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정수일의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뚝틀이 2010. 8. 30. 23:06

무하마드 깐수, 가끔 신문 칼럼에서 접하는 글 그 깊이에 놀라 나에게 각인된 그의 이름. 단국대 교수, 아랍인. 그의 팬이 되어가던 어떤 날, 위장간첩 정수일, 그의 사진. 간첩이라는 사람의 학문적 깊이가 이 정도? 그것은 정말 놀라움. 새 밀레니엄, 5년 복역 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그. 몇 년 후 '이슬람 문명'이라는 그의 책. 그 차분하고 객관적 시각을 유지하려 애쓰는 그의 설명, 하지만, 그 바탕을 흐르는 어떤 호소력. 이것이 내가 알고 있었던 교수 정수일. 7년만에 다시 내 손에 잡힌 이 책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원래 속독이 습관인 내게 참 오래도 머물러있던 이 책. 읽기 힘들거나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 내용이 하도 깊고 생각할 것이 하도 많아서, 70대 후반 이 '대가'의 학문계승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하는 생각에. 이 책은 단순한 기행문이 아니다. 기행문 형식의 새로운 문명탐구서다. 설명의 깊이, 생각의 깊이. 이 책 바로 전에 읽었던 콜린 더브런의 '순수와 구원의 대지 시베리아' 역시 내 그 깊이에 존경심 가까운 경탄을 금할 수 없었지만, 정교수의 이 책은 학문적 성격에서도 또 역사라는 또 다른 차원의 새롭고 선명한 축의 추가라는 관점에서도 그책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다. 이 저자는 문자 그대로 천재다. 문화적 보배다. 서양사람들 시각에서 또 중국 사학자들의 시각에서 이야기되는 그래서 우리가 세뇌되어 알고 있는 실크로드. 어찌 그 길만이 문명의 통로였겠는가. 문명과 문명사이를 오가는 길에는 가로축도 있었고 세로축도 있었고, 또 몽골과 시베리아를 거치는 '초원 실크로드'도 있었다. 서구문명 우위의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토인비나 헌팅턴이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초원 위에 펼쳐졌던 스키타이, 돌궐, 흉노, 몽골 유목민의 역사를 그들 자신들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그려나가며, 저자는 자신의 확신을 토로한다. 고구려 신라도 변방이 아니라 실크로드의 주통로의 일부였다고. 내몽골에서 출발해 대흥안령 산맥을 넘으며, 몽골의 초원을 지나며, 바이칼 호수와 시베리아 초원실크로드를 지나며, 들려주는 그의 설명은 마치 새로운 세계 그 과거와 현재라는 장엄한 드라마를 들려주는듯하다. 더구나, 아직, 그 중 여러 곳 나의 오지탐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내 그 여행들이 얼마나 '주마간花'였는지를 일깨워주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