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perium. 대제국의 멸망 위대한 인물의 몰락이라는 것을 출발관점으로 역사적 사실을 돌이켜본 이 책. Hans Huf의 나일제국 이집트 편, Mattias Unterburg의 페르시아 편, Georg Graffe의 카르타고 편, Guenter Klein의 로마 편. 이렇게 네 사람이 각자의 전문 역사대상국을 다루었다. 이태 전 이 책을 읽을 때는 혹 너무 전문적 내용의 논문집을 잘못 산 것 아닌가할 정도로 구름 잡는 느낌밖에 주지 않았던 이 책이 이번에는 마치 추적 60분 프로그램을 보고 있듯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아마도 역사와 종교를 흐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던 최근 나의 흥미작업과 그 기본 방향이 일치해서 받게 된 느낌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승자의 기록에 의해 전수되어온 역사에 대한 보편적 이해가 과연 패자의 입장에서 본 사실과도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근본적 물음이 항상 바탕에 깔려있기에, 또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논거와 증거를 마치 기자가 미스터리 사건을 추적해나가듯이 들이대기에, 이야기의 흐름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토록 수모를 안겨준 페르시아 사람들을 어떻게 해서든 깎아내려야하는 입장에 있던 그리스 사람들의 기록이 어찌 객관적일 수 있겠는가. 또 카르타고에 관한 내용 역시 철저히 로마인들의 기록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들 승자의 문명과 문화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오늘날의 서양사회에서 이 패자 폄하 왜곡의 내용이 거리낌 없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불공평한 것 아닌가. 마치 그 나라 사람들이 다시 살아나 알려진 역사에 대해 반기를 들며 외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거의 학위논문의 성격에 가까우리만치 방대하게 수집된 자료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치밀한 분석에 절로 고개가 끄떡여지곤 한다.
하지만 죽은 자 말이 없듯이 패해 사라진 민족에 무슨 말이 있을 수 있겠는가. 역사 역시 한 편의 비극이자 희곡과 다를 것 없으니.... 이쪽의 입장에서 그렸건 저 편에 서서 그렸건 사실은 언제나 하나. 어디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완전한 몰락의 일보 전에서도 끝까지 힘을 합쳐 마지막 한 방울의 가능성도 놓치지 않고 매달린 그리스인들의 자존심과 단결력 로마인의 끈기와 패장에 대한 관용과 전폭적 지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의 평온이란 바로 이런 모래시계의 목줄을 통과하는 비장함 후에 누릴 수 있는 것 아닌가.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보답이 어디 로마와 그리스에게만 있을 뿐인가. 역사보다 더 직설적인 일기장이 또 어디 있을까.
이집트와 로마에 대한 부분은 일종의 서사시. 사치와 무절제가 강대 제국 멸망의 원인이었다는 보편적 이해는 자기 시대의 사회현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하는 역사학자 의도적 이중성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고, 분에 넘치는 규모의 조직을 유지하기위한 오리지널멤버의 오만과 방심 또 그 수적 열세(중간 중간에 자주 등장하는 이민족 황제와 오히려 그들에 의해 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곤 하는 제국의 모습)에 따르는 필연적 결과라는 기본 설명방향 역시, 비록 페르시아나 카르타고 편의 저자가 지나칠 정도로 검증과 객관성을 강조한 것과는 크게 대조적 되게 감성적 분위기가 강한 흐름으로 설명되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읽는 재미가 배가되지 않았던가.
어쨌든 제국과 인물의 몰락이라는 결과적 관점으로부터 역추적하면서 써 나간 이 임페리움의 두 번째 독파는 오랜만에 나에게 묵직한 즐거움을 선사한 글자와 문자 그리고 생각의 그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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