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반복 작업, 생각만 해도 끔찍해 오늘은 밭쪽 일부터. 이 수풀처럼 우거져버린 잡초를 제거해야 내 눈이 편할 것 같다. 하지만, 세상에 어디 쉬운 일 있다던가. 낫 작업. 구부정한 허리 자세 이것 참 힘든 노릇이다. 더구나 이른 아침부터 해는 쨍쨍. 지난 며칠 물매화 하늘버전 한 컷 마련할까 나서려할 때마다 그곳에 해들 시간 내내 짙은 안개가 발목을 잡더니, 이제 누구 약 올리는 건가. 오른 손에 들린 낫과 왼손이 만나지 않도록 신경 곤두세우고 쑤~욱 쑥. 이젠 완전히 구부러져 펴지지도 않는 왼손 검지 볼 때마다, 그때 그 끔찍했던 순간 떠올릴 때마다, 속으로 다짐 또 다짐. 안전 또 안전. 잡초에 가려진 도마도 넝쿨. 사실, 말이야 바른 말, 어느 쪽이 잡초인지 모를 정도다. 신경을 쓰는데도 오히려 도마도 쪽이 잘려나간다. 아까운 것들. 농약은커녕 비료도 주지 않았는데 이 녀석들 단맛 보통이 아니다. 잘리고 밟히고, 아까운 것들. 산보 나가는 줄 알고 아침 통은 거들떠보지도 껑충껑충 뛰던 뚝뚝이도 시무룩해져 그늘을 찾는다. 언제나처럼 끈 없이 자유행보 만끽하는 뚝디도 저만치서 역시 그늘 속 편한 자세. 좀 힘들다 싶어지면 다시 통나무길로 나와 좀 편한 자세로 앉아 손에 잡히는 근처 풀 좀 뽑다가, 괜찮다싶어지면 다시 일어나 구부정한 허리로 쑤~욱 쑥. 하지만, 아무래도 내겐 좀 무리, 다시 마당 쪽으로 돌아와, 호미작업에 들어간다. 제비꽃, 이 녀석들 우거진 곳 토끼풀 맞먹는다. 새로 피어나는 꽃들도 제법 있고. 엘리오솜. 씨에 묻은 그 맛있는 것 다 발라낸 개미들이 지들 집에서 멀리멀리 떨어진 곳까지 운반해 버리는 덕분에 제비꽃이 이렇게 널리널리 퍼지게 되는 것이라나. 그런 재주 없어도 퍼져있는 것 많다. 쇠비름, 땅빈대, 개여뀌, 주름잎. 참 간사한 것이 사람 마음. 숲 길 어디에 있으면 카메라 들이대고 열심히 사진 찍는데, 우리 집 마당에 있으면 잡초라니. 캐고 또 캐내도 끝이 없다. 벌써 손바닥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함을 느낀다. 앗. 기계적으로 캐내다보니 바보여뀌다. 흔하지 않은 녀석인데. 올해는 제대로 찍지 못했던 녀석인데. 하지만 어쩌랴, 지난 일이 되었는데. 이미 뽑혀진 몸. 점심은 또 다시 라면. 잠깐, 아침은 내 먹었던가? 어쨌든 지금은 점심. 이번에는 임무교대. 뚝틀이를 풀어놓는다. 지난 번 큰 부상 이후론 거의 풀어놓는 일이 없지만, 오늘은 무척 애처로워 보인다. 그래, 이번엔 네 차례다. 까마중. 조금만 더 놔두면 까맣게 익을 테지만, 그냥 사정없이 쑥쑥 뽑아낸다. 생각이 나 올려다보니 대추가 익어간다. 올해는 제법 많이 열렸다. 내일이나 모래쯤엔 거둬야겠지. 물봉선. 꽃은 그래도 봐줄만한데, 줄기는 전혀 아니다. 역시 그냥 쑥쑥. 개망초는 이미 새까맣게 다 죽었다. 참, 이런 건 죽었다고 하지 않고 삭았다고 하던가. 갑자기 시끄럽다. 뚝틀이 이 녀석, 언제나 마찬가지다. 내 뒤에 앉아 있다가, 착한 아이처럼 얌전히 앉아 있다가, 어느 사이엔가 슬그머니 없어지곤 한다. 그래서 언제나 내 뒤에 앉곤 한다. 작업 방향을 바꿔 자기 쪽을 향하면 슬그머니 일어나 다시 내 뒤쪽이다. 오늘도 마찬가지, 어느 새 저 계곡으로 내려간 모양이다. 요란하게 짖는 모양이 자기 힘에 부치는 무엇인가 나타난 모양이다. 지난 번 경험도 있고 해서, 뚝디 뚝뚝이 풀어 원군으로 보낸다. 한 참 시끄럽다. 비명소리 비슷한 무엇인가도 들리고. 난 눈 딱 감고 내 작업 계속. 끝나면 돌아들 오겠지 뭐. 얼마 후 뚝틀이가 돌아온다. 이젠 자기 힘의 한계를 깨달은 모양이다. 철들었다고나 할까. 한참 후 뚝디도. 이 녀석 몰골이 말이 아니다. 완전히 녹초상태. 걷기도 힘들어한다. 뚝뚝이는 아직 소식 무. 어제와 마찬가지. 어두워져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어서야 일을 끝낸다. 오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한참 모자란다. 맨날 풀이야. 언제까지 이 일을 계속해야 할런지. 뚝뚝인 아직도 소식이 없다. 밥 할 생각은 없고. 참, 이 녀석들 먹이도 떨어졌지. 어차피 나가야 할 것이라면.... 피자집에 전화를 넣는다. 일하던 차림 그대로 나타난 내 모습에 가게주인 의아해 하지만, 무슨 상관, 난 콜라 한 병 그 자리에서 꿀꺽꿀꺽. 콜라. 이거 정말 갈증해소의 유일한 수단인가? 아니면 그저 내 습관일 뿐인가. 사료 집에 가니, 3뚝이 좋아하는 그 상표는 없다. 오늘 밤에나 들어온다나. 할 수 없지, 내일 또 올 수밖에. 차 안에 퍼지는 피자냄새 참느라 애쓰며 다시 집에 돌아오지만, 아직 뚝뚝이는 무소식. 달이 참 밝다. 완전히 둥근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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