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뒤덮고 있는 비트코인 광풍. 그저 미친 자들의 향연이겠거니 그렇게 폄하하고 무시해버릴 일이 아니다. 모든 열풍에는 그 바탕에 깔린 무슨 이유인가가 있는 법. 잠 오지 않는 이 밤, 이 생각 저 생각, 횡설수설, 그런 식의 ‘생각의 흐름’이 길게 길게 이어지니 할 일 없는 사람이 아니면 떠나기 바람.
비트코인이니 이더리움이니 하는 것들을 통칭 가상화폐 또는 암호화폐라 하고 실제로 이것들을 결제수단으로 인정하는 비즈니스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런 곳에 쓸 ‘화폐’를 얻기 위해 이렇게 난리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유통수단’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자산’, 즉 싸게 사서 비싸게 처분, 차액을 챙기는 그런 대상으로 말이다. 하지만 왜 달러도 스위스 프랑도 아니고 하필 비트코인일까. ‘종이 화폐’의 문제점은 누구나 알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정부 때 부동산 경기를 살리려 ‘돈’을 마구 찍어냈지만, 이건 '표'를 의식해 다음 선거에도 지지 않으려 애쓰는 위정자들이 다스리는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 걷잡을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닥쳐올 것인지 아니면 하이퍼인플레이션까지 될 것인지 그저 운명에 맡길 뿐이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어떤 ‘정부’나 어느 ‘중앙은행’이 발행한 것도 아니고 또 어느 믿지 못할 개인이 찍어 돌리는 그런 것도 아니다.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닉네임의 사람이 (그가 누구인지 모른다. 단지 암호학자 아닐까 하는 추측만 있을 뿐.) 그 개념과 기본원칙을 제안했는데, 마치 금을 채굴하듯 ‘힘들게’ 암호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어내야하는데 그 총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되어 있다고 한다. (최소 거래단위가 소수점이하 8자리까지 가능하니 2100조의 ‘알갱이’ 거래가 가능.) 비트코인에는 또 하나의 매력 포인트가 있는데 그것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허~. 은행도 없이? 뭘 믿고.” 이 시스템에서는 그 거래 원장이 은행에서 집중관리 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에 접속된 거래자 누구나 감독 확인하고 그들 과반수의 승인이 있어야 거래가 성립되는 ‘분산원장’이라는 개념을 쓴다. 해킹의 관점에서 어느 한 곳을 집중 공략하면 되는 은행의 경우와는 달리 그 수많은 컴퓨터를 동시에 뚫어야 하는 이쪽이 훨씬 어려운 상대이니, 이 분산원장 기술엔 기존 금융기관도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그뿐 아니다. 매력 포인트가 하나 더 붙으니 바로 ‘익명 거래’의 가능성. 여기에서는 암호키만으로 거래가 가능하고 그것이 어떤 기관을 통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거래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는다. (익명거래를 꼭 범죄 행위와 연관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사실 개개인이 어떤 거래를 하건 그건 사생활, 꼭 국가가 알아야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본인권의 관점에서도 말이다.)
문제가 있는데, 이런 ‘이상적’ 화폐가 통용되기 시작하면 ‘권력체계’가 흔들린다는 것이다. 통치수단의 하나인 화폐발행권 그것이 우습게 되는데 정부가 가만있겠는가, 또 사회 전반에 걸쳐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각종 금융기관과 소위 ‘엘리트’들도 이런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을 손 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 중국에서는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시켰고, 우리나라도 곧 대책을 내놓는다고 하는데, 재미있는 것은 일본이다. 이들은 분산원장기술이 4차 산업 전반에 (4차 산업이 무엇인지 그 누구도 정확한 정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엄청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 하에 그 기술을 선도할 목적으로 가상화폐의 거래를 이미 합법화해 놓았다. (다른 설에 의하면 중국인들의 막대한 도피자금을 흡수할 목적으로 그랬다고도 하고.) 하긴 이들이 개입이 없어도 광풍은 사그라질 것이다. 어떤 거품도 꺼지게 돼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사실 이 비트코인에 문제가 없는 것도 아니니, 바로 내재가치다. 편의성 희소성 또 무슨 특징 등 아무리 들먹여도, 더 강력한 다른 가상화폐가 등장, 쪼그라들게 되면 그때는 사람들이 비트코인 그 자체가 그저 컴퓨터 속에 있는 0이요 1일 뿐이라는데 허망함을 느낄 것이고, 극단적인 경우 그 가격은 제로를 향할 수도 있다. ‘내재 가치가 있는 화폐’ 그런 것은 없을까? 있다. 아니 있었다. ‘예전’에는 달러도 금이었다. 금화 은화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종이달러를 가져와 금으로 바꿔달라면 은행은 ‘무조건’ 바꿔줘야 했다. (예전에는 그랬는데, 1929년 경제대공황 이후 너도나도 달러를 금으로 바꿔가는 바람에 1934년 루즈벨트 대통령이 개인의 금 소유를 불법으로 선포했고, 다른 나라 정부의 요청에 의해서만 달러를 금으로 바꿔줬다. 그런데 과다한 전쟁비용과 무역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이 돈을 마구 찍어내는 것을 본 드골이 달러가 생기는 족족 프랑스로 금을 빼가고 그것이 알려지자 런던 취리히 등 국제시장에서 금 시세가 폭등,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닉슨이 ‘당분간’ 태환화폐 기능 정지를 선언했는데, 그 ‘당분간’이 그때 1971년으로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1온스 당 35불이었던 ‘교환비율’이 지금은 1천 몇 백 불로 올랐고 당시 1:4였던 달러/스위스 프랑 교환비율이 지금은 1:1로 떨어진 상태다. 미국인들 개인의 금소유가 다시 허락된 것은 1975년에 이르러서다.)
있다. 내가 찾던 그런 곳 비슷한 곳이 있다. GoldMoney.com이란 은행이다. 이들은 고객이 입금하는 만큼의 금을 확보, ‘전 세계’의 비밀장소에 분산 보관, 믿을 만한 기관의 실사를 통해 그 상태를 검증받는다고 한다. 그런데 사실 이런 금 보관 대행업은 스위스와 캐나다를 비롯해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곳에 있어왔다. 이 ‘뱅크’가 표방하는 것은 보관뿐 아니라 편의성의 제공이다. 즉 자기들 은행의 선불카드를 다른 일반 은행카드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 차이점은 그 입출금 내역이 달러가 아니라 금 몇 온스 이렇게 원장에 기록되는 것이라고 한다. 또 있다. 은행 고객은 세계 어느 곳이든 현금은 물론 현물 금을 보낼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수수료는 1%에 그친다고 한다. 이쯤 되면 흥미가 생겨 그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고객이 맡긴 금액이 이미 20억불을 넘어섰다고 한다. 등록지를 찾아보니 캐나다 토론토, 구글맵으로 본사 있는 곳을 들어가보니 영국과 프랑스 사이 바다에 떠있는 아주 작은 섬, 그리 썩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어느 날 이들이 금을 들고튀었다거나 장부를 조작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어쩌지? 그래도 어쨌든 화폐의 가치가 떨어져도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내 재산을 ‘금’으로 보호할 수 있는 그런 비슷한 형태는 발견한 셈이다. (이 금의 한정성은 비트코인의 그것과 크게 다르다. 비트코인은 ‘수많은’ 다른 가상화폐의 일종일 뿐이고, 그 ‘지속성과 패권’을 누가 보장하는 것도 아니지만 금과 은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온 ‘경쟁자 없는 귀한 재산’이다.)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금본위 화폐시스템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을까? 제임스 리카즈 같은 사람의 ‘어지러운’ 설명에 따르면, 금 가격이 온스 당 1만 불로 ‘제 가격’을 찾게되면 미연방은행이 보유한 8134톤으로도 금본위제가 가능하다고 한다. 또 하나 있는데, 인터넷에 떠도는 ‘괴담’에 의하면 또 한 번의 금융위기 후엔 중국이 ‘金으로 백업된 元화’를 선언, 화폐의 패권을 잡게 될 것이란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세계 최대 금 생산국으로 '추정'되는 이 나라에서 생산된 금이 아직까지 단 한 톨도 수출된 적이 없다는 것. 또 각국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하는 금 보유량은 중앙은행에 해당되는 것일 뿐, 사회주의 국가 이 나라의 금은 ‘각 국가기관과 군대조직’에 분산되어 있어,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혹자는 적어도 1만 톤 어떤 이는 2만 톤도 넘을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8134톤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많다. 빌 홀터 같은 이의 계산에 따르면 이 금은 이미 다 중국과 인도로 넘어가고 포트녹스는 거의 비어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이런 괴담들을 그저 다 허황된 이야기라고 지나쳐버릴 일은 아니다. 비트코인에 관해 지금의 상황을 예견한 내용도 몇 년 전부터 인터넷에 떠돌았다.) 하지만, 어쨌든, 거의 모든 일상용품을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또 만성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미국이 ‘자신들의 손발을 묶어놓는’ 금본위제를 택할 가능성은 없다.
갑자기 생각이 비트코인 거래를 합법적으로 허용한 일본에 미치며 섬뜩해진다. 혹시 이들이 내가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그런 은행을 만들려는 것 아닐까? 저런, 일본이 선수를 치기 전에 지금이라도 작전계획을 세워 우리가 먼저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미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는 우리, 그때의 금 모으기 운동. 이제 또 위기가 온다면?
이번엔 통화시스템 붕괴로 인한 전 세계의 위기가 우리까지 덮친다면 그때 우리는? 아니 우리만의 다른 변고가 생긴다면?
위키에 들어가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을 살펴보니, 1위 미국에 이어, 독일 3374톤, 이탈리아 2451톤 프랑스 2436톤 등 상위권에 이어 일본이 9위 765톤인데, 한국은 나오지도 않아, 다른 곳을 찾으니 34위 104톤이란다. 현 시세로 환산하면 대략 42억불 정도. 무역 강국을 자처하는 나라답지 않게 초라한 양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 때 그때, 한국은행이 금 시세 추이를 잘못 판단, 엉뚱한 타이밍에 귀한 외화를 낭비해가며, 비싼 가격으로 금을 사들였다고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금은 저축의 수단이 아니라 보험이다. 좀 비싸더라도 보험은 ‘늦기 전에’ 들어야한다. 지금이라도 '이 땅'의 금을 더 확보해놔야 한다. 그렇지만 또 금을 사들였다간 정부가 외화를 낭비한다는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무슨 다른 방법이 없을까? 이제 내 생각의 본론이 나올 차례다. 바로 우리 이곳 여기에서 금에 기반한 가상화폐를 발행하는 것. 그런데 비트코인처럼 알고리즘에 의해 그 총량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발행기관의 금 보유량에 의해서 그 양이 정해지는 시스템. 어떻게 보면 금본위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원화시스템을 뒤엎자는 그런 것은 아니고, 새로운 인터넷뱅크 설립을 허용해주어 ‘가능성’ 하나를 터놓자는 것이다. 이 은행이 할 일은 ‘될 수 있는 한 많은 액수’를 들여 금을 매입하고 (암호를 풀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과는 달리) 그 금에 해당하는 만큼의 코인 ‘예를 들어 C-coin 또는 K-coin’을 발행하고 그 후의 유통은 가상화폐답게 block-chain 방법을 따르도록 하는데(신속한 거래인증 작업을 가능케 하는 자발적 참여자들에게 비트코인에서와 같은 인센티브가 필요한데, 이 부분에 대한 생각은 아직 미진) 원장에는 금 몇 그람 이런 식으로 기록되도록 하는 것이다. 혹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가 이렇게 변신할 수 있을까? 가능성이 그다지 커 보이지 않는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거래가 은행을 통할 필요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이버머니의 특징인데, 그렇다면 이 은행은 뭘 먹고 살지?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은행은 위의 GoldMoney.com처럼 수수료 수익을 통해 사업 확장을 꾀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금 확보를 위해 ‘뜻 있는 시민’들이 나선 그런 모양새라야 한다. (물론 자회사로 금 거래 회사를 만들어 금 확보에 융통성을 더하며 그곳에서 수익을 겨냥할 수 있기는 하다.) 어쨌든 이 은행이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임한다면 ‘익명 거래’의 편리성으로 코인의 유통량이 늘어나고, (정부도 ‘큰 뜻’을 고려, 어느 정도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또 그 백업 자산인 금 거기에 착안하는 사람들은 재산보호 목적의 보험삼아 구입량이 늘어날 것이고, 새로운 구매층이 형성되는 만큼 계속 금을 구입해 이 은행에 쌓이는 금의 양이 늘어나면 그것은 결국 위기 시 우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사족으로 덧붙이자면 이 금을 군대가 지켜줄 수는 없는 일이니 해병전우회나 특전사전우회 그런 곳에 맡기고, 또 그 금의 audit는 신뢰성 있는 한국은행이나 조폐공사가 맡고.... )
‘구름 잡는’ 생각은 이쯤하고, ‘나’라는 개인들이 당장 부딪칠 문제에 대해 생각해본다. 언제 닥쳐올지 모를 ‘화폐 시스템 몰락의 블랙 무슨 데이’ 그날에도 내 재산을 굳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시중은행들이 운용하고 있는 골드뱅킹. 원화로 예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금 몇 그램으로 원장에 기록되는 그건 어떨까.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이건 아니다. 그들이 실제로 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금에 해당하는 증서’를 발행해주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미국 선물시장에서 돌아가는 금 시세를 바탕으로 만든 파생상품으로 실물 금과는 아무 상관없고, 또 실제로 위기가 닥치면 연기처럼 사라져 재산 보존은커녕 날리기 쉬운 방법이다. 그렇다면 아예 실제로 금을 사 두는 것은 어떨까. 확실한 방법이다. 하지만 컴퓨터 해킹보다 더 무서운 것은 칼 들고 나타나는 강도. 생명까지 걸어가며 금에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은행의 대여금고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건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 보듯 위기가 오면 우선적으로 국가에 압수당하게 되니 헛수고 되기 십상이다. (아르헨티나 영화를 보면 위기 때 군대가 제일 먼저 출동하는 곳이 은행의 대여금고다. 귀중품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부유층의 재산을 압수하기 위한 조치다. 미리 빼돌리면 될 것 아니냐고? 위기는 예고하고 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번개처럼 들이닥친다. 내가 ‘먼저’ 도착했다고 생각해봐야 그곳은 ‘상부 지시’에 의해 굳게 잠겨있고, 공무원 입회하에야 열쇠를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미국 곳곳에는 금융기관이 아닌, 비밀 보장 제3의 장소에 금고를 빌려주는 사설기관들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아니 적어도 ‘성업 중’이라고 광고들을 한다.)
모르겠다. 큰 그림은 큰 그림이고 당장 나와는 상관없는 일,
이제 날이 밝아오고 있다. 금은 무슨 금. poor man’s gold라는 silver, 은수저 한 세트나 사러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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