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The Whisperers’. ‘무언의 속삭임’이 그럴 듯하게 들린다. 하지만, 이 번역판 제목은 작가의 의도를 벗어난 것이다. 역시 ‘속삭이는 (그 무엇)’이라는 명사여야 옳았다.
전란 중의 이라크. 박물관의 약탈현장. 미군에게 도움을 청하는 박사. 첫 장면이다.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하지만 어떤 PTSD증후도 보인지 않던 젊은이의 자살. 그 아버지의 의뢰로 의문점을 쫓게 되는 사립탐정 파커. 별 일 아닌 것 같아 정중한 거절을 생각하던 그. 어처구니없게 죽음의 문턱까지 가는 고문 끝에 의뢰자를 불게 돼, 자존심에 불이 붙은 그는 일당을 끌어들여 그 미지의 자들을 쫓게 되는데.....
이어지는 자살 또 자살. 이건 단순한 PTSD가 아니다.(그런데 이에 대한 설명이 그렇게도 자주 나오는지.) 아무리 페이지를 넘기며 앞으로 나가도 긴박감이 없다. 마치 한참 무게를 잡고 읊어대는 변사의 목소리처럼 공허한 문장만 계속된다. 한참 무게가 실린 부두가 그 술집 이야기도 사건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끝날 무렵의 반전, 거기에서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아하 효과’는 없다. 그 정도의 반전이야 조금만 주의해서 읽는 사람이라면 이미 추측할 수 있었던, 어느 추리소설에도 필수적인, 그런 것 아니던가.
소설의 분위기가 꼭 무슨 영화의 장면묘사 그 느낌이다. 하긴 이건 요즘 추리소설 대부분에 공통점이다. 마치 원더걸스 또 샤이니의 노래들이 하나같이 빠~빱빠~압빱 하는 것이 시대의 추세이기 때문이듯이? 아니면, 소설이 성공하여 영화화되는 그런 때를 그리면서 쓰는 작가의 숨은 바람 때문일까.
내가 썼다면, 이 시납시스 그 큰 줄거리는 그대로 유지하며 그 구성을 바꾸었다면, 어떻게 섞어나갔을까 생각해본다. 우선 차라리 신비적 요소 그것을 중간 중간에 더 부각시키며 진행했을 것이다. ‘다빈치코드’나 ‘더 심볼’에서 그랬듯이. 아니면 사립탐정 ‘나’를 그렇게 슈퍼맨처럼 다루는 대신 더 위험 속으로 몰아넣곤 했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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