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가끔 복권을 사곤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라고? 그냥 한번 가볍게 들어보시라.
복권으로 임금이 되는 나라가 있다고 치자. 복권에 당첨되면, 아니, 복권에 당첨되어야만, 임금이 되는 그런 나라 말이다.
‘당첨되어야만’이란 복권을 사지 않으면 임금이 될 확률이 문자 그대로 0이고,
‘당첨되면’이란 선거운동 그런 걸 통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으면 그런 뜻이다.
어떨까. 이 나라가 우리나라보다 더 좋은 나라일 것 같은가?
이 세상에 복권을 진지한 마음으로 사는 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일단 사고 나면 진지해진다.
사치에 한번 푹 빠져봐? 사업을 크게 일으켜? 자선사업을? 일단 은행에 집어넣고 천천히 생각해? 별의 별 생각을.
사실 어떤 면에선 그 재미만으로도 복권 사는 값 이미 다 빠지는 것 아닌가?
만일 이 복권이 돈에 관한 것이 아니라, 복권에 당첨되면 임금님 되어요, 그런 복권이라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이 복권을 사게 될까. 또 복권을 산 다음엔 무슨 생각을 할까.
혁명적 의도를 가진 사람이 이 세상 한번 근본적으로 확 바꿔버리려 샀는데, 정말 당첨되어버린다면?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자기생각은 절대 옳을 수밖에 없다고 믿는 편집증 환자가 온 나라를 지옥으로 만들어버린다면?
하지만, 그런 걱정은 전혀 기우다.
백성은 백성, 정치꾼은 정치꾼이라는 자조적 분위기가 팽배한 지금의 사회와,
나도 임금이 될 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인 사회는 그 분위기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알량한 자신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백성의 입장을 헤아리는 임금님 차원의 사고방식이 대세인 사회.
사회의 품격과 구성원 삶의 질 그 모든 것의 출발점은 사실 진실 되고 객관적인 안목 아니던가.
독선과 아집이 팽배하는 사회를 보며 생각해본 임금님 복권.
하지만, 사실 큰 틀의 사회적 관점뿐 아니라, 그 복권을 사는 당자 본인에게도 보통 플러스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당장의 이 사소한 분위기나 감정보다는 항상 문제의 핵심을 보는 안목을 키우며 통치철학을 다듬어나가는 것 얼마나 멋진가.
내 차원이 아니니 그냥 포기할 수밖에.. 그런 생각이 아니라, 나중에 내 문제가 될 테니 하며 어떤 어려움에서도 적극적인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마음자세를 갖게 된다면 그 사람자체가 얼마나 달라질까.
이제 다시 내 처음 이야기로 돌아간다.
난 가끔 복권을 산다. 하지만, 무슨 가게에 들어가 종이쪽지 받아들고 나온다는 것도 아니고,
임금님 복권 그런 것 바라며 어디 이상한 곳 기웃거린다는 그런 것도 아니다.
내 좁은 세계에서 벗어나려 내 좁은 안목을 벗어버리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기를 좋아한다는 그런 이야기다.
꿈 한 번 야무지네가 아니지 않는가. 내 사고의 틀 내 삶의 모습 그 자체가 얼마나 달라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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