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떻게 이렇게도 미련할 수 있을까. 비록 집짓기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고 있지만, N은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지 못하고 있다. 바로 산재보험. 거기에 들지 않은 것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날이 지나갈수록, ‘이제 와서...’, ‘지금에서야 들기에는...’ 생각이 더욱 강해지며, 결국 그 잘못을 바로잡지 못한 채 그 공사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집짓기 시작하는 첫 단계에서 그 보험에 들려고 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그 요구하는 비용에 놀라 순간적 계산에 잠깐 멈칫하였고, 그 멈칫거림이 그냥 계속된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본다. 만일, 어쩌다가, 인부 중 누군가가 큰 사고를 당하였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실 사고가 몇 번 있기는 있었다. 한 번은 발판이 무너지는 바람에 인부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단독사고였고, 두 번째는 이층 발판 전체가 무너지면서 높은 곳에서 통나무 부착 작업을 하던 여러 명의 인부가 멀리 옆으로 내동댕이쳐진 대형 사고였다. 위치와 각도를 살피던 N도 그 통나무에 머리를 맞을 뻔했는데, 정말 문자 그대로 몇 센티 빗나간 그런 엄청난 일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아무도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즉시 공사를 중단하고,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무사축하 자리를 마련했지만, 정말 간담이 서늘해지는 사건이었다.
결국 당하고야 만 사람은 N 자신이었다. 짐을 들고 옥외계단을 내려오다 굴렀는데, 필사의 노력으로, 구르면서도, 난간을 움켜쥐었기에 망정이지, 정말로 머리를 크게 다칠 뻔했다. 바로 그 며칠 전, 벽체 쪽 손잡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그 자존심 강한 목수가 결국 손들고 떠난 곳을, 다시 Y에게 부탁하여 새로 만들며, 그 굵기와 모양을 꼼꼼하게 다듬은 곳에서 이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이 어쩌면 다행이었다 싶을 정도로 아이러니컬한 사건이었다. 오른 손이 크게 찢어져 출혈이 심해 구급차를 불렀는데, 신고부터 병원도착까지 무려 한 시간이나 걸렸다. 만약 이 사고가 인부에게 일어나고, 그가 이 손잡이 생각을 못하고 크게 당했으면 어쩔 뻔했나.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엉뚱한 일도 일어난다. 한 인부가 철사 작업을 하다가 그 철사가 튕겨지는 통에 앞니가 두 개 부러졌다는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을 그 당일 그 현장에서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한 달 남짓 지난 다음에서야 N에게 배상을 요구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좋은 뜻으로 N이 그 사람이 요구한 액수보다 더 해 주기로 하고 은행에서 만났는데, 이 ‘피해자’와 같이 온 사람들의 태도가 험악해지며 돌변하는 모양을 보며 N은 직감한다. 이것이 바로 이야기로만 듣던 그런 케이스로구나. 더 험악하게 일이 번지는 것만 막았을 뿐, 어느 정도 선에서 결국 ‘타협’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된다.
어쨌든 사고보험에 들지 않은 채, 이 정도의 일로서 공사가 끝났다는 것은 정말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라고 생각하며, N이 그 다음 단계인 화재보험을 생각하지만, 이번엔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어려움에 부딪친다.
네 군데 보험회사를 알아보았지만, 그 어느 회사도 목조건물에 대한 보험은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십 년을 거래하던 보험 대리인도 현장에 와 보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대답뿐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N이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다. 용마루를 따라 파이프를 설치하고, 그 파이프에 분사장치를 연결하는 방법까지 생각하기도 하고, 집안 곳곳에 소화기를 ‘깔아놓을’ 것조차 생각하지만, 여기가 무슨 캘리포니아도 아니고, 그저 답답하기 그지없다.
해결책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바로 농협의 공제제도. 이름만 생소할 뿐이지, 바로 여기서 화재보험을 받아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고, 이곳에서는 목조주택의 보험도 받아주도록 별도의 요율도 정해져있었다. 그래서 농협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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