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김수행의 '세계대공황'

뚝틀이 2011. 10. 31. 17:25

‘국가의 제1기능은 재산재분배에 있다.’ 마르크스가 태어난 그 나라에서 듣던 경제학 강의 첫 시간에 나온 말이다. 국내 마르크스 경제학 대표학자인 김수행 교수,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책을 썼을까. 위기와 공황의 차이. 회복으로 가는 갈림길에 있을 때 그것을 위기라 하고, 계급관계와 세계질서를 재편하지 않고서는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을 때 그것을 공황이라 한다면, 2007년 이후, 각종 시장의 거품붕괴, 대규모실업, 비정규직양산, 물가상승, 임금저하, 빈곤증가와 빈부격차심화, 국가 간 무역전쟁과 환율전쟁으로 점철되는 지금의 상황은 단순한 ‘경제위기’가 아닌 ‘제3차 세계대공황’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자본주의의 기본구조, 경기순환, 이윤율 상승과 저하, 유휴자본의 투기자금화 등의 논증과정을 거쳐나가며, 이 책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지적해나간다. 독자가 ‘진부한’ 이론에 식상해하지 않도록 그는 ‘제2차 대공황’ 이후에 나타난 신자유주의와 미국 금융시장의 변화 속에 어떻게 거대한 유휴화폐자본이 주택 IT 등 각 부문시장에서 투기자본화 되며 거품을 일으키게 되는지 ‘이윤증대가 기본목적인 금융자본주의’의 허상을 짚어나가며, 마르크스의 공황 이론이 한층 복잡 치밀해진 현대 금융경제 체제에서도 여지없이 적용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마르크스 학자인 저자의 성격을 제쳐놓고 본다면, 사실 그다지 새로운 내용이 없다. 문제는 대안 제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점에선 ‘새로운 사회’라는 본문에서보다는 차라리 저자의 서문에 그 힘이 더 실려 있다. “노동자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정부와 기업에 저항하기보다는 주식에 투자하여 어떻게든 이 공황을 지나가려고 마음먹고 있고, 청년들은 자꾸 줄어드는 일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스펙 쌓기에 열중하느라 마음의 평안을 얻지 못하며, 정치인과 지식인들은 일반 시민들의 성향이 여전히 우파적이라고 속단하여 정부나 여당과 거의 대동소이한 정책과 사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주민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지만 폭발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지금의 공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따라서 이 비참한 공황 상태를 해소할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타도하지 않는 한 세계대공황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마이클 샌들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Paul Krugman의 그 수많은 칼럼들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책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Wolfgang Welsch의 '이성'  (0) 2011.11.03
Laura Hillenbrand의 ‘Unbroken'  (0) 2011.11.01
최창조의 ‘사람의 지리학’   (0) 2011.10.30
Rudolf Pfeiffer의 '인문정신의 역사'  (0) 2011.10.29
‘체코 단편소설 걸작선’   (0) 2011.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