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대국굴기'

뚝틀이 2009. 1. 1. 20:50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책을 읽지 않으면, 그것이 교묘한 상술 탓인 줄 알긴 하지만, 무엇인가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다. 대국굴기. 중국중앙방송의 기획물로 만들어진 프로가 교육방송을 탔다는데 이것까지 놓쳤으니, 취미가 역사책 읽기라고 할 정도로 푹 빠져있는 ‘내 분야’에 무슨 큰 구멍이라도 뚫린 것 같아, 또 비교적 객관적 시각으로 제국사를 재조명했다는 언론의 평을 믿고, 서점을 찾았다. 아니나 다를까. 화려한 겉장의 주인공이 일등석 진열대의 황금자리에 앉아 들어오는 손님들의 손을 이끈다.

스페인/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을 분석 대상국으로 선택하고, 중국내 해당국 전문가에 의뢰해, 이들 나라들이 어떻게 한때나마 세계를 주름잡게 되었는지를 분석한 내용을 실은 책이다. 산업과 국부라는 관점에서 쓴 책답게 기존의 역사책과 달리 여러 통계자료를 집어넣었다는 것이 좀 색다르다면 색다르다고 하겠다. 또 과정의 중간 중간에 결과론적 관점에서의 설명을 삽입한 것 역시 이채롭고.

매스컴에 방영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자료를 정리한 이상, 설득하려는 메시지가 없을 수 없고, 따라서 객관적 서술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교화목적의 복선을 깔아놓은 설교집 성격이 짙게 배어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해양강국의 출발시기인 미 대륙 발견 당시 중국의 국력이 유럽 어느 나라 못지않았는데, 어떻게 하다 중국이란 나라가 세계사에서 능동적 역할 한 번 못해보고 낙후되게 되었는지, 이제라도 중국이란 대국으로 성장하려면 이들 나라의 어떤 점을 배워야하는지를 빗대어 설명하는 그런 책 말이다.
‘대국으로 일어나기’ 즉 굴기에 책의 초점을 맞추다보니, 서양역사의 특이점인 민족의 이동/문화의 교류와 융합/왕권과 귀족 또 민중의 갈등에 의한 필연적 흐름이란 동영상 대신, 마치 몇 편의 에피소드와 정지화면 보여주고 “알았지! 뭐 느끼는 것 있어?” 하고 다그치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것이 한계라고나 할까.
비록 일반 역사책과는 그 출발점부터 성격을 달리하지만, 현대 사회를 이해하는 상식 수준의 백그라운드를 마련하기 위해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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