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개솔숲 이야기

c-25 벌떼

뚝틀이 2009. 9. 6. 17:37

방심과 경솔함이 불러온 사고.

 

그 동안 몇 번 '성공적'으로 벌집을 털어낸 적이 있기에,

이번에는 아주 '높이, 멀리' 있는 벌집을 '안심'하고 '아주 긴' 막대기로 털어내려했는데,

 

벌집에 구멍이 뚤리는 순간, 정말 만화책이나 그림책에서 보았듯이, 까만 '구름'이 그 막대기를 따라 나에게로 향하는 것이 보였고,

그 다음은 보이는 것 없이 몸이 '후끈거리며' 수많은 '바늘로 찔리는 듯한' 아주 격한 통증을 느꼈고,

고통에 못 이겨 소리소리 지르며 후퇴를 했지만, 이 벌떼들 '보이지는 않는데', 더 여러군데에 바늘이 깊숙히 들어오는 느낌이었고......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해봐야 아무 소용없는 일. 결국 119.

그 119 양반이 하는 이야기. '뭐 축구공만한 벌집이었다고? 어찌 벌집을 직접 없애려는 그런 무모한 생각을 했는고. 119를 불렀어야지!'

내 그런 것까지 어찌 알 수 있었겠나.

 

참으로 신기한 것은

얼굴이나 손 그런 곳이 아니라, 어떻게 그렇게 머리 윗부분과 뒤쪽 목덜미 또 어깨쭉지 뒤편.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만 쏘았는지...

분명 날아오는 것은 내 얼굴을 향해서였는데.

 

사실 그래서 대부분의 경우 '아주 위험한' 쇼크 상태(혈압이 떨어지고.....)에 들어가는데,

당신 경우 혈압이 높아진 것은 오히려 긍정적 신호라고. 

 

응급치료를 받고 온 지금도 내 머리는 내 머리가 아니고......  

'내 머리'가 '내 머리' 아니었으니, 당연한 일 아닌가 . 

 

글쎄. 그런데.....  

이렇게 벌침 맞는 것 좋은 것 아닌가? 아니면 그 해독제 주사로 모든 것 허사?   

 

다음날 아침 119에 전화.

저렇게 중무장하고 조심스럽게 일하는데......

 

정말 놀란 것은. 저 벌들이 다른 어떤 벌보다도 독성이 10배 이상 강하다는 바로 그 말벌이었다는 사실.

난 지금까지 그 퉁퉁한 왕벌을 말벌이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어제 그다지 겁먹지 않고 건드렸던 것인데...

무지와 선입견. 그것으로 인한 섯부른 판단과 무식한 만용. 그보다 더 무서운 것 무엇이 있을까.

 

그런데......

아까 그 무지막지하게 뿌려대었던 에프킬라에 추풍낙엽처럼 새까맣게 떨어진 그 벌들 말고,

밖에 일하러 나갔다 돌아온 역시 그 수많은 벌들이,

살던 곳 헐려버린 유랑민처럼 집 주변을 '엄청난' 기세로 돌고있는 것이,

마치 요즘 '전세대란'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척 씁쓸하네.

 

그 기세에 눌려 그쪽 밖으로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고 있는 이 집안엔 지금 베토벤의 황제가 울려퍼지고......

산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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