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틀이의 생각세계

‘집단지식 작업’

뚝틀이 2012. 11. 12. 17:52

지금 이 땅의 한 구석에서 엄청난 상징성을 지닌 일이 진행되고 있다. ‘집단지식 작업’

작업의 주체 : 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뜻의 인터넷 동호회 ‘야사모’

작업의 대상 : ‘야생화 도록’

 

이 일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 이 도록작업의 다른 방법을 한 번 생각해본다. 만약 A라는 개인이 이런 작업을 한다면?

 

- 우선 담고 싶은 꽃 목록 만들기.

A도 이름만 들어봤을 뿐 직접 보지는 못한 꽃도 참 많을 것이다.

아마도 어쩌면 '책상에 앉아 희망 목록 만들기' 이 단계에서 한숨 푹 쉬며 포기하기 십상이리라.

 

- 이제 핵심은 언제 어디로 가서 이 꽃들을 찾을 것인가 하는 것.

물론 A도 그냥 혼자 다니다 '심봤다'한 경험이 제법 있을 것. 하지만, 그런 바탕 도록 만들기는 비현실적, 정답은 당연히 물어물어 알아보기.

그런데 어느 산 어디 가서 얘야 하고 부른다고 네 하며 꽃이 튀어나오는 것도 아니니, 헤매고 뒤지고....

또 겨우 찾았다 해도, 아직 이르다거나 너무 늦었다거나...

결국 '안내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이 '심봤다' 경험 거기에 또 꽃 시기까지 꿰뚫고 있는 '안내원'들을 어떻게 어디서 구할 것인가.

 

- 또 하나의 핵심은 '사진사' 구하기.

그 어느 누구도 홍길동처럼 여기 번쩍 저기 번쩍 다 혼자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대리인' 고용은 필수.

그런데 또 아무나 그냥 찰칵찰칵한다고 해서 사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어느 각도 어느 거리에서 꽃의 특징을 잡아내야할지를 알아야하고,

거기에 또 모델의 위치 그날 날씨도 받쳐줘야 하고, 또 그렇다하더라도 나중 모니터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또 다시 행차해야하고...

과연 이렇게 정성들이는 '자격 갖춘 대리 사진사'들을 '고용'하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 이 담겨온 사진 중에서 이제 책 받아드는 사람들의 '객관적 눈높이'에 맞는 사진 골라내는 '감별사'들이 필요한데,

꽃의 특징을 잘 나타낸다거나 예술적인 무엇인가가 느껴진다거나...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간단한 일이던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아주 폭 넓은 지식과 감각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가능한 이야기. 이런 '감별사' 고용엔 또 비용이 얼마나 들까.

 

- 이제 또 꽃에 대한 설명을 달아야할 차례.

세부적 사항 주렁주렁 쓸데없이 자세하거나 알아듣지도 못할 현학적 표현 가득한 그런 모양 피하며 에센스만 건네주는 그런 작업.

이것 역시 '동화를 재미있게 이야기해주는 프로페셔널 할머니' 그런 수준의 전문가 아니면 쉬운 일이 아니다.

 

야사모에서 지금 만들고 있는 도록. 이건 어쩌면 이 땅에서 일어나고 있는 최초의 집단지식작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개인이 또는 몇 '특공대원' 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 기꺼이 참여하는 수많은 자격자들이 있기에 또 디지털 플랫폼이 있기에 가능한 일.

실용성 효용성 그런 관점에서 뿐 아니라 한 점 한 점 정성이 담긴 작품들이 최상의 손길을 거쳐 정리된다는 그 상징성 면에서도 엄청난 일.

 

이 도록작업에 참여하는 분들 모두가 존경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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