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통을 뒤져가며 생존의 길을 찾아야하는 온두라스의 아이들. 가난을 견딜 수 없어 미국으로 떠나버린 엄마. 할머니, 아빠, 삼촌 집 전전하며 엄마의 사랑을 잊지 못해 그리워하는 아이. 결국 불법이민 그 험난한 길에 오르고야마는 17살 소년 엔리케. 과테말라와 멕시코를 통해야 이를 수 있는 강 리오그란데.
LA Times에 연재했던, 퓰리처상 수상작 르포 기사를 묶어 엮은, 온두라스로부터 미국으로의 ‘엄마 찾아 삼만 리’ 식 여정을 담은 내용이다. 그냥 상상력에 의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확인을 위해 그 긴 여정을 두 번의 현장답사로 꼼꼼히 반복해 밟아가고 또 그 과정이 사실임을 증언해줄 사람들을 인터뷰해가며 써나간 책이다.
과테말라를 넘어 멕시코에 들어서자마자 중미사람들에 대한 인간사냥이 시작된다. 열차 지붕에 올라 들어온 사람들은 경찰에 쫓기고 갱단에 털리고. 이곳 통과 실패하고 국경너머 과테말라로 돌려지기 일곱 번. 그래도 포기 않는 엔리케. 이번에는 벌거벗겨 다 잃고 죽음 목전에까지 이르는 부상까지.
열차 지붕에 또 열차 사이사이에 자리 잡은 남루한 옷차림의 중미 사람들. 역이 아닌데도 열차가 멈추는 것은 불법입국자들을 잡아내기 위한 목적. 달리는 속도가 낮아지자 열차에서 뛰어내려 숨을 곳 찾아 사방으로 흩어지는 중미 사람들. 인간사냥에 나서는 경찰. 하지만 더 무서운 것은 이들을 먹잇감으로 삼는 갱단들. 여기에 걸리면 옷이 완전히 벗겨지고 가진 것 모두 털려. 여자의 경우는 겁탈을 당한 후 증거인멸을 위해 아예 살해되기 십상. 열차가 다시 출발해 속도를 내기 시작하면 쏜살같이 달려들며 다시 올라타기. 이 열차를 놓치면 먹을 것 마실 것 없어 죽음이 거의 확실하니 필사적으로 매달리다 열차에 깔리거나 다리가 잘라져나가는 부상자 속출. 낮에는 40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는 열차 지붕위에서 먹고 마실 것 없이 사투를 벌여야하는 어린 생명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며칠 씩 견뎌야하는 이들에게, 이 달리는 열차 위에서도 약탈행위를 벌이는 조직폭력배들이 있다는 것. 경찰? 이들 역시 뇌물에 흐려진 하이에나들. 국경부근을 벗어나 조금 더 내륙으로 베라크루즈를 지나갈 때는 전혀 다른 장면. 거의 마을의 의식이 된, 며칠 동안 먹지도 못하고 남쪽 그 먼 길로부터 온 사람들에게 너도나도 먹을 것 입을 것 들고 나와 던져주기. 그들을 보호하려는 이들과 경찰 사이의 갈등. 교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앞서는 성직자들. 하지만 이것도 잠깐, 여기를 지나면 다시 험악한 분위기. 일종의 악순환. 어쨌든 무엇인가 얻어야하는 이들은 도적질에 강도질을 안 할 수가 없고, 그렇게 되면 경계심 적대감은 더해지고.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기차에 달라붙어있을 수는 없는 일. 해발 2000미터 위를 지나는 추위와의 전쟁까지. 중간 중간 낯선 곳에 내려서 일을 해 돈을 벌어야. 경찰에 붙잡히지 않고 국경에 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붙잡혔을 때 몸수색에서 나오는 돈이 바로 그들이 눈감아주는 대가로 지불해야하는 돈이기에. 그것을 거부하거나, 가진 돈이 없으면 다시 과테말라 그 원점으로 돌려보내질 것이기에. 먹을 것을 구하면 며칠간의 일자리를 주는 사람도. 하지만 임금은 정상수준에 턱도 없이 모자라는 착취 수준. 공생의 의미. 드디어 국경 가까이. 집 떠나 1,800마일, 47일 만에. 국경도시에서 기회보기..... 드디어 12,000마일, 122일 만에, 엄마 품에, 11년 만에. 지리적 여행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엄마와의 갈등. 온두라스에 남겨놓고 온 미혼모와 자기 딸, 자기 가족과 이 미혼모와의 갈등, 그들과의 만남, 이야기는 계속된다. 물론 엔리케의 이야기가 주목적은 아니다. 밀입국자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미국에게, 수많은 통계자료와 연구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다른 쪽 다른 시각에서의 시각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원래의 의도이다.
追)
- 멕시코의 상황. 그 지옥 같던 그곳 여행 때의 기억은 생생하지만, 그래도 미사 중에 들어와서까지 교인들 몽땅 털어가는 그런 모습까지야....
- 이모 또 그 미혼모의 ‘밀 조직’을 통한 입국은 너무 '간단'해서, 엔리크의 경우만 너무 과장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구성면에서...
- 후기에 나오는 이야기, TV쇼에서의 ‘깜짝 만남’ 그 장면 연출을 위해 엔리크의 여동생이 방송국 초청으로 오는 장면에서는 할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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