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로부터 전해 듣는 할아버지의 사망 소식. 손녀 만나러간다는 말 남기고 떠난 할아버지,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죽음을 맞은 할아버지, 그 추적에 나서는 손녀, 이 소설의 나레이터 나탈리아. 할아버지는 도대체 어디로 향했던 것일까 또 무엇을 찾아서일까. 이야기는 평행으로 진행된다. 과거와 현재. 현실과 우화. 어릴 적 할아버지와 가곤 했던 동물원의 호랑이, 그가 들려주곤 하던 Tiger's Wife 이야기, 그가 항상 지니고 다녔던 책 The Jungle Book, 그리고 또 그가 들려주는 deathless man의 이야기.
이렇게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 소설은 처음이다. 책 읽는데 이렇게 사전 찾기에 손이 바빠 본 적이 없고 책 하나 읽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적이 없다. 궁금증에 구글검색을 해보니, 작가 Téa Obreht는 1985년 벨그라드에서 태어났고, 전쟁을 피해 1997 미국으로 건너갔고, 이 소설을 2011년에 썼다. 어렸을 적 적응이라는 것이 이토록 놀라운 것일까.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생각이 깊고 많다는 것. 그랬겠지. 천부적으로 그런 소질을 타고난 사람이겠지.
달변이라고 할까 아니면 고장 난 수도꼭지라고 할까 아니면 흥건히 술에 전 사람이 무슨 단어 무슨 토픽 하나 나오면 그것 붙잡고 늘어지는 그런 모습이라고나 할까. 도대체 지금 작가가 이 이야기를 왜 하고 있는지, 그것이 이야기의 흐름과 어떤 상관이 있는지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이 이야기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긴장되는 장면이 나올 듯싶은데 숲속 경치 묘사가 몇 페이지씩 계속되기 다반사고 이야기 추리에 무슨 단서라도 제공하는 그런 이야기인줄 기대하다가 뭐 이런 게 있어 그런 식이다. 기승전결 그런 것은 아예 없고, 그저 끝없는 이야기의 연속. 화려한 화술을 가졌는지는 모르지만 작가 기본 수업이라는 것도 받아본 적이 없다는 느낌을 주는 이런 소설이 왜 그렇게 요란하게 매스컴을 탔는지 모를 일이다. 역시 미국다운 상술이요 미국적 문화?
소득이라면 단어 많이 접했다는 것. 표현방법 역시? 놀랍게도 그런 소득은 전혀 없다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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