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의 생각세계

직업에는 귀천이 있다.

뚝틀이 2011. 2. 14. 07:34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사농공상 그런 것? 사기 농간 공공연한 상위층이 판치는 요즘 세상에? 아니, 있다. 분명히 있다. 사윗감 며느릿감 생각하는 부모, 그들 마음속에 들어있는 선호도, 이것이야말로 아주 적나라한 분류표 아니겠는가. 잠깐! 그거야말로 장삿속 결혼상담소 이야기일 뿐. 그렇다면 위인전의 인물들 그들의 직업? 예술가 과학자 장군 뭐 그런 것들? 천만에, 승자의 기록 그것이 역사인데, 귀천과 승패 이 두 개념사이엔 아무 상관관계도 없지 않은가.

 

직업이란 무엇인가. 생계수단? 자아실현수단? 직업을 바라보는 눈에는 두 가지가 있다. 일 그 자체에 매력과 보람을 느껴 매달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그 하나고, ‘직업은 직업일 뿐’ 그런 생각이 또 다른 하나다. 어느 쪽이 더 낫다는 이야기를 하려함이 아니다. 그림을 마음껏 그리고 싶어 그 생계수단으로 의사가 되었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림 그리기 이외의 다른 어느 쪽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그림’과 ‘의사’ 자리에 괄호가 들어가면 된다. 그것이 직업이다.

 

삶에 부여하는 가치와 의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추구하는 삶의 목표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물론 적성 또한 사람마다 각각이고. 하지만, 그런 것 다 생각했다고, 선뜻 혹은 덜커덕 택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직업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삶이란 생체의 움직임이고, 생체들이 모인 곳이 사회고, 경쟁과 충돌이 사회의 필연적 현상이니, ‘전투력’을 갖추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 꼭 대학전공만을 이야기함이 아니다. 이세돌이나 카라 또는 김연아의 치열한 준비과정, 얼마나 처절했겠나.

 

음대에서 3학년까지 피아노를 배우다 다시 입시를 거쳐 ‘일반적’ 전공으로 바꾼 경우도 보았고, 영문학을 하고 싶었는데 부모의 강요로 엉뚱한 전공에 매달리다 결국 자살로 삶을 마감한 경우도 알고 있다. 자기가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에게 기대했던 부모, 자신의 경험에 의존해 안정된 직업을 보장하는 전공을 강요했던 부모가 빚어낸 모습들이다. 부모의 세대? 역시 마찬가지. 화려한 직업인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껍질뿐이라고 환멸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저 내 좋아서 택했을 뿐인데 이쪽이 이렇게 각광받게 될지는 몰랐다는 사람들도 있다.

 

예측? 앞으로의 사회를 예측할 수 있을까? 시대는 변한다. 사회가 변하고 환경이 변한다. 그 변화의 속도가 느렸던 과거에는 부모세대나 자식세대나 그 겪는 사회모양이 그것이 그것 별 차이가 없었지만, 그래서 부모의 생각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을 수 있었겠지만, 변화의 속도가 빠른 지금은 다르다. 오늘의 세계가 과거 우리가 예상했던 그런 세계가 아니듯, 앞으로의 세계도 지금 우리가 머릿속에 그리는 그런 모습은 아닐 것이다. 요동치는 직업의 세계가 변화시켜가는 사회의 모습이다.

 

‘변화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변화에 제대로 대응해나가는 능력’, 이것이 급변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힘의 요체다. ‘아는 것이 힘’의 시대는 지나갔고, 이제는 ‘생각하는 것이 힘’ 그런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말이 쉬워 그렇지, 구성원 각각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는 사회, 성장배경이 다르고 생존철학 자체가 이질적인 사람들의 무리, 그 부딪침 속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 살아가야하는 인간이란 존재, 거기에 어찌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만능비법 그런 것이 있을 수 있겠으며, 설령 그런 것이 있다 하더라도, 언제 그런 것까지 고려해가며 직업을 선택하겠는가.

 

생각을 풀어나가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행복의 관점에서 생각하기.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세상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이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적 특징이 있다. 자신의 일을 짐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자기의 분신처럼 애정으로 다룬다는 것. 꼭 무슨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주위에서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는 이 사람들, 그들의 모습을 볼 때 그들의 일까지도 고귀해 보이지 않는가. 이전구투 이 세상에서, 이런 직업이야말로 바로 귀한 직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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