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꺼내다가 집어던진다. 이젠 냄새는커녕 봉지만 봐도 역겹다.
나가야지. 일단 쓰레기봉투들을 챙긴다.
이곳 산 구석까지는 쓰레기차가 오지 않아 저 밑에 공터 옆에 갖다놓아야 치운다.
면이라고 같은 면이 아닌 것이, 보안등이 나갔다고 신고한 것이 지난 성탄절 무렵인데,
일손이 없다고 해가 바뀌어야 해주겠다고 하더니, 아직도 감감 무소식. 이것이 이곳 행정이다.
마을사람들이 항의할 법한 상황인데도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다. 이장도 ‘자기일 챙기기’가 최우선이고.
저 앞 돈가스 집에 불이 켜져 있다.
웬일이지? 시즌도 아닌데. 이곳은 여름 한철 장사.
돈가스가 아니면 따끈한 커피라도 한 잔. 무리해서 산행을 한 후라 그런 것이 그립다.
하지만 역시, 그냥 청소하느라 켜놓은 불. 영업은 안 한단다.
차를 돌려 반대방향으로. 읍내로 향한다. 생각이 바뀐다.
아예 오른쪽으로 꺾어 군으로? 아니면 왼쪽으로 꺾어 그냥 시내까지?
주유하면서 생각할까? 그래, 우선 주유부터.
가득 채워달라고 말하는데, 뭔가 섬찟. 그러면 그렇지. 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
산에서 몇 번 지갑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어, 산으로 나설 땐 지갑을 빼놓곤 하는데, 그냥 나온 것.
미안하다 얘기하고, 다시 차를 돌려 집으로. 주유 먼저 생각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헛걸음 후, 허기가 진다. 하지만, 나갈 생각은 사라졌다.
다시 라면을 챙기다, 다시 던진다.
참지 뭐. 이따 저녁 때 배고파지면 그때는 느낌이 다를 테니 그때까지.....
p.s. 결국 밤 11시, 편의점 도시락.
이것도.... 혼자 사는 것도 능력.
찬밥에 따끈한 된장국, 그렇게 알았는데, 주인이 와 도와준다.
도시락을 레인지에 넣고 1분30초가량 데우라고... 하, 그렇구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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