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 걸린 온도계를 보니 아직 영하, 구름까지 잔뜩 껴 있다.
눈 딱 감고 나서? 아니면, 오후까지 기다렸다, 햇빛 나면 그때 봐서?
따질 때가 아니다. 혈압 혈당 다 정신없이 춤추니, 산행은 여유가 아니라 필수다.
옷 두둑이 껴입고 할당 받은 뚝뚝이를 앞세우고 산으로 들어선다. 얼어붙은 길, 질척거리지 않아서 좋다.
요즘은 뚝틀이 뚝뚝이 이 녀석들 왜들 이리 제멋대로 힘을 쓰는지. 아니면 내 더욱 약해져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가쁜 숨 몰아쉬며 상수원에 도착. 그런데, ‘기운이 남아도는’ 느낌이다. 조금만 더, 돌탑까지.
힘들다. 이를 악물고 돌길을 오른다. 온몸이 이미 땀범벅이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저 안에 '비즈니스 암자'가 들어서면서 포클레인으로 요란법석 난리친 후 흙길이 사라져버렸다.
요리 꼬부라지고 조리 돌아가던 야생화들로 가득했던 ‘호젓한 낭만 길’이 사라지고 살벌한 ‘돌길’로 변했다.
마음속으로 그 중을 원망하고 있는데, 이 중이 호랑이 띠인가, 물탱크를 싣고 덜컹거리며 올라온다.
사람이 있으면 조심해서 지날 법 한데,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지나친다. 작전 중인 탱크처럼.
인사 그런 것도 없다. 말하자면 같은 마을사람인데도 말이다. 그래서 ‘스님’ 자도 붙이기 싫다. 그냥 ‘중’이다.
분노에 가득 차, 생각에 잠겼던 탓일까? 돌탑을 지나온 것도 못 느끼고 어느새 ‘추억의 그 장소’에 도달.
3년 전? 아니 그 전? 산에서 내려오다 팔이 부러지고, 그 후 손가락도, 이어 온몸이 무너져 내리고...
산행을 다시 시작한 지 한 달 남짓. 그 동안 ‘저~위에 있는 추억의 장소’ 그렇게만 느껴지던 곳.
그런데, 오늘, 어쩌다, 처음으로, 다시, 이 ‘높은 곳’까지 오게 된 것이
전에 '한창 때'라면 이제 신선봉으로? 아니 건너편으로? 망설이곤 하던 ‘중간정착지’ 그 곳.
그런데, 오늘은 '와~, 내가 이곳까지?' 그런 벅찬 느낌이다. 잃었다고 여겼던 것을 만회한 느낌.
처음에는 이 '추억의 장소'를 내 나름대로 뻐꾹나리가 만개한 곳이라고 뻐꾹동산이라 부르곤 했었다.
그러다 좀 싱거운 것 같아 이 꽃의 영어 korean toad lily에서 toad를 따 암호처럼 toad place라 부르게 되었고.
재미있는 이름이다. 왜 이 꽃에 두꺼비라는 이름을 붙였지? 다른 별명 'dark beauty'가 더 마음에 드는데.
야생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꽃을 꼴뚜기라고 부른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연상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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