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그날 - o

싫은 것들

뚝틀이 2011. 12. 8. 13:41

Sonia Nazario의 'Enrique's Journey'를 읽고 있다. 숨 막히는 이야기 답답한 그 이야기를 읽고 있다, 현관에 나앉는다. 따뜻한 햇볕을 즐기려고. 하지만, 구름이 가린다. 해는 다시 사라지고 짙은 구름 속으로 들어간다. 쌀쌀하다. 춥다. 아니 살이 에어올 정도다. 원망스럽다. 저 구름이 없다면. 겨울이 없다면 이렇게 몸이 괴롭지 않을 텐데.

 

구름. 구름이 무엇인가. 물 덩어리. 바다로부터 땅으로 물을 옮겨주는 신비스러운 존재. 가뭄. 심한 가뭄에 지하수 퍼 올리려 추운 겨울 고생하던 생각이 난다. 사라진 햇볕보다 더, 말할 수 없이 더 고통스러웠던 그 밤의 작업들이 생각난다. 고마운 구름. 그래, 그래. 그렇다면 겨울은? 겨울이 없다면? 겨울이 없다는 것은 여름도 없다는 것.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이 생각난다. 훌륭한 관광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던가? 그렇지는 않았다. 거기는 그저 놀러가는 장소. 내 나라가 좋았다. 사실 문명의 발상지, 그 어느 곳도 사람 살기에 좋은 환경도 아니었고, 지금 이 지구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 거기에는 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계절이 다 있다. MIT의 그 교수. 그 추웠던 겨울. 살기 좋은 캘리포니아를 왜 떠나왔냐는 말에 그의 답은 사계절이 그리웠단다. 특히 오늘같이 이 추운 날이.

 

구름도 추운 날씨도 좋은 것이라면, 내 이 '싫어함'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당연히 내 몸 상태. 젊고 건강한 상태라면 스키 탈 생각에 마음까지 들떴을 것일 텐데. 그 생각 트랙을 따른다면, 아픈 것 역시 '싫어함'의 대상이 아니고....? 생각은 다시 뮌헨의 뉨펜부르거슐로스 그때로 돌아간다. 며칠 동안 거의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났을 때, 찾아간 책방에서, 내 눈에 띈 책, Paul Gustave Doré의 판화 성경 그 책, 넘긴 페이지 거기 첫 번째로 들어오던 구절, "Sagt in allem Dank!" 범사에 감사하라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도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라!" 그랬다. 그때 그랬다. 내 이 아픔 역시 감사의 대상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때렸었다.

 

아프니, 내 이 시골에 와있다. 몸만 좋았더라면, 마음이 그렇게 약해지지도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지금도 서울에서 내 할일을 찾아다니며 열심이었을 것이다. 책과 별 또 꽃이 내 마음속에 녹아들어오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런 것은 그저 머릿속의 개념이었을 뿐이었을 것이다. 어~. 다시 햇볕이다. 현관으로 나갈 때이다. 생각은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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