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요일, 야생화 동호회 정모날. 가고는 싶지만 어떻게 하겠나, 집 짓는 일에 묶여있는데. 내 놀러갈 테니 이틀 쉽시다 이렇게 이야기할 수야 없지 않은가. 마음 한 구석에 아쉬움이 있던 차, 일하는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쉬어야 하겠다고 이야기할 때, 한 이틀 어떻겠냐고 이야기할 때, 하루만이라도 정모에 참석하고 싶었는데, 단 하루만 쉬기로 하자니 내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은가. 하루 쉰 다음 날 토요일 아침, 일찍 현장에. 보통 때 같으면 7시 10분 전에 오곤 하던 사람들이 1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윤회장에게 전화를 하니 너무 힘들어 하루 더 쉬고 싶단다. 옳거니, 지체 없이 박다리에게 전화를 건다. 나 오늘 갈 수 있게 되었다고. 지금 어디쯤이냐고. 이미 출발했단다. 연하와 함께 가는 중이라고. 검룡소로 향해서. 지금 출발하면 30분 시차밖에 나지 않는다. 급히 출발. 전 속력으로. 이들이 올라가버리면 혼자서는 꽃 있는 곳 찾기 힘드니 따라붙기 위해. 머릿속 생각이 급하니 감시카메라 알림도 그냥 귀를 스칠 뿐. 아차 하는 순간에 이미 통과. 할 수 없지 뭐. 한참을 달려 신동 근처를 지나면서 전화해본다. 지금 어디쯤이냐고. 바로 1-2km 앞 주유소에 있단다. 내 도대체 얼마나 과속을 한 거야. 다행이란다. 박다리는 만항재로 안내를 맡고 연하가 검룡소 안내를 맡았으니, 내 차에 연하의 동승을 부탁한단다. 행운. 우리 동회회 제일의 꽃 전문가요 예술 사진가를 모시고 갈 영광을 얻다니. 이제는 편해진 마음으로 꽃에 대한 마음가짐 사진 찍는 자세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 나누다보니 어느새 목적지. 멀리서 오는 설용화도 우리 뒤 몇 분 거리. 이 사람 역시 꽃에 대한 조예가 보통이 아니다. 동호회의 의의는 바로 이런 것. 두 대가를 따라서 아니 모시고 유럽나도냉이가 마치 유채밭처럼 노란색 향연을 펼치는 관리사무소를 지나자 대성쓴풀이 맞는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던가. 지난 몇 년 동안 내 그리도 만나고 싶어 했던 꽃이 고작 이 정도였나, 씁쓸한 마음으로 그 초라하고 연약한 꽃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그래도 오늘 그 희귀종이라는 가칭 동강제비꽃을 만나게 된다는 기대에 발걸음을 재촉한다. 이 두 대가 양반 대화에 자꾸 쳐진다. 사실 이런 때가 뭔가 배울 기회지만, 솔직히 못 알아들을 용어도 많고, 내 차원을 훨씬 넘어서서 그렇게 집중도 되지 않는다. 꽃 종류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길을 벗어나야 무엇인가가 있다. 걸리고 넘어지며 계곡 아래로 내려가 길과 나란히 오르는 방법을 택한다. 그래도 홀아비꽃대에 큰구슬붕이 몇 송이뿐 별로 소득이 없다. 계곡길이 점점 험해진다. 어차피 길 양쪽은 출입금지. 다시 위로 올라온다. 검룡소는 언젠가 한 번 쯤 꼭 와보고 싶었던 곳. 계곡 저쪽 가파른 곳에는 견디다 못해 쓰러진 나무들이 보이고, 나도양지꽃을 찍고 나니 이쪽에도 큰 나무 하나 쓰러져있다. 생명의 끈질김. 마지막 숨을 거두기 전 후손을 퍼뜨리려 피운 꽃이 요란하다.
한강의 발원지라는 검룡소. 시원한 물소리. 이 자체로도 산행은 의미가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오는 길에 그제야 올라오는 이 무리 저 무리 회원들은 만난다. 반가이 인사를 나눈다. 직업상 만나는 사람들도 이처럼 반가울까. 하긴 그들도 자연 속에서 만난다면 당연히 반갑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