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tha Christie(1890-1976)의 첫 작품이라는 1920년 이 소설, ‘기대’보다는 ‘순수한 호기심’에서 열어본다.
http://www.gutenberg.org/files/863/863-h/863-h.htm
무대는 Style St. Mary라는 타운의 중심 집안격인 Cavendish의 저택. 어린 두 아들 John과 Lawrence를 남겨놓고 떠난 자리에 Emily이라는 여자가 새로운 안주인으로 들어온다. Mr. Cavendish가 이 여장부에게 휘둘린 것 거기까지는 그렇다 쳐도, 유산까지 몽땅 이 부인에게만 남겨줄 줄이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렇지 않아도 ‘재산 굴레’에 묶여 ‘용돈 수준의 생활비’만 받으며 ‘연명’해야 하는 자식들의 입장에서, 아주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계모 Emily의 재혼 선포. 상대는 20세 연하의 남자 Alfred, 누가 봐도 그녀의 재산을 노리는 ‘불한당’.
John의 친구, 탐정지망생, ‘나’ Hastings가 전쟁 중 입은 상처 치료 후 요양 차 이 집에 온 때는 이 ‘문제’의 결혼 얼마 후. 도착 후, 소개받는 사람들은, 물론, 추리소설의 성격상 나중에 ‘용의자’에 오르는 사람들로, ‘음울한’ 분위기를 풍기며 주위와의 접촉 없이 홀로 지내고 있는 John의 동생 Lawrence, ‘농사꾼’이나 다름없이 살고 있는 John의 부인 Mary, 이상하게도 Mary가 감싸고도는 ‘독약 전문가’ Dr. Bauerstein, Emily부인의 친구가 고아로 남겨놓고 떠난 Cynthia, 또 Emily부인의 친구 격으로 이 집의 일을 돌봐주고 있는 Evie라는 독신녀. 그 어느 누구도 행복한 얼굴은 없고, ‘집안’이라는 소속감도 느끼지 못하는 집단. 어느 날, Evie는 Emily부인에게 당신은 언제 남편에게 독살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 놓여있으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라’ 충고하지만, 자신의 직언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즉시 집을 떠난다.
며칠 후 ‘나’는 Emily부인의 방 창문으로 흘러나오는 격한 말다툼 소리를 듣게 되고. 그 다음날 새벽에 ‘사건’이 일어난다. 그녀의 방에서 신음소리가 들린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모인 식구들. 하지만, 방으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안에서 걸어 잠근 상태. 방문을 부수고 들어가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오직 마지막 단말마의 고통 그 모습을 지켜보기 그것 뿐. 달려온 家族醫, 처음엔 심근경색이란 단순처방을 내리지만 가족의 ‘마지막 순간’ 묘사, 또 그 자리에 먼저 와있던 ‘독약전문가’의 소견에 따라, 시체부검 결정.
‘내’ 급히 탐정 Poirot는 문고리를 검사하고, 헝겊조각을 줍고, 발로 짓이겨 깨뜨린 것이 분명한 커피 잔을 들여다보고, 또 접시에 남은 코코아 액 흔적을 만져보고..., 결국은 벽난로 속에서 타다 남은 재에 쓰인 몇 글자를 발견하고.... 수사는 오리무중, 독살은 분명한데, 어디에서도 독약의 흔적은 찾을 수 없고, 또 사건 성격 규명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언장도 찾을 길이 없고, 더구나 증거 보전을 위해 잠가놓은 방에 누군가가 들어와 서류함을 뒤지고...
첫 번째 용의자는 우선순위 상위 유산수혜자, 사건 당일 집에 들어오지 않았고, 그가 독약을 사갔다는 약사의 증언에도, 그냥 부인할 뿐, 알리바이 제시조차 거부하고 있는, 젊은 남편 Alfred. 하지만 탐정 Poirot는 그를 대신해 알리바이를 밝혀주고, 이어 Mary, Lawrence, Cynthia에 대해...
그 사이 경시청에 끌려가는 Dr. Bauerstein, 며칠 후, 이번엔 또 John이 끌려가고...... 그리고 피고석에 그를 세운 재판은 계속되는데...
탐정은 아직.....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의 ‘첫 작품’이라는 냄새가 물씬 풍긴다.
우선, 크리스티가 심취해있었던 아서 코난 도일의 ‘멋진 풍채’ 셜록홈즈에 대비해 ‘왜소하고 우스꽝스러운’ 외모의 탐정 Poirot을 내세우고, 또 충실한 관찰자의 역할에 그치는 왓슨 박사에 대비해, 탐정의 ‘대화상대’가 되는 조수를 내세운 것은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이 소설의 話者를 ‘탐정견습생’으로 설정한 것도 흥미로운 시도다. 사건수사를 그냥 지켜보게만 하는 대신에, 話者 자신의 ‘나름대로의 추정’이라는 일종의 필터링을 겪도록 해 더 ‘싱싱하고 정제된’ 모습으로 스토리를 이끌어나가려는 의도였으리라.
또 하나, 젊은 남녀 사이의 ‘증오를 가장한’ 사랑, 부부 사이의 갈등, 등의 이야기를 ‘잔뜩’ 집어넣고, 소설 대단원의 막을 ‘교훈적 해피엔딩’으로 내리는 것, 역시 과욕이라 볼 수 있지만, 그래도 밉지 않은 설정이다.
하지만, 사실, 話者 설정 그 관점에서는 의도가 좀 빗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건의 진실’이란 그림은 작가의 마음속에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누구의 입에서 진실을 흘려줘야하는가 하는 그 ‘배분’의 관점에서 딜레마가 생긴다. 탐정 Poirot를 ‘절대 영웅’으로 만들려면, ‘공명심에 들뜬’ 話者를 상대적으로 ‘바보스럽게’ 만드는 것은 피할 수가 없는데, (예를 들어 자신은 fact로만 판단한다며 “Imagination is a good servant, and a bad master.” 등의 충고를 하는 장면), 독자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바로 이 ‘모자라는 쪽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과 동의어가 아니던가. 물론, 나중 결과에 이 ‘화자의 직감’도 배려되기는 하지만(그렇지만 불행히도 그것조차 조수의 추론이 아니라 그가 그냥 생각 없이 흘린 한 마디 말을 근거로), 작가가 스스로 심어놓은 함정에 자신이 빠진 그런 모양새에 약간의 씁쓸함마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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