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새는 포커를 좋아해요. 짜릿하잖아요.
영화보다 더 짜릿한 맛을 느꼈으면, 영화관에 돈 내는 것보다 더 돈을 내도 아깝지 않으니,
포커 판에서 돈 잃어도 영화 한편 봤다 치면 아깝지 않죠.
그런데 말에요. 작은 새가 묻고 싶어요.
음악회에 한번 가는 것이 영화 한편 보는 것보다 못한 건가요?
왜 금수강산 사람들은 초대권 받아야 음악회 가고, 입장권 사서가면 뭔가 잘못된 것같이 생각하나요.
하긴 무슨 연주가나 교향악단이 바다 건너온다면 그 비싼 표도 다 동나는 걸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구요.
작은 샌 축구 농구도 좋아하지요.
거기엔 대부분 줄서서 표사고 들어온 사람들이기에,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열광하지 않나요.
맞아요. 하긴 음악 애호가들이 외국 연주가에게 보내는 부라보/앵콜 소리도 그에 못지않게 요란하거든요.
시장 물건 흥정하듯 책값도 흥정하던 그 시절을 작은샌 기억해요.
그땐 청계천 가서 책 사는 것에도 요령이 필요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 출판업자들 모여 폭탄선언 한 거예요. 정찰제!
여론도 동원하고, 여의도 사람들 설득하여, 책값 깎아주는 걸 법으로 막았죠.
그때 사실 사람들 난리 났었잖아요. 흥정 없는 장사가 어디 있냐고.
하지만 지금 보세요.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을. 얼마나 품위 있는 곳으로 변했는가를.
더욱이 시인도 소설가도 그만큼 더 존경받게 됐잖아요.
금수강산 음악인은 문인보다 못한 존재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친구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서커스 훈련받듯 거의 갇혀서, 연습 또 연습에 몸과 마음 모두 바치며, 남이 내 음악 어떻게 평가하나 가슴 졸이며, 삶 아닌 삶 살아오면서 가꾼 그 음악을, 이제 아무나 좋으니 자리나 채우고 들어달라고 애걸하는 그 모습.
작은새를 너무나 서글프게 하는 모습이에요.
작은새가 묻고 있어요. 그 누가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고.
자기 연주회 좌석 채우려 초대권 뿌리는 것을 당연하다 여기는 동안에, 음악은 무료로 즐기는 것이라는 생각을 뿌려놓고,
그래서 초대권 받지 못한 음악회엔 관심도 갖지 않게 만드는 악순환이 계속되게 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음악인들이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것 아닌가요?
작은새 마음이 정말 슬퍼져요.
혹, 학교자리 유지하려 실적 입증 의무공연 여는데, 분위기 썰렁하지 않도록 제자들에게 표 나눠 준다 그건가요?
아니면, 잊혀 지기 전에 공연 한번 열어서 레슨 학생 떨어지지 않도록 하겠다 그런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부모가 혹은 남편이 돈 많으니 그 정도 비용이야 문제가 되겠냐 그런 건가요?
그래도, 그래도 말에요, 그 이유가 어떠하든, 초대권 없이 음악회 열면 안 되나요?
작은새 작은 소리로 금수강산 음악인들에게 속삭이고 있어요.
초대권 없애기 운동이라도 벌려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고.
진정한 음악인이라면 자리에 앉은 청중이 몇 명이든 상관없지 않은가.
진정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옆자리가 비었다고 가치를 몰라주겠나.
초대권으로 자리에 앉은 사람과 자기가 좋아서 티켓 사들고 온 사람 중 누가 더 음악에 빠져들며 팬으로 남을까.
당장은 좀 힘들 수 있어도, 금수강산에 오래오래 음악이 퍼지도록 하려면, 어디엔가는 매듭이 있어야하지 않겠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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