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이 부리는 것은 백성뿐. 민심이 붙좇으면 만세토록 군주이지만 민심이 떠나면 필부가 되는 것. 임금과 필부의 사이는 머리카락 차이로 떨어져있을 뿐이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시습(p.255)
“최고의 정치는 백성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 이익(p.194)
“자기 당이면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도 관중이나 제갈량처럼 여기고, 자기 당이 아니면 그 반대로 한다.” 이익(p.196)
“백성이 물과 같다는 말은 예로부터 있어왔으니, 백성은 임금을 받들기도 하지만 나라를 엎어버리기도 한다. 한 아낙의 하소연이 처음에는 하찮지만... 조식(p.36)
역사의 한 시대에 자신의 뜻을 펼 날을 기대해보기도 하지만, 옳지 않은 상황전개를 맞으면 ‘날 죽일 테면 죽여라.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그른 것은 그른 것이라는 내 생각엔 변함이 없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은 역사적 인물 35인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두 가지 면에서 마음에 와 닿는다.
첫째, 혹시 딱딱한 사료로 가득 찬 일화모음집 그런 성격의 책이 아닐까하던 걱정이 기우였다는 점이다. 시원시원한 필치에, 마치 여러 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 같아, 마지막 페이지에서 손을 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가 없었다. 공부하듯 읽는 책이라기보다는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둘째, 그 흔한 식자들의 잘못. 이야기가 좀 진행되다가, 교훈적 해설이 튀어나오는 것 아닐까하던 그런 걱정도 역시 기우였다는 점. 정통 사학자 이덕일(불행히도, 그가 대학에 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매스컴에서는 가끔 ‘재야사학자’로 분류되기도 함)의, 당위성은 당위성이고 현실은 현실이라는, 역사인식의 깊이 때문이리라.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대적으로 당파싸움이 치열하던 조선시대 특정 시기에 이야기가 몰려 있는 것이라고나 할까.
책을 읽는 내내, 책 내용과는 상관없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생각 하나. 먼 훗날 누가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 대한 ‘역사적 관점’에서의 이야기를 쓴다면, 愚民을 다루듯 편향된 보도와 멋대로의 해석으로 ‘주어진 자유에 역행하는’ 언론매체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를 곁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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