그때 그녀가 지불한 돈에 대해 내가 쓴 차용증(IOU)은 사실 일종의 노예문서에 다름 아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소문과 달리’ 그녀는 행복했고, 또 ‘소문과 달리’, 그녀의 죽음은 자연사였다는 것이다.

   소문이란 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예를 들어, 얼마 전 존경받아왔던 ‘독일인’이 추한 짓으로 명예가 실추되었을 때, 

   그때 그라는 ‘사람’ 즉 특정인이 아니라 ‘독일인’이라는 그 이미지 자체가 소문의 피해자가 되었던 것을?

   귀신의 존재를 믿는가? 귀신을 실제로 본 적이 있는가?

   난 내가 게으르고 또 타락한 인간형이란 것을 안다.

   하지만, 그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理性은 감정의 노예’인 것도 사실 아닌가?

   네가 루진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그때는 네 여동생의 결혼을 그냥 보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루진은 사실 마르파가 소개해준 사람이고 그 때문에 난 그녀와 크게 다퉜었다.

   네 동생이 루진과 갈라선다면, 내가 전에 그녀를 괴롭혔던 것에 대한 미안함도 있고 하니, 1만 루블을 주겠다.

   그렇다고, 내가 네 동생에 흑심을 품은 것으로 오해하지 마라. 난 이제 곧 젊은 여인과 결혼할 예정이다.

   아, 참. 마르파가 네 누이동생에게 3천 루블을 남겼는데, 그 돈은 이제 곧 받게 될 것이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중간중간에 직선적으로 모욕적인 코멘트를 해도 그는 흔들림 없이 차분하게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은 이 분위기에, 라스꼴리니코프가 약속이 있어 이제 나가야한다고 하자,

   “알고 있다. 네가 루진을 만나러 간다는 것을. 네 여동생에게 내 안부 꼭 전해주라.”

라스꼴리니코프가 그렇게는 못하겠다며, 언제 여행travel을 떠날 것이냐 묻자,

   “Travel? 아, 아까 내 journey라고 했는데... 의미가 다르지. Journey는 훨씬 더 넓은 의미이거든.”

그가 예절바른 태도로 작별인사를 하며 나가는데, 약속 장소로 가자고 찾아온 라주미킨과 현관에서 교차합니다. 

   “방금 네가 마주쳤던 그 사람이 스비드리가일로프야. 내 누이동생이 곤욕을 치러야했던 그 장본인이지.

    그의 부인 마르파가 대신 사죄했지만, 그녀가 얼마 전 갑자기 죽었는데....”

라주미킨이 흥분해서 말합니다.

   “경찰서에 갔다가, 뼤뜨로비치 눈앞에 주먹을 흔들어주고 나왔어.

    그래도, 그냥 빤히 쳐다보기에, 욕을 해주고 나왔지. 자묘토프는 아예 무시해버렸고.

    그들이 이제 너에 대해 본격적으로 일을 벌이려는 모양인데, 아예 이참에 한 번 그들을 골탕 먹여주자.

    네가 더 범인인양 행동해서 나중에 그들이 웃음꺼리가 되도록 말이야.”

 

이번 챕터 줄거리를 어떻게 정리할까 고민이 커집니다.

단어선택, 표현방법, 이야기 흐름의 짜임새, 거기에서 풍기는 뉘앙스,....

마치 미술관 벽에 걸린 그림을 연필 스케치로 전하듯, 아니 어떤 아름다운 음악을 몇 마디 말로 요약하듯.... 정말 난감합니다.

그렇다고 그냥 ‘좋은 그림’이었다느니 또는 ‘좋은 음악’이었다는 그런 식으로 툭 던져놓는 것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고....

  

두 청년이 약속시간 정시에 도착합니다.

약혼자도 마찬가지로 정시에 도착해, 서로 예의를 갖춰 인사를 나누는데, 모녀도 도착합니다.

루진이 모녀에게 여행은 어땠냐고 묻자, 어머니가 ‘좋았다’고 하는데, 두냐는 ‘엄마가 힘들어했다’ 하고...

어머니가 루진에게 마르파가 죽었다고 하자, 그가 자기도 이미 그 소식을 들었다고 하면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이곳 삐체르부르크에 잠입했으니 조심하라고 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자기가 방금 그와 이야기 나누고 오는 길이라 하자,

어머니가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 궁금해하는데, 아들은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합니다.

루진이, 그럼 가족회의나 잘들 하시라며 일어나자, 두냐가, 할 이야기가 있다며 나오라 하더니 이게 무슨 경우냐고 항의합니다.

루진이 “....중요한 일이.... 하지만, 시간을 쪼개...” 거드름을 피며 다시 앉더니 열변을 토합니다.

   “어쩌다 마르파가 그런 살인범을 좋아하게 되어 감옥에서 꺼내주었는지....

    그 인간은 개전의 정을 보이기는커녕, (누구를) 죽였고.... (또 누구를) 죽였고..... 도저히 상종할 수 없는 악한...

         the most depraved, and abjectly vicious specimen of that class of men....”

두냐가, 그 말을 끊으며, 자기가 들은 것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하자,

그렇지 않아도 그녀의 잘못 즉 오빠를 대동한 ‘죄’에 대한 ‘벌’을 내려야겠다고 벼르던 루진이,

   “어떻게 감히 내 앞에서 그 사람을 감싸줄 수 있지?

    사실, 내 이야기에 반박하는 것이나, 이 자리에 오빠도 같이 나온 것이나 다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는데.....”

라는 식으로 말을 옮기자, 두냐는 자기 삶에 있어서 오빠가 중요한 존재라며, 아까 나왔던 ‘둘 중의 하나 선택’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러자 루진이 이번엔 자기가 라스꼴리니코프 따위와 같은 선상에 놓인다는데 모욕감을 느낀다고 하고,

두냐가, 그 말에 대해서는 오빠가 사과하면 되는 일 아니냐 하자,

세상에는 사과해서 끝날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하더니,

어머니를 향하여, 도대체 편지에 무슨 말을 썼기에 내가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느냐.... 땅땅거리고,

이번엔 어머니가 화가 나서 허위 사실을 이야기 한 쪽은 오히려 당신이라며...

   (사실 여기는 마치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이라도 되는 듯,

    톡톡 쏘는 맛이 있는 ‘품격 높은 표현’의 대화인데, ‘줄거리 정리’라 어쩔 수 없네요.)

   “당신의 말투가 매우 권위적이다. 마치 우리가 전적으로 당신의 호의에 매달려야하는 그런 존재이기라도 한 것처럼...”

두냐가 그에게 이제 ‘나가달라’고 하자,

   “내가 지금 이 문을 나서면 다시라곤 기회가 없을 텐데.”

   “후회는커녕 다시라곤 네 얼굴 보고 싶지도 않다.”

   “내가 그 동네방네 다 퍼진 그 소문에도 불구하고.....”

   “당장 꺼져!”

   “그렇다면 그 동안 들어간 비용을......”

   “네가 우리에게 해 준 게 도대체 무엇이 있는데!”

위압적으로 권위를 세우려다 오히려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는 루진, 창백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그.

루진이 나가자, 두냐가 말합니다.

   “저 사람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어요. 내가 그의 돈에 유혹되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I was tempted by his money.

 

밖으로 쫓겨난 루진은 후회막급입니다.

   “어쩌다 일이 이 지경이 되었지? 별 볼 일도 없고 의지할 데도 없는 존재들인 주제에... ”

물론 그 자신도 그 ‘고약한 소문’에 사실 아무 근도거 없다는 것을 마르파를 통해서 알고 있었습니다.

   “오, 두냐, 젊고, 예쁘고, 착하고, 가난하고, 똑똑하고, 수줍어하고, 태생도 좋고, 교육도 받고, 고생도 많이 했고.....

      A girl — very young, very pretty, virtuous, poor, very timid, of good birth and education, one who had suffered much, and

    내 앞에서 겸손하고, 평생 날 구원자로 생각하고, 나를 우러러보며, 오직 나만을 존경하며 살 것 같았는데.....

      was completely humbled before me, one who would all her life look on me as her saviour, worship me, admire me and only me.....

    내 이제 그녀 없이 어떻게 살지? 완전히 망했네! in ruins!

 

루진이 나간 후, 그래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뭐라 하더냐고 어머니가 묻습니다. 동생도 묻습니다.

   “그래, 오빠, 그와 무슨 얘기 나눴지?”

   “내 입회하에 너를 보겠대. 그럼 1만루블을 주겠대.”

   “세상에나!”

어머니가 놀랍니다.

   “그 말을 어떻게 생각해?”

두냐가 묻자, 라스꼴리니코프가 얼버무립니다.

   “글쎄, 미친 사람 같기도 하고, 또 어떻게 보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라주미킨이 벌떡 일어나더니, 무슨 일이 있어도 앞으로는 자기가 두냐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선언합니다.

   “이제 작별할 때가 왔다. 내게 아무 것도 묻지 말고, 앞으로 날 찾지도 말아 달라.”

놀라는 모두. 따라 나오는 친구. 돌아가라고 외치는 그. ‘무엇’인지를 직감하는 친구 라주미킨.

 

밤은 깊어 11시, 라스꼴리니코프의 발길이 소냐에게로 향합니다.

그가 현관에 들어서지도 못하고 서성대고 있는데, 소냐가 그를 발견합니다.

하지만 라스꼴리니코프는 그녀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계속 서성거리기만 하는데...

   The colour rushed suddenly to her pale face and tears came into her eyes...

   She felt sick and ashamed and happy, too.... (분위기 상 아예 계속 그냥 영어로...) At last his eyes glittered.

   He put his two hands on her shoulders and looked straight into her tearful face.

   His eyes were hard, feverish and piercing, his lips were twitching.

   All at once he bent down quickly and dropping to the ground,

   kissed her foot. 그녀가 자기 발을 뺍니다.

​   “떠나기 전에, 한 번 들린 거야.”

   “예? 그럼 내일 아버지 장례식에는 못 오시는 거예요?”

   “글쎄, 그건.....”

계모가 매일 때리지? ‘손님’은 매일 있나? 버는 돈은 다 갖다 바치지? 소냐의 ‘어려운’ 삶에 대해 물어보다, 그가 독백처럼 말합니다.

   “네가 큰 죄인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

    차라리 네가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라면... ‘수치스럽고, 의미 없는’ 삶을 계속할 바엔 차라리... ”

소냐의 눈빛도 자기도 이미 그런 생각을 수없이 해봤다는 듯 보입니다.

   “기도를 많이 해? So you pray to God a great deal, Sonia?”

들릴 듯 말 듯, 소냐가 말합니다.

   “하나님이 안 계시다면 내 어찌..... What should I be without God?”

   “그래? 그 하나님이 널 위해 뭘 해주시는데? And what does God do for you?

   “모든 것, 모든 것을. He does everything.

   “그렇지. 그렇지. 그러면 설명이 되지.”

성경책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성경책은 리자볘따에게 부탁해 얻었죠.

    아빠가 읽어달라곤 했어요. 나사로의 부활 그 대목을.”

   “나에게도 읽어주겠어?”

   “읽지 않았어요?”

   “어렸을 때, 아주 어렸을 때.”

   “교회에도 안 가요?”

자기는 지난주에도 갔었답니다.

   “지난 주?”

   “못 들었어요? 도끼에 맞아 죽은 내 친구 리자볘따의 이야기를 못 들었어요?”


라스꼴리니코프가 다시 한 번 부탁합니다. 읽어달라고.

하지만 소냐의 손은 떨리고 말은 얼어붙고....... 소냐를 달래면서 부탁하는 라스꼴리니코프,

   “리자볘따에게도 읽어줬듯이 내게도....”

이어 정말 소설로는 믿기지 않게 '나사로 이야기 해당부분 전체'를 한 절 한 절 다 읽어나가는 소냐.

그것을 듣는 동안 '간주로 흐르듯' 라스꼴리니코프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생각’들.

   “이게 다야. 나사로의 부활. That is all about the raising of Lazarus.  

소냐를 바라보며 라스꼴리니코프가 말합니다.

   “난 오늘 가족들과의 관계를 끊었어. 완전히. 어머니랑 동생이랑.

    이제 남은 건 너 하나뿐야. 저주받은 존재, 우리 둘.”

라스꼴리니코프가 일어서자, 그녀가 어디로 가는지 묻습니다.

   “언제나 같은 길을.... 종점은 몰라.”

그가 다시 오겠다며, 만일 내일 다시 온다면, 누가 리자볘따를 죽였는지 들려주겠다고 합니다.

소냐가 ‘리자볘따를 죽인 범인을 안다고?’ 놀라며, 그가 미친 사람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But she herself was like one insane and felt it. Her head was going round.

그들의 대화를 엿들으면서, 얼굴에 미소를 띠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사잇문 뒤에서 숨죽이고 듣고 있는 스비드리가일로프.

 

다음 날, 라스꼴리니코프가 예심판사 뼤뜨로비치에게 갑니다.

하지만, 다른 때와는 달리, 시간이 흘러도 그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상하네. 어제 나를 찾았던 그 사나이가 신고했다면, 벌써 날 체포했어야 하는데....

주위를 둘러봐도 다들 각자 일에 바쁘지, 자기에겐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내 지금 아주 심하게 떨고 있잖아.’ 그런 자신에 대해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오, 친구여!" 뼤뜨로비치가 반갑게 맞아주며 서류에 서명하랍니다.

‘서명? 체포되는데도 서명이 필요한가?’ 

하지만, 이건 자기가 어제 부탁했던 시계에 관한 건입니다.

뼤뜨로비치 이 사람, ‘쓸데없는’ 말만 지껄이고 웃고 하며 ‘일’에는 관심도 없는 듯 보입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물을 것 있으면 빨리 물으라고, 장례식에 가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 해도 변화가 없습니다.

아예 라스꼴리니코프의 화를 돋우려 작정을 했는지, 심리수사에 대해 '강의'까지 할 작정인 모양입니다.

   “심문이라는 것, 그건 받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훨씬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아무리 심증이 가더라도, 재판에는 증거가 필요하고, 그것이 없으면 소용없잖아요?

    범인이라 생각된다고 즉시 체포하면 안 되죠. 입을 다물어버리면 오히려 더 힘들어지거든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우리에게 유리하죠. 심리적 수사라는 것은 그런 거예요.

    마음껏 놀아라. 하지만 우리가 널 지켜보고 있다는 것 그건 잊지 말아라.

    그렇게 되면 자유라는 게 재미가 없어지거든요.  언젠가는 제풀에 지쳐 스스로 걸어 들어오게 되어있죠.

    어, 로마노비치氏, 왜 그렇게 창백해지세요. 창문을 열까요?”

   “나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것 내 알아요. 그러니 날 체포하고 정식으로 심문하세요.

    이런 식으로 조롱받긴 정말 싫어요. 싫단 말이에요!”

   “진정, 진정해요! 이러다간 저 밖에 있는 사람들까지 다 들어오겠어요.

    왜 이러시죠? 물론 우리는 당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아요.

    밤늦은 시간에 거기 가서 벽지니 피니 그런 이야기 한 것 까지도 말이에요.

    하지만, 생각해보세요. 정말 범인이라면 그 사람들보고 경찰서에 가자고 했겠어요?

    그게 지금 당신 심리상태에요. 내가 살인자라고 스스로를 확신시키려 애쓰고 있단 말이에요.

    예전에도 그런 사람 하나 있었어요. 항소심에서 풀려나긴 했지만...

    맙소사. 로마노비치氏,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의사를 찾도록 해요. 이제 어머니랑 동생도 와 있잖아요.”

   “뭐라고? 당신들 그런 뒷조사까지도 하고 있어요?”

   “잠깐, 잠깐. 어제 당신이 말해서 아는 거예요. 자기가 말한 것도 잊고 있다니.”

하지만 라스꼴리니코프는 그런 ‘친절의 말’을 하나도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럼 하나만 확실히 이야기해주세요. 나에 대해선 어떤 혐의도 없다고. 그 말만 하나 해달란 말이에요.”

 뼤뜨로비치는 못 들은 체 ‘설득과 위로’의 말만 계속합니다.

   “그럼 내가 이 문으로 나가도 체포하지 않을 거죠?”

   “문은 열려있으니 마음대로 나가시죠.”

 

마침 그때 밖이 소란해지더니 누가 문을 두드리고, 그가 일어나 ‘잠겨있는 문’을 ‘열쇠’로 풉니다.

   “이 무슨 소란이야! 내 그렇게 엄중하게 일러뒀는데.....”

그러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잠깐 멈칫하는데, 직원들이 노동자 차림의 한 사람을 떠밀어 넣습니다.

   “이 사람 왜 데려왔지? 아직 아니라고 했잖아.”

떠밀려 들어온 그 사람이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말합니다.

   “잘못했어요. 제가 살인을 저질렀어요.”

적어도 10초 동안은 계속되는 침묵.....

   “누굴 죽였다고?”

   “알료나 이바노브나와 리자볘따 이바노브나를요. 도끼로요.”

또 다시 침묵....

   “너무 성급하잖아.”

그 사람은 아직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예심판사가, 사람들을 물리치고,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역시 놀란 표정으로 서있는 라스꼴리니코프 또 그 사람을 번갈아 노려봅니다.

당혹감과 분노가 몰려오는 듯,

   “이거 너무 성급한 것 아냐? 내 아직 심문도 안 했는데 말이야..... 뭘로 죽였지?”

   “도끼로요. 손에 쥐고 있었어요.”

   “봐, 역시 성급하잖아. 혼자서?”

   “예, 미트카митька는 죄가 없어요. 냄새를 없애려고 그가 빨리 내려갔고......∙”

   “이 친구 지금 누가 불러준 대로 대답하고 있잖아.”

   “참, 라스꼴리니코프, 당신이 있을 자리가 아니네요. 이제 나가시죠.”

그가 라스꼴리니코프를 문 밖으로까지 안내해 나옵니다.

   “이런 일은 예상도 못했죠?”

하며 라스꼴리니코프가 비꼬자,

   “당신도 예상 못했지?”

그가 되받아치며,

   “어휴, 손을 왜 이리 떨고 있지?”

합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당신도 떨고 있네요, 뭘.”

하자, 뼤뜨로비치가 속으로 받아칩니다.

   ‘이 친구 지금 이빨까지 덜덜 떨고 있잖아!’

문을 나서 계단을 내려가는데 뼤뜨로비치가 숨 가쁘게 따라 내려옵니다.

   “잠깐만. 형식상 몇 가지 좀 물어볼 게 있으니, 내일 좀 나오실 수 있겠죠?”

   “그러죠, 뭐. 아까 제가 너무 흥분해서 미안합니다.”

   “나도 흥분했는걸요, 뭘. 자, 그럼 생일파티 즐기세요.”

   “생일이 아니고 장례식인데요.”

라스꼴리니코프가 혼잣말로 중얼거립니다.

   “그럼 난 뭐라고 할까. 수사에 성공을 빈다고? 이제 또 코미디 한 판 벌어지겠군....”

돌아섰던 뼤뜨로비치가 다시 돌아와 묻습니다.

   “방금 코미디라고 했어요?”

   “아하, 뒤에도 귀가 달렸네. 예, 코미디요.

   ‘그건 말이 안 되잖아’, ‘누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켰어.’ 뭐, 그런 시체해부 같은 코미디요.”

   “하하, 당신은 역시 영리해....”

 

라스꼴리니코프가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쓰러집니다.

비록 오늘은 니깔라이라는 사람의 출현으로 운 좋게 풀려날 수 있었지만, 그 자백이 가짜로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고.....

도대체 이 사람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인지..... 내일은 또 뭘 가지고 나를 놀리려는지.....

 

장례식에는 이미 늦었지만, 그래도 식사자리에는 시간 맞춰 갈 수 있겠구나 하며 일어나는데,

조용히 문이 열리더니, 어제 그 ‘지옥으로부터의 사나이’가 들어섭니다.

라스꼴리니코프가 공포에 질려 무슨 일로 왔는가 묻자,

그가 거의 바닥에 닿을 정도로 몸을 굽히고, 음절 하나하나 똑똑하게 읊습니다.

   “제가 죄를 저질렀습니다. I have sinned.”

그가 라스꼴리니코프에게 들려주는 진상은 이렇습니다.

   그날 당신이 벽지에 피가 어쩌고 한 후, 파출소로 가자, 그 난리였을 때,

   그 사람들이 당신을 그냥 떠내보내는 것에 화가 나, 내가 미행을 했고, 여기 이 집을 알아냈고,

   어제 면전에서 내가 ‘살인자!’라고 해도 당신이 아무 대꾸 못하는 것을 보고, 오늘 아침 뼤뜨로비치에게 갔던 것인데,

   이야기를 들은 그가 ‘진작 그 친구를 잡아넣었어야 하는 건데....’ 하며 분해했고,

   나를 그 옆방에 넣으며, 불러내기 전에는 아무 말 말고 듣기만 하라 했는데,

   니깔라이라는 사람이 와 자백을 해, 나도 풀려났고. 이제 또 부르겠다고 했다고.

그가 이야기를 마치고, 이번에는 손을 바닥에 대고 큰 절을 하면서

   "Forgive me for my evil thoughts, and my slander."

   "May God forgive you,"

라스꼴리니코프가 음흉한 미소를 짓습니다.

 

-제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