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하지 않은 일을 해본 사람을 전문가라고 하던가. 너와 지붕을 올려본 경험이 있다는 전문가를 모셔온다. 대체인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그가 하는 일을 좀 과장해서 표현한다면 지붕에 앉아 경치 즐기며 옆 사람과 한담을 나누다 가끔 생각나면 몇 개의 너와를 자르고 박는다. 그렇다고 품질이 거기에 따라주는 것도 아니었다. 높은 곳에서의 위험한 작업이라는 것만 빼고는 자기도 그보다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그 정도다. 내일이면 끝나겠지 하는 기대는 매번 무너지며, 일은 그다음 날에도 또 그다음 날에도 계속된다. 그가 처음 이 지붕을 보면서 얼마를 받아내야겠구나 하고 정한 액수가 있으면. 그 액수의 인건비가 쌓일 때까지 일은 계속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전문가들이 도급이건 일당이건 상관없이 만드는 방법이다.
어쨌든 지붕 씌우기는 끝나고, 이제 테라스 작업으로 들어갈 차례다. 테라스 작업에도 그가 전문가라니 어쩌랴. 그가 하는 일을 보고 N이 경악한다. 그가 이렇게 놀란 적이 또 어디 있었던가? 잠깐 사이에 목재더미가 사라져버린다. 거실 둥근 지붕위로 가발 심어놓듯 나무를 세워놓고, 칼 휘두르며 무 베어내듯 싹둑싹둑 잘라내 버린다. 설마하며 N이 자기 눈을 의심해보지만 이건 분명 실제상황이다. 위아래 테라스는 물론 집 앞 파고라에까지 쓰려고 멀리 청평까지 가서 운반해온 목재더미가 위 테라스에서 동이 나고 있다. 전문가? N이 초기에 묵곤 했던 그 펜션 주인부부의 말이 생각난다. 목수로 일하러 왔던 사람 잘랐더니, 그 다음 어느 날 잡부로 일하러 왔더라고. 미안하지만 내일부터는 나오지 말아달라고 공손히 이야기하는 N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또 하나의 전문가에게 N이 완전히 당한다. 이 근처에서 황토벽돌 쌓기의 최고 권위자라는 R을 모셔온다. 이 사람 일은 성실함 그 자체다. 하루 종일 묵묵히 일하는 모습에서, 쓸데없는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수 일하는 사람 휘어잡는 모습에서, 비록 그 일하는 속도는 맘에 들지 않지만, N은 R에게서 권위자의 풍모를 본다. 그렇게 감사하는 마음에서 깍듯이 어르신으로 모시며 그 안쪽 시내까지 그의 퇴근길 위한 운전까지 마다않는다.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며칠이 지나자 황토벽들이 기울고 뒤틀리기 시작한다. 도로 쪽 외벽은 금방이라도 넘어갈듯하여 긴급 조치까지 취한다.
전문가란 무엇인가. 어떤 분야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 아닌가. 건설현장의 전문가에겐 또 하나의 능력이 있다. 바로 건축주를 다루는 기술. 전원주택을 지어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대부분의 경우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는 그런 건축주들을 평생 다루어온 프로들이고 도사들이다. 눈 가리고 대충 넘어가는 온갖 비법도 알고, 주인이 귀찮게 굴 때 따돌리는 방법도 안다. N의 경우는 극단적 경우다. 톱날이 무뎌지면 새 톱날 사와야 하고, 글래서 파이버가 떨어지면 시내까지 가서 또 사와야 한다. 그들의 잔재주에 대응해서 필요할 물건을 미리 생각해 그의 자동차에 이동 철물점 버금가는 수준으로 온갖 것 다 준비해 대응하지만, 아마가 프로에게 당할 수 있나. 어떤 땐 일부러 시내로 심부름 보낸다는 느낌을 받고, 다녀오는 척하고 동태를 살펴본다. 아니나 다를까. 일 끝나는 시간 30분전에 현장에 나타난 N은 자신의 눈을 의심한다. 일꾼들 모두 주인 돌아올 시간 계산하고, 이미 모든 뒷정리까지 끝내고 퇴근하는 중이었다. N의 마음을 도려내는 것은 그 인간적 배신과 농간이다. 그렇게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건만 N에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이런 식이다. 언제 다시 이런 일로 만날 것이냐 이런 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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