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Mary Curran Hackett의 'Proof of Heaven'

뚝틀이 2012. 9. 17. 23:48

제목에서 풍기는 종교서적 냄새에 들쳐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책. 엄청난 바람에 흔들리는 저 소나무 또 사정없이 쏟아지는 이 장대비, 이런 속에서 꽃 사진 찍으러 나갈 수도 없는 일. 어쩌다 책에 손이 갔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냥 빠져들어 끝까지 읽고 말았다.

 

이유도 없이 심장이 멎어 ‘죽었다 다시 살아나곤’ 하는 여섯 살 어린이 Colm, 이곳저곳 다 찾아다녀보지만 틀에 박힌 테스트만 계속될 뿐 그 누구에게서도 어떤 설명조차 받아내지 못하는 미혼모 Cathleen, 알코올중독자로 사사건건 누나와 부딪치지만 그래도 사라져버린 아빠의 대역에는 충실한 Sean, 절망상태 이 가족 앞에 어느 날 나타난 의사 Basu, 이 네 사람으로 엮어가는 이야기.

 

아이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사라져버린 아빠. 어떻게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쓰는 Cathleen이 의지할 것은 기도의 힘뿐. 상담 시작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진찰다운 진찰도 없이 pacemaker부터 심어 넣자는 ‘경솔한’ 제안을 하는 의사 Basu에게 분노하는 Cathleen. 하지만, 이번엔 ‘오랫동안’ 심장이 멈춰 뇌사상태에 빠지는 Colm. 그에게 ‘마지막 절차’를 베푸는 중 다시 살아난 아이를 보며 기적이라 선포하는 신부. 그 신부에게 누나가 ‘세뇌’를 당할까 염려되어 강하게 반발하는 외삼촌 Sean. 사실 그는 한 때 신부가 될 생각까지 했던 사람. 그 신부의 주선으로 Assisi로 ‘기적’을 찾아나서는 엄마, 내키지는 않지만 할 수 없이 동행하는 아이와 외삼촌과 의사. 하지만 거기에서도 다시 심장은 멈추고. 죽음을 현실로 직시해야하는 어린 Colm이 의사와 외삼촌에게 털어놓는 속마음. 그에게는 천국이니 내세니 그런 것에 대한 믿음은 없고, 자기가 죽은 후 엄마를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는 그것이 걱정이라고. 그의 마지막 소원, 죽기 전에 아빠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것. 이제 위기의 순간 언제든지 가까운 병원에 갈 수 있도록 비행기 대신 자동차로 대륙횡단 여행에 나서 결국 아이 아빠의 주소를 찾아간 네 사람은.....

 

억울함과 희망의 관점에 비중이 실릴 수밖에 없는 이야기에 ‘천국이란 단어’가 섞여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니, 제목에서 풍기는 ‘전도’에 대한 선입관은 떨쳐버려도 되는 책이다.

물론 소설이라는 것엔 '강렬한 간접 경험'이라는 감정이입의 속성이 있지만, 책 읽는 내내 엉뚱한 생각이 든다.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희망' 아니 '소망'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지금 이 세상도 '천국'이 될 수 있을까. 생각은 번져간다. 지금 내 살고 있는 것, 때때로 불만과 회한에 시달리곤하는 나의 삶, 이것 이 상태만 되어도 '천국'이라고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