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비트코인은 허상.

뚝틀이 2017. 12. 24. 05:33

며칠 전에 올린 암호화폐 리스트에 들어오는 방문자들, 분포를 보니 주로 20~30대이고 남녀 골고루 퍼져있다. 이해가 간다. 이제 비트코인 판에 뛰어들기는 늦었으니, 다른 것 뭐 없을까 찾아다니는 심정. 상대적 박탈감. 몇 퍼센트로 따지기보다는 몇 십 몇 백 배가 관심인 이런 투기 아이템이 과거 언제 있었을까.

 

비트코인의 매력, 우선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나라마다 윤전기 돌리며 찍어내는 종이화폐, 불 보듯 빤한 인플레이션의 위험성, 그에 비해 2100만 개로 총량이 제한되고 중앙정부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화폐’, 비트코인. 정말 매력적이다. 또 안전한 장부관리. ‘믿지 못할금융기관이 아니라 분산장부 개념으로 모두가감시하는 장부. 맞다. 매력적이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 더구나 익명으로 세계 어느 곳으로든 돈을 보낼 수 있고 또 받을 수도 있는데, 그 처리가 신속할 뿐 아니라 수수료 또한 저렴하다는 것. 맞다, 맞아. 정말 매력적이다.

 

이제 여기에 를 대입해 본다.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 꼭 비트코인만 있을까? , 내가 송금 환전 할 일이 얼마나 있다고 이런 고공행진의 가상화폐에 매달려야할까. 사실 몇 년 전 비트코인에 대한 강력한 권유를 받은 적이 있었다. 후회가 된다. 왜 그 말에 따르지 않았지. 하지만, 또 다른 한편, 그렇지도 않다. 그때 비트코인을 마련했었더라도 아마도 이 광풍 초기에 이때다 하고 다 팔고, 지금쯤 왜 그리 일찍 팔았지 하는 후회가 훨씬 더 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 왜 비트코인을 허상이라 판단했는지,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선, 제한된 총량. 그런 아이템은 많다. 기념우표나 기념주화도 있고 아예 금화 은화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난 총량이 몇 개요 난 몇 개요 하는 아이템은 이 세상에 널려있고, 그것들의 총량은 무한대로 향할 수 있다. 결국은 내재가치가 있는가 하는 것인데, ‘종이화폐에 내재가치가 없듯, ‘컴퓨터 속의 코드에 내재가치가 있을 수는 없는 일. 금화를 사놓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또 안전한 원장관리 Distributed ledger의 개념. 그런데 이것은 비트코인의 그 자체의 특성이 아니라 그와 전혀 독립적 개념인 블록체인의 속성이다. 이 개념에 바탕을 둔 수많은경쟁화폐가 나오면 비트코인은 그들 중 하나일 뿐이다. 사실, 암호화폐의 종류는 이미 1200여 종에 이르고, 앞으로도 계속 더 쏟아져나올 것이다. 그보다 더 맹점이 있으니 바로 비트코인 게임방법. 이 분산원장에 기록되려는 데이터는 수많은 검사원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하는데, 물론 자원봉사가 아닌 이들에게는 어떤 형태로든 보수가 따라야하는데, 현재는 선착순개념의 인센티브로 비트코인을 주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컴퓨터 잔뜩 들여놓고 작업하는 사람들도 이 인센티브를 노리는 것인데,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2100만 개의 비트코인이 다 차면(현재 2100만 개 중 80% 채굴 완료), 그때는 누구 을 뜯어서 이들에게 주지? 그보다 더한 근본적 관점. 인간이 만든 어떤 것에도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고, 해킹의 대상이.

 

더구나, 블록체인 기술자체도 도전의 대상이다. 실제로 송금을 해 본 사람들의 경험에 따르면 신속하다는 것이 몇 시간이고 다음 날처리되기 일쑤란다. 또 어떤 이의 이론에 따르면 블록체인 화폐가 일상생활에 쓰이려면, 그때 'distributed consensus'의 형성 과정에 컴퓨터들이 소모하는 전력량이 전 세계의 발전량으로도 모자라게 된다고 한다. 블록체인 기술보다 처리속도도 몇 백 몇 천배 빠르고 계산 부담도 무시할만하다는 해시그래프 테크닉을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주장이다. 지켜볼 일이다. 물론 블록체인보다 또 해시그래프보다 더 매력적인 개념이 나오는 것 또한 시간문제일 뿐이다.


여기에 '권력 문제'가 더해진다. 발권력의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어지는 정부, 각종 이권을 상실하게 되는 금융기관, 이들이 크립토커렌시가 '날뛰는' 꼴을 보고만 있겠는가? 그 첫단계가 선물시장이다. CME에 올랐다는 것이 이들 화폐가 제도권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라고? 천만에. 오히려 '대규모 자본의 횡포' 그 품속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다. 실물도 없이 대량의 매도주문을 내 가격을 초토화시킬 수 있는 그곳, 이제 그들 마음대로 가격조작이 이루어진다. 그꼴을 당하고 있는 대표적 예가 바로 금이다.  

 

몇 가지 내 생각을 넣었지만, 그렇다고 비트코인이 사라진다는 그런 주장은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매력 포인트들, 문자 그대로 유효한 관점들이고,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존재를 계속할 것이다. 문제는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것이 지금의 투기광풍을 합리화할 수 있을 만큼 그런 정도는 아니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