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들어설 자리.
꽃 망울 터뜨리기 시작하는 매실나무 옮기는 것이 애처롭지만, 어쩌랴.
이곳에 들어서는 교회가 이 마을에 매실나무 두 그루보다 더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랄 뿐.
첫삽 뜨는 날. 말은 삽이지만, 이젠 상징적 의미일 뿐 실제로는 포클레인.
공사 책임자 유 사장과 이 집의 주인이 될 정 목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목사님 입장에서야 교회가 생기는 것이지만, 나의 입장에선 어린이들이 밝게 커갈 수 있는 만남과 성장의 공간을 마련해주기.
작업 시작은 쓰레기 치우기. 저 위에 집 짓기 위해 도로 공사하면서 나온 폐기물들이 '우리' 땅 쪽으로....
마침, 그 현장에 나타난 집 주인을 보니, 원래 이전에 딴 일로 안면이 있던 사람. 세상이란 것이 그리 넓지만은 않으니...
잡동사니 정리 후, 포크레인으로 흙 대충 갈고, 마을 사람들. 이곳에 심어놓은 도라지들 3년생 뿌리들, 참 많이도 나온다.
아~, 저 전깃줄 아니 통신선. 저것 옮기는데 두 달이 걸릴수 있다는 대답. 참 답답한 세상, 누구 누구에게 큰 소리 치는지.
이제 땅 고르기 작업. 포클레인. 6년 전 그때 생각이 난다. 내 황토집 지으려고 이 면허를 따고 또 열심히 이 녀석 부르릉거리던 그때가.
지금 이 작업 중인 민사장, 그때 우리집 지을 때도 이런 작업해주었던 그 사람. 이것이 시골생활.
이렇게 다듬고 나니 스물네평 집 들어설 공간이 얼마나 작은지 실감난다. 그래도 하나의 '씨앗'을 뿌린다는 마음으로....
생각할수록 신기한 것이 바로 이 포클레인이라는 물건. 사람으로 치자면 웅크린 손 그것뿐인데, 그 어마어마한 힘으로 역량을 과시하는 것.
상징적이다. 힘. 우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세밀하고 아기자기하고 또 무슨 생각을 갖추지도 못한 존재라도 힘만 있으면.....
작업완료. 사용료를 보고 놀란다. 6년 전 내 여기 집 지을 때 비해 거의 두 배 값이다. 하긴 그 사이 오른 유류가격을 생각하면..... 이것이 또 인플레이션의 의미이기도 하고. 통장에 들어있는 돈 그것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의 가치. 한 걸음 더 나가서 생각하면, 자기역량을 은행잔고라 생각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드는 노력을 그 비용이라 생각하면.... 타이밍. 삶이란 바로 타이밍 아니던가. 물론 이 간단한 일로 하루를 끝낼 수는 없는 일. 마을 이장님 밭 갈기, 또 그리고 우리집 보완작업, 그리고 오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