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살 노처녀 ‘나’ Hadley Richardson, 8살 아래 Ernest Hemingway의 만남. ‘생활비 적게 드는 곳’으로 찾은 파리, 그곳 허름한 동네에서 시작하는 신혼살림. ‘잃어버린 세대’의 문인들(Gertrude Stein, Zelda and F. Scott Fitzgerald, Ezra Pound, James Joyce...)과의 만남. 문인들의 ‘자유분방’한 생활. ‘경제 따위’ 걱정은 필요 없이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과의 어울림. 그 어울림 속에 태어나는 작품소재들. 그 어울림 속에 싹트는 파탄의 씨앗.
작가는 이야기한다. 회고록 ‘A Moveable Feast’ 끝부분에 헤밍웨이가 그의 첫 번째 부인 Hadley에 대해 하는 말 "I wish I had died before I loved anyone but her."에서 느낌을 받아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고. 그래서 나온 것이 ‘나’ Hadley의 시각으로 본 헤밍웨이와의 만남과 파리에서의 생활 이 작품. 철저한 자기중심적 인간 헤밍웨이. 도전적 무명시절. 그 절망적 상황 속에서 ‘장래성이 보이는 젊은 작가’에의 도움의 손길. 그 소개와 만남 속에 베풀어지는 작품발표 기회. 이름을 얻어가기 시작하면서 변해가는 ‘만나는 사람들’의 세계. 성실과 신의란 개념은 사전 속에나 존재하는, 술에 절어 사는, 카페인생 예술인들. 접근해온 친구에게 결국 남편을 내어주는 ‘나’.
읽기 시작해서 얼마동안은 ‘진짜’가 아닌 ‘딴’ 사람이 썼다는 것이 자꾸 의식되고 또 표현의 깊이랄까 문학적 향기랄까 그런 면에서 너무 표피에만 머무르는 것 같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읽어가는 사이에 마치 Hadley 그 자신의 울먹이는 독백을 듣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에 푹 빠져들게 되면서, 특히 마지막 부분 두 번째 부인과 겹쳐지는 곳에서는 참을 수 없는 역겨움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 되어가며, 책을 손에서 뗄 수 없게 된다.
물론 이야기 모두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니다. 특히 거슬리는 것은 좋은 곳으로의 여행 호사스런 파티 그 연속에도 지겹게 반복되는 ‘가난’ 이야기. 그들이 카페에서 술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그들이 여행헤서 자유시간을 누리고 싶을 때, 스위스 이탈리아까지 따라가 애를 보아주는 그 가정부를 생각하면.... 지금도 세계 어느 곳에서든 현대판 노예들로 살아가야하는 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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