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가 왔다. 지난 달 교통카드 대금으로 25만 얼마를 결재한다고.
뭐 25만원이나? 내 서울에 있은 게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이렇게 많이?
어떻게 된건가 카카오뱅크에 전화를 거니 대기자가 20명이 넘는다며 그 흉물스런 음악 카. 카. 오. 뱅. 크 만 계속 틀어준다.
한뼘 통화로 바꿔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 결국 그 마귀음악에 미쳐버릴 것 같아 끊어버렸다.
인터넷에 들어가 사용내역을 알아보려는데, 시시콜콜 개인 신상정보를 요구해... 끊었다.
혹시나 하고 휴대폰으로 카카오뱅크에 접속해 서비스 항목들을 뒤져보니 교통카드 사용내역 조회가 가능하다. 그러면 그렇지.
신기하다. 이 정도면 어디가서 무슨 나쁜 짓을 하고 다니더라도 시간별 행적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이건 완전히 행적추적 감시카드.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내릴 때 카드 찍기를 잊은 곳도 나오고, 그럴 때는 '가끔' 더블 액수가 찍혔다. 허, 내릴 때도 꼭 찍어야 하는구나.
어쨌든 대충 회수를 따져 단가를 곱해보니 거의 액수가 맞아들어간다.
그렇구나. 내가 서울 생활을 한다면 교통비가 제법 나가겠구나.
시골에 살고 있는 거 참 다행이네 생각하며 앱을 닫는다.
한참 다른 일을 하는데, 다시 궁금해진다.
거꾸로 생각해서, 열흘 동안에 25만원이라면 하루에 2~3만원? 정말?
다시 앱에 들어가 사용내역을 다시 확인해보니 분명 내가 탔던 버스노선 들이다. 다른 것은 들어있지 않다. 맞다.
허 그거 이상하네. 이 정도면 학생이 둘 정도 있는 부모는 얼마나 허리가 휠까.
우리 옆집 아이들은 승마에 바이올린에 다 이곳에선 무료인데.
어쨌든 잘못된 것이 없으니 수긍할 수밖에.
다시 하던 일을 계속하는데, 참 이상하다. 그래도 그렇지 하루에 2만원 꼴로 썼다고?
그럼 차리리 택시나 타고 다니지 왜 그 마음에 들지 않는 꼴 많이 봐야만 하는 버스를 타고 다녔지?
다시 또 같은 검토 과정. 틀림없다. 합계가 맞다. 모르겠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세상이 원래 그런 건지.
...
몇 시간이 지난 후 다시 궁금해진다. 이건 아니다. 분명 어딘가 잘못 되었는데.....
다시 본다. 지난 달 카드 사용 내역을. 장 보고 음식점 가고 그랬는데 이 액수. 내가 서울에 살았더라면 교통비만...? 허~ 참 내.
....
또 몇 시간. 이젠 밤 늦은 시간.
또 다시 앱으로 들어가 보니 25만원이 아니라 2만5천원. 오잉?
눈으로 보는 것 따로, 눈에 보이는 것 따로. 전에부터 있던 증세? 새로 생기는 무슨 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