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chard Thaler "The Winner's Curse : Paradoxies and Anomalies in Economic Life"
언젠가는 한 번쯤 읽어야할 텐데 생각하고 있던 책이다. 책 이름 ‘승자의 저주’는 이 책 제5장의 제목을 딴 것이고, 이 책은 원래 Thaler 교수가 Journals of Economic Perspectives에 ‘이상현상’이란 이름으로 연재 했던 내용을 약간 손질하고 묶어 펴낸 것이라는 설명이다.
책은 협조, 최후통첩 게임, 산업간 임금격차, 손실회피····· 등 테마별로 나눈 13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챕터는 ‘합리성과 이기성이라는 두 가지 기본가정을 만족시키는 경제주체’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장’에서 어찌어찌 행동할 것이라고 예측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실제의 행동세계에서는 그와는 다른 현상이 관측된다는 것을 하나하나 예를 들어가며 나름대로의 해설을 곁들여 설명해나가고 있다.
글쎄....., 너무 기대가 컸던 탓일까? 책을 읽으며 아주 ‘건방진’ 생각이 든다. Behavioral Economics란 결국 실제 사회에서 일어나는 경제적 활동행태를 연구하는 학문이고, 이것은 근본적으로 ‘단순하고 원칙적인 줄거리를 잡아주는 학문으로서의 경제학’과 ‘때로는 합리적 설명을 발견하기 힘든 심리적 요인과 결부된 행동심리학’의 결합일진데, 이 책은 너무 초보적이고 또 견강부회적인 억지설명으로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면, 내 자신이 너무 황당한 독자였을까? 물론 이 책의 저자 Thaler나 또 이 저자와 깊은 관계가 있는 심리학자로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Daniel Kahneman이 자신들의 연구 이전에 행해진 수많은 연구결과도 함께 분석해가며 전개한 이론에 대해 ‘문외한’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지나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을 어쩌랴.
책에 나오는 실험과 그 현상설명을 읽는 내내 원칙적인 면에서의 거부감은 어쩔 수 없었는데, 그것은 그 실험대상과 실험규모였다. 대부분의 대상은 저자가 접할 수 있었던 대학의 경제학과 학생들이고, 그 실험이 행해진 액수도 몇 불 정도에 그친다. 샘플링의 한계요, 심리학적 측면에서의 치명적 결함이라 아니할 수 없다.(물론 한정된 대학교수의 실험예산을 이유로 들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실험과 분석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한계를 변명으로 내세운다고 해서 본질적 오류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법.)
실제세상에서 경제활동은 (그것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어떤 테마에서의 어떤 현상이건 상관없이) 자신의 생계와 직결되고 직업적 성취욕(또는 자신의 확인과 삶의 보람)의 지배를 받는 ‘사회인’들이 ‘목숨을 걸고’ 벌이는 ‘살벌한 게임’이고, 이와 같은 ‘실제 상황’에서 개인적 또는 집단적 누적경험을 바탕으로 한 고도의 ‘준 본능적’ 판단과 ‘상대방을 의식한’ 계산이 작용한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 아닌가? 하지만, 저자가 택한 실험집단과 그 결과분석에는 그런 ‘살아있는 긴박감’이 전혀 들어있지 않다.
1992년에 나온 이 책은 이 분야의 '초기'에 속하는 것일 테고, 아마도 그 후에 나온 무슨 좋은 책이 있겠지.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Rudolph Kippenhahn의 ‘암호의 해석’ (0) | 2009.04.04 |
---|---|
이종묵의 ‘우리 漢詩를 읽다’ (0) | 2009.04.03 |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0) | 2009.03.29 |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 (0) | 2009.03.27 |
Michael Heller의 ‘Gridlock Economy(소유의 역습)’ (0) | 2009.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