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오늘 개기월식 참 많이 기대했는데, 구름이 사이로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달을 보며 그래도 혹시 혹시나 하며 기다렸는데.
저녁 무렵 들어서면서부터 계속 올려다본다. 구름이 흘러가는 방향을 생각하며 바람의 꼬리 저 서쪽 하늘을 바라보면서 그곳 구름이 더 옅은 것에 안도하면서 이제 밝게 떠오르는 달을 곧 볼 수 있겠지 해 가면서.
동쪽 하늘로부터 환한 보름달이 그 모습을 내민다. 마치 해 떠오르는 모습처럼 장엄하기까지 하다.
바람이 세다. 구름이 흘러가는 속도가 보통이 아니다. 두 겹이다. 위층 구름은 천천히 움직이는데 아래층 구름엔 엄청난 힘이 실려 있다. 이상도 한 일이지. 저기 저 위에는 바람이 센 모양인데, 바로 여기 땅위 소나무들엔 흔들림이 거의 없다.
해가 땅속으로 점점 더 깊게 들어가면서, 이제 하늘을 밝히는 것은 달 몫이다. 해로부터 퍼지는 빛이 남아있을 땐 그래도 구름을 아래쪽 모양으로 알아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검고 흰 무늬 그림자 그것이 구름이다.
짙고 옅은 장막 뒤로 달이 달린다. 마치 무적 특공대가 달려가듯 그 속도에 흔들림이 없다. 어렸을 적 느끼곤 하던 그 모습 그대로다. 서있는 구름무늬 사이로 달이 달린다.
추위에 떨면서도 그래도 흥분된 마음으로 삼각대 튼튼히 다져놓고 500밀리 망원렌즈 박아놓고 열심히 테스트 샷 날리며 파라미터 맞춰본다. 한쪽이 먹혀들어가기 시작하면 찰칵찰칵 시작하려.
구름무늬가 점점 더 짙어지더니 이젠 아예 검은 커튼이다. 얇기라도 하면...
원망스럽다. 하지만 어쩌랴 저 구름이 날 의식해 방해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잠깐씩 얼굴 내밀곤 하는 달이 점점 더 깊숙이 사라져간다.
이젠 하늘이 완전히 새카맣다.
살을 에는 추위에 더 이상 인내심은 만용이라 느끼며 포기한다.
그래도 혹시, 다시 나가본다. 지금이 바로 그 시각인데.
캄캄하다. 개기월식.
달이 완전히 가려진 것 거기까지는 맞는데, 지금은 지구의 그림자에만 아니라 구름에 완전히 가려졌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