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비트코인, 블록체인

뚝틀이 2017. 12. 12. 00:50

비트코인 광풍. 급기야 금융감독원이 비트코인 거래의 전면금지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 조치는 자칫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의미를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공유원장'이라는의역이 더 나을 수도 있음) 관리라는 신기술의 싹을 자르게 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전에 옆지기에게 설명했던 내용을 여기에 보완 정리해본다.

 

현대인의 경제생활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은 금전거래, 가장 확실한 방법은 AB가 만나 직접 이란 실물을 주고받는 것이겠지만, 언제나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니 인터넷으로 보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그런데, 여기엔 일반적 데이터 전송과는 달리 이라는 문제가 있으니, A원본을 보내야지 단순히 복사된것을 보낸다면 이것을 돈 거래라고 할 수는 없는 일, 따라서 믿을 수 있는 중개인의 필요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은행이라는 믿을만한 기관A로부터 을 받고 이 B에게 전달해주는 방법이고, 이것이 현재의 송금시스템이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의 관점에서는, 특히 해외송금의 경우 극명하게 느껴지듯이, 불만점이 존재하는데, 우선은 그 돈이 그 기관 내부에 머무르는 시간생각보다 너무 오래걸린다는 것이고 또 그들이 떼는 수수료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멋진 은행 건물, 화려한 인테리어 또 그 안에서 움직이는 말끔한 차림의 직원들 이들에게 지불되는 비용은 영업이익으로 충당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에 관해서는 더 근원적인 문제가 있으니 바로 돈의 가치라는 관점이다. 예전에 진짜 금으로 유통되던 시대, 금이 돈인 이유는 그 원래가치의 귀함때문이었다. 역사는 말한다. 로마 말기 위정자들은 전쟁비용 또 통치자금을 마련하려 금의 함량을 10%까지로 줄인 화폐를 발행하다 신용 증발국가 증발을 맞았고, 강대국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후 그곳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금의 늪에 빠져 역설적으로 그 희소성을 희석시키며 몰락의 길을 걸었다고. 그 역사가 반복되는 형태가 지금도 나타나고 있으니, 연방은행이 찍어내는 엄청난 양새로운 금금쪽같던 종이돈 달러의 가치는가 흔해빠진 달러로 전락하며 인플레이션 심지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위험성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 불상사가 아직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은 이 새로 찍혀 나온 돈이 아직은 그 돈을 만질 기회를 누리는 특별한 계층에게만 머무르며 월스트리트라는 투기판안에서만 돌고 있기 때문이다. 어디 미국 또는 유럽 등 먼 나라의 얘기뿐이랴. 이 땅에서도 다를 바 없으니, ‘거의 공돈인 초저금리 자금을 누릴 자격을 갖춘 자들이 앞 다퉈 투기판을 이루는 현상을 곳곳에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다 이제 화폐의 유통속도가 높아지며 나타날 필연적 태풍그전의 고요함일 뿐이다.

 

이 두 가지 문제점, 즉 권력층의 입김에 따라 이루어지는 화폐가치의 무제한 희석현상금융기관의 독점적 권리와 피하는 방법은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 가상화폐고 그 대표주자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가상화폐의 공통적 목표는 알고리즘 상으로 보장된 총량 제한이고 또 그 화폐를 얻는 과정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가상화폐의 특징을 강조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 ‘digital GOLD’란 바로 이런 희소성 유지의 관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현재 집권자들의 흥취에 따라 그저 ‘out of thin air’ 무조건 찍어내기만 하면 되는 그런 화폐, ‘그 어떤 것(예를 들어 금이나 은)으로 뒷받침됨 없이 단지 국가권력의 명령fiat에 따라 사용될 뿐인 종이화폐 currency’의 문제점을 피하는 방법으로 이상적이지 않은가.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어서 암호를 해독하여 코인을 얻어내는 채굴mining 과정을 거쳐야 코인을 획득할 수 있는데, 채굴을 하면 할수록 수학문제와 암호의 난이도가 상승해 그 발행량이 점점 줄어들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분산 원장’이란 단순화해 표현하자면 민주적 집단관리 장부시스템이라고 하겠다. 장부란 그 개개화폐의 이력을 기록한다는 것이고, 민주적이란 은행 같은 권력독점기관에 의존하지 않고, 집단적이란 수많은감시의 눈을 둔다는 것이다. 고객의 입출금 내용이 기록되는 원장, 현재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이 원장이 본점과 같은 집중소에 보관되고 관리되고 있다. 사람들이 대형은행을 선호하는 것은 그곳의 원장관리의 정직성을 믿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만약 이 원장이 해킹을 당한다면? 그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 방글라데시 중앙은행이 미연방은행에 맡겨두었던 거액의 예금이 사라져 서로 네 탓 내 탓한 것이 얼마 전이다. 분산원장기술이란 그 원장을 집중소가 아니라 고객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관리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모든 사용자는 10분에 한 번씩 그 사이의 거래 내역이 기록된 장부를 나눠 갖는데, 이 시간단위에 한 번씩 만들어지는 암호화된 거래내역의 묶음을 '블록'이라 하고, 이 블록이 사슬처럼 엮여있다고 해 이 기술을 블록체인이라고 부른다. 화폐거래의 중심은 검증, 현재의 집중관리 시스템에서는 해킹의 위험이 상존하지만, 여기에서는 이 공공거래 장부가 수시로 대조되어 수많은 곳에 깔린 검증 컴퓨터 과반수의 동의(일종의 합의 consensus 메카니즘)가 있어야 유효한 내용으로 기록된다. (물론 이 확인 작업이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루어지것은 아니다. 이들에게는 선착순의 개념도 곁들여 '채굴'과는 별도로 인센티브로 비트코인이 제공된다.) 해킹으로 이를 변조하려면 이들 중 50% 이상의 곳에 동시에 들어가야 하니, 사실상 원장관리의 안전이 보장되는 셈이다꼭 금융거래에서뿐만 아니라 이런 분산원장 기술은 그 확장성이 '무궁무진'하여 금융거래뿐 아니라, 스페인 선거 투표시스템에도 이미 도입되었다고 하고, 미국의 몇 몇 가수는 이런 시스템에 의해서만 자신의 노래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주식 또한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고 개인과 개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비트코인에 대한 나의 생각은 이렇다.

비트코인은 아무 것으로도 받쳐지지 않은 허상이요 사기라고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화폐의 바탕은 신뢰, 예전에 조개껍질이 화폐였고 귀하게 생긴 돌이 화폐로 쓰였듯이, 교환하는 사람 사이에 그것에 대한 믿음이 있으면 그게 화폐다. 더구나 한정된 총량정부도 누구도 개입할 수 없는 이 한정된 총량의 개념, 금융기관을 통할 필요가 없이 개인과 개인 사이에 거래가 이루어질 수 있는 편리성, 이런 매력 덕분에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교환의 수단으로 존재할 것이다. 설령 기득권층 금융세력과 '융통성' 있는 화폐발행 권리를 놓치지 않으려는 정부의 압력에 눌려 지하경제에서만 통용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총량이 제한된다 하지만 그것은 비트코인 세계에 해당될 뿐, 그와 비슷한 원리의 다른 가상화폐가 얼마든지 쏟아져 나오며 경쟁자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이 근본적 우려다. 더구나 유통의 관점에서 총량제한이 꼭 매력적인 것만은 아니다. (19살 캐나다 천재소년이 발명한 이더리움과 같은 경우는 송금 환금성에 초점을 맞춰 이 제약을 많이 완화시켰다.) 지금까지 나온 가상화폐가 이미 700여 종에 이르고 또 앞으로도 계속 나올 텐데 아직은 비트코인이 그 대표주자인 셈이다. 또 원장관리의 관점에서는 완벽에 가깝다 하더라도 사용자 관점에서는 그의 느린 처리속도와 이론적 거래방해의 문제가 남아있다. 그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유저 프랜들리' 해시그래프. 이것이 도입되면 비트코인의 현 지위는? 물론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해킹의 위험성. 인간이 만든 어떤 것에도 허점은 있게 마련이고, 그 허점은 인간에 의해 뚤리게 돼있다. 얼마 전 일본의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가 파산했는데, 해킹에 의해 거액의 비트코인을 도난당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개인에 있어서야. 또 다른 위험성은 랜섬웨어. 예를 들어 어느 누가 랜섬웨어를 깔아놓고 기관전체의 완전스톱을 위협한다면? 그보다 더 단순히, 누가 스파이웨어를 깔아놓고 내 손동작을 일일이 살펴보고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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