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눈이 온다

뚝틀이 2018. 2. 3. 08:48

답답해, 허전해, 뭔가 텅 빈 것 같다. 출출하다. 24시간 해장국집에나 갈까? 짙은 어둠. 어? 날이 밝을 때가 됐는데.

유리창에 손을 대고 봐도 캄캄, 외등을 켜고 내다보니 바닥을 살짝 덮은 눈. 옅은 눈발. 

이 정도면 뭐, 조심조심 내려가면 되지 뭐, 생각하는데 등에 진땀이 나는 느낌.

얼마 전. 차가 이리 쭉 저리 빙글... 밀리고 돌던 그때.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어찌 될지 모르던 그 상황. 아찔, 아서라. 아서.

그래도 머리를 점령해버린 해장국 생각, 벌써 머릿속에 스며드는 그 집 주방에서 풍겨나오는 악취 비슷한 향기. 피곤에 절은 손님들 모습.

장면이 바뀐다. 날 새기를 기다렸다 어둠이 걷히는 '순간' 케이블카 선로를 건너지르며 찾곤 했던 샌프란시스코 그 집. 

에너지 넘치는 모습으로 내 앞 카운터에 베이컨, 소시지. 또 가끔 클램차우더를 내놓곤 하던 그 해병대 출신.

어느 날, 종업원이 세금 탈루 내역을 밀고해 문을 닫게 되었다며, 슬픈 눈으로 노래방이나 같이 가자던  동갑내기 그.

여기선 그곳 그 맛을 찾을 수 없어, 아예 이곳에 내가 그런 집 하나 차리면 어떨까 그런 생각까지 했었지.

평창올림픽, 외국에서 온 사람들, 이국 풍경 즐기다가도 아마 음식 때문에 고생께나 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코리아는 다 좋은데, 음식 하나는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날이 밝아온다. 약한 눈발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아니 그 사이에 변했나, 펑펑 내린다.

다시 유리창으로 다가가 밖을 내려다본다. 눈이 쌓였다. 많이 쌓였다.

눈이 문제가 아니다.  blizzard. 이 바람에 나섰다간....

머릿속을 맴도는 Franz Kafka의 Ein Landarzt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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