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Scott Samson의 '공룡 오디세이'

뚝틀이 2011. 10. 26. 11:25

로마이야기를 읽고 빅뱅에 대해서도 읽었으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예전의 이야기를 읽는 역사의 관점에서라면 그 사이의 시간공간을 채웠던 공룡시대에 관한 책을 읽는 것도 논리적 순서 아닐까? 기왕 牽强附會 김에 하나 더. 투 트랙 읽기. 거대동물 공룡의 대척점에 놓인 세계인 'Microcosmos(Lynn Margulis, Dorion Sagan)'와 나란히 읽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오디세이다. ‘공룡 동물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물론 그런 내용이라면 이 책을 주문하지도 않았을 테고), 무대는 우주 생성 그 이야기로 열리고, 이 지구에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질소로 가득하던 지구의 대기를 미생물이 어떻게 바꾸어나가며 산소를 머금도록 변화시켜나갔는지, 그 골딜락스 산소비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초대륙 판게아에서 생겨난 보잘것없던 존재가 어떻게 지구상의 가장 큰 육상동물이 되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되었으며, 그 거짓말 같은 싹쓸이 멸종은 어떻게 이해해야하는지, 한편의 서사시를 읽는 느낌이다.

 

저자는 말한다. 남의 말을 빌어서. 6,500만 년 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공룡이 사라졌는지, 자기는 그것보다, 어떻게 이들이 1억 5,000만 년 동안이나 번성할 수 있었는지 거기에 흥미를 느낀다고. 두꺼운 책의 특성상, 아마추어로서 읽기가 벅찰 정도로 세부적 내용으로 가득하다. 고고학적 활동의 실제 모습은 어떤지, 그 ‘괴상한 모양’의 뿔과 방호갑 또 꼬리 등이 어떤 기능을 했는지, 수십 톤 수십 미터 그 덩치가 무엇을 먹고 살 수 있었기에 그 무리가 함께 살아갈 수 있었는지, 그들이 온혈동물이었는지 냉혈동물이었는지. 그냥 이렇다 결론을 던져놓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논리적 추론과정을 거치는 ‘수수께끼 풀이’로 독자들을 이끈다.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할 때, 그 본래의 이야기보다는 그가 인용하는 어떤 이야기에 더 마음이 끌릴 때가 있다. 가끔 그렇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티라노사우르스렉스나 아파토사우루스 이야기보다는 최근 읽었던 여러 책들 특히 빅뱅과 미생물을 연결해주는 이야기를 뭉뚱그린 이 부분이.....

약 140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했다. 단 한 번의 거대한 폭발로 공간, 시간, 빛, 물질이 펼쳐졌다. 이 ‘장엄한 광휘’가 번쩍이고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양성자와 중성자가 출현했고, 이들이 결합해 가장 단순한 원소들의 핵을 이루었다. 그것은 주로 수소와 헬륨의 핵이었다. 그로부터 약 30만 년이 흐른 후, 전자가 처음으로 이 핵들과 결합해 물질을 수소와 헬륨 원자로 탈바꿈시켰다. 약 110억 년 전, 물질은 수십억 개의 소용돌이치는 나선은하들로 응축되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결국 은하수로 알려지게 된다. 각각의 광대한 은하 바람개비 안에서 가스와 먼지가 응축해 수십억 개의 별이 만들어졌고, 이 별들은 핵융합에 불을 댕겨 방대한 양의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었다. 자신들이 지닌 수소 연료를 대부분 소비한 후, 이 별들의 상당수는 엄청난 열과 온도를 발생시켜, 내부의 용광로에서 탄소, 질소, 산소, 은, 마그네슘, 구리, 철 같은 더 무거운 원소들을 만들었다. 결국 이 거대 별들은 폭발해 자신들이 품고 있던 무거운 원소들을 주변의 은하공간에 토해냈다. 이러한 초신성들로부터 나온 충격파는 2세대 별들의 형성을 촉발했고, 그렇게 생겨난 별들은 다시 탄생과 죽음의 순환을 시작했다. 약 46억 년 전, 우리 은하의 중심에서 약 2만6천 광년 떨어진 바깥쪽 나선 팔에서 태양이 형성되었다. 원시태양 주위를 돌던 가스와 먼지의 잔해원반이 응축해 여덟 개의 행성을 만들었다. 이와 함께 더 작은 수많은 소행성과 달들도 형성되었다. 무거운 원소들은 중심별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모여, 우리가 수성, 지구, 금성, 화성으로 알고 있는 네 개의 돌덩어리 세계를 이루었다. 하지만 초기 태양계에는 잔해들이 많이 남아 있었고, 그것들은 곧잘 행성들과 충돌하곤 했다. 태양에서 세 번째로 가까운 돌덩어리인 지구는 약 45억 년 전에 화성 크기의 천체와 특히 세게 부딪혔다. 이 우연한 충돌로 지구의 거대한 조각이 깎여나갔고, 용융상태의 수많은 소위성이 지구 궤도로 뿜어져나갔다. 이 소위성들은 100년이 좀 못 되는 시간에 합쳐져서 우리의 달을 형성했다. 달 덕분에 지구의 회전축이 안정되었고, 주기적인 조수 간만을 포함한 생명들의 조건이 갖추어졌다. 외계로부터의 폭격은 하데스 이언 동안 계속되다가 약 39억 년 전에 끝났다. 지금도, 구멍이 숭숭 난 달 표면에서 이 빗발치던 운석들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달은 이후 수십억 년 동안 변화를 거의 겪지 않았지만, 위아래로부터 정기적인 성형수술을 받은 지구는 언제나 역동적인 세계였다. 우주로부터 계속 타격을 받으면서 지구내부가 지질학적 요동을 쳤고, 그 결과 불룩하게 솟아오른 용융한 표면에서 화산활동이 요란하게 일어났다. 그러다 약 40억 년 전에 지구의 지각이 형성되었다. 그 후 (장구한 시간의 관점에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마침내 광활한 바다가 형성되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