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Orson Scott Card의 ‘Ender's game’

뚝틀이 2012. 9. 14. 23:57

이미 두 차례 bugger라 불리는 외계인의 침공을 받고 힘겹게 물리친 경험이 있는 지구. 각국 연합으로 그들의 다음 번 침공에 대비해 무중력 상태의 우주 정거장에 Battle School을 만들고 천재성이 보이는 어린이들을 뽑아 미래의 우주전쟁 사령관으로 양성한다. 주인공 Ender Wiggin, 그는 천재의 가족에서 태어난 셋째이다. 원래 정부는 한 가정 두 자녀만을 허용하지만, 그의 형 Peter는 지나치게 무자비하고 누나 Valentine은 마음이 너무 연약하여 특별히 셋째를 허용해 태어난 아이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그가 6살 때로부터. 일종의 왕따신세인 그는 일찍 싸움의 의미를 터득하고, 이 전투학교에서도 비슷한 과정을 겪으며 지휘관으로의 코스를 빠르게 밟아간다. 학교의 코스는 군사전략 또 bugger와 지구 사이의 전쟁역사이지만, 어쩐 일인지 그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할 정도로 전투게임의 과제가 주어진다. 이 게임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그것은 소설 말미에 극적인 반전으로 나타나고.

 

좀 독특한 구성이다. 주인공 Ender(이미 이 단어의 의미에 그의 역할이 암시되어있기도 하고)는 단지 ‘사육’되어지는 사령관. 그를 ‘사육’하는 훈련관과 고위층의 대화는 다른 부분보다 좀 더 굵은 글자로 나오는 일종의 ‘병행 소설’이라고나 할까. 저자는 이 대화를 통해 자신의 시니컬한 생존철학을 독자에게 전달하곤 한다. 반복적으로 깔려지는 복선. 주인공은 자기를 괴롭히는 형, 친구, 또 선배에 대해 계속 되뇌곤 한다. “나를 그냥 좀 내버려두지. 난 누구도 해치고 싶지 않은데.” 이야기의 흐름 속엔 물론 자신을 훈련시키는 사람들도 포함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역시 소설의 끝부분에서 드러나게 되고.

 

내 원래 science fiction류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떻게 하다 이 책이 손에 잡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선 과학적 묘사의 허점이 느껴져서가 아니라 이야기 기승전결의 허술함 그것 때문에 허전함만 크게 느껴진다. 무중력 상태에서의 전쟁게임. 거기에 무슨 떠올릴 수 있는 그림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또 무슨 짜임새가 있는 과정이 전개되는 것도 아니다. 그저 저자가 그렇다니까 그냥 그렇겠거니 하고 받아들여야하는 그런 모양새다. 마치 술 취한 누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떠들어대면, 그냥 줄거리나 파악하는 정도 그 정도로 만족해야 하듯이. 또 아무리 천재 형과 누나라 하지만 그 어린아이들이 어떤 전략으로 여론을 형성해나가고 결국 지상의 최대권력을 움켜쥐게 되는지, 거기에도 어느 정도 설득력 비슷한 것이라도 풍겨주는 그런 진행이 없다. 단지 그저 ‘신나는’ 어린이들을 위한 ‘만화’ 그 정도. 깨알 같은 글자 324페이지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