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니콜라이 고골의 ‘코’ 줄거리

뚝틀이 2013. 1. 3. 18:40

Николай Васильевич Гоголь(1809-1852), Нос, 1835,

http://h42day.100megsfree5.com/texts/russia/gogol/nose.html

 

-제1부-

이발사 Ivan Yakovlevich(Иван Яковлевич), 부인이 구워내는 빵의 향기를 맡으며 깨어나는 그.

여보, 오늘은 나 커피 생각 없으니 그냥 빵하고 양파 좀 줘. 사실 그의 생각은 둘 다인데, 일종의 트릭으로 이렇게 말한 것.

하지만, 그 부인은, 하, "그래? 잘 됐네. 오늘은 내 커피 한 번 듬뿍 마셔보겠네." 하며 그저 빵 한 덩어리만. 하지만. 어쩌랴.

잔뜩 거드름피우며 포크와 나이프로 양파를 그리고 빵을 자르는 그. 그런데, 뭔가 딱딱한 것이... 손으로 꺼내보니, 이런! 코!

흠칫 놀라, 팔을 뺐다, 다시 조심스럽게 만져 봐도, 역시 코, 확실한 코.

그의 놀람보다 더한 것은 부인의 분노.

"이런 악당! 어디서 잘랐지? 그렇지 않아도, 사람들이 수군거리더니. 당신, 면도할 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코를 잡아당긴다고 말이야."

 

분명 코, 매주 두 차례 면도하는 Коллежский же асессор(러시아 직급을 모르니, 7급 공무원 정도?) Kovalyov(Ковалев), 그 사람의 코.

"여보, 좀 참아줘. 내 여기 봉지에 싸놓았다, 있다 가 버릴 테니."

"에이그. 이 구제불능 웬수야! 그 역겨운 걸 어떻게 놔둬. 당장 갖다 버리지 못해!"

멍하니 앉아, 아무리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해봐도, 내 어제 술 취해 들어왔다 쳐도, 그것이 빵 구워내는 것하고 어떻게 연관되지?

 

이제 경찰이 들이닥치면.... 벌써 눈에 선하다. 은빛 제복에 빨간 칼라 경관이 칼 옆에 차고 들어서는 모습이. 후덜덜덜.

무서운 눈으로 노려보는 마누라 눈을 피해, 주머니에 코를 넣고 집을 나서는 그. 원래는 집 앞 하수구에 버릴 생각이었는데, "어디 가나?", "이 이른 시간에 면도해달라는 사람은 또 누구지?" 말 걸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기회를 잡지 못하고, 그래서 좀 더 멀리 걷다가, 겨우 기회를 잡아 버리기는 했는데, 이번엔 경관이 "당장 도로 줍지 못해!" 소리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다시 집어 들고. 상점들 하나 둘 열리며 오가는 사람 점점 더 늘어나고.... 걷다, 걷다 결국은 네바 강 다리, 밑에 누가 있나 본 후 조심스럽게, 풍덩.

그런데, 눈을 드니, 다리 저쪽 끝에서 제복 말끔한 경관이 오라 손짓하지 않는가. 가까이 다가가, "각하, 별고 없으시죠." "각하는 무슨 각하, 거기서 무슨 짓했는지 이야기하지." "혹 물고기들이 있나하고....."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그냥 얘기해." "저~, 각하. 제가 한 주일에 두 번, 아니 세 번 그냥 면도해 드릴 테니....." "그런 이발사 이미 세 명이나 있어. 그냥 털어놓지 못해?! 뭘 버렸지?" 창백해지는 그.

 

제2부-

아침에 일어나, 어제 생긴 뾰드라기 이제 어떻게 됐나 거울을 들여다보는 공무원 Kovalyov.

화들짝 놀라, 눈을 씻고 또 들여다봐도, 그 자린 그냥 살로 덮여있을 뿐. 아무리 여기저기 꼬집어봐도 이건 틀림없이 꿈이 아닌 생시.

옷 대충 챙겨 입고 급하게 집을 나서 경감에게로 향하는 그. (이 사람 Kovalyov에 대한 작가의 한 마디. 다른 사람들은 오랜 동안 이 분야에서 ‘봉사'를 한 후에야 이 타이틀을 받는데, 이 사람은 ’학위‘로 이 자리에 오른 사람. 자존심이 얼마나 강한지, 다른 판사들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사람들이 자기 직책 앞에 꼭 major란 단어를 붙이도록 요구하는 사람. 옷은 항상 빳빳하게 대려 입고, 고개 바짝 세우고, 자기에게 시집오는 사람은 재산가여야 한다는 둥, 여기 Petersburg에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적어도 부총독이라는 둥, 하여튼 콧대가 엄청 높은 사람.)

 

운도 없지. 오늘따라 마차도 눈에 띄지 않고.

마치 코피를 흘리는 사람처럼 손수건으로 가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식당에서 다시 거울을 들여다봐도 여전히....

다시 나온 그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장면.

맞은 편 아파트에 마차가 서더니 거기에서 내리는 신사, 그 신사가 바로 자기 코. 정장을 하고, 요란한 장식을 한 모자를 쓰고, 그 옆에 칼까지. 이 집에 들어갔다 저 집에 들어갔다, 이제 마부에게, 거드름 피며, 다음으로! 한마디로 말해서 Kovalyov 자기보다 훨씬 높은 사람 차림.

그 ’코‘를 앞질러가 위엄을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그. “저기~.” “뭐라고?” “저기~ 댁에서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뭔 소리지? 차근차근 말해봐.” 용기를 내 입을 여는 그. “난 major데, 좀 생각해보시지. 저 다리 앞에서 오렌지 파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내 이제 곧(어흠)~, 그리고 또 귀한 레이디들을 만나야하는데...” “뭔 소리 하고 있는지 정말 못 알아듣겠네. 좀 자세히 이야기해줄 수 없나?” 위엄을 갖추고 이야기하는 그. “이해 못할 사람은 바로 나. 내 코가 제자리에 있어야하는 것 아닌가?”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답하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 복장을 보니, 당신 여기 근무하는 사람이 아니구먼.” 그때 들어서는 아름다운 조각처럼 눈부신 여인... 입 헤 벌리고 그녀를 쳐다보다 자기 코가 없음을 깨닫고 놀라는 그.

그렇게 잠깐 한눈파는 사이에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코’ 그 사람. 밖으로 튀어나와 아무리 여기저기 두리번거려도 그 모습 찾을 수 없고.

마차에 올라타는 그. “가자!” “어디로요?” “그냥 앞으로!” “앞이요? 여기 앞이 두 갈래로....”

제정신으로 돌아온 그. 경찰에다 신고할까, 아니면.... 그런데, 이미 딴 도시로 빠져나갔다면? 신문사로 달려가는 그.

 

신문사에 부탁하러 가는 그. 하지만, 그곳에 사람들이 꽉 들어차있고. 별 볼 일 없는 복장의 ‘하찮은’ 사람들이. ‘급한 일’이라 다가가서 이야기하려는 그에게, 잠깐 잠깐 순서를 기다리라는 대답. 드디어 차례가 오고, “무슨 일이시죠?” “어떤 자가 도망을 쳤는데...” “당신 이름은?” “이름까지 밝힐 것은 없고 그저 major라고만 해도..” “당신 하인이 도망갔나요?” “아니 그게 아니고..” “뭐요? 코라고요? ‘고’씨라... 그 사람이 물건을 훔쳐 도망갔나요?” “아니 ‘고’가 아니라 내 ‘코’가...” “맞아, 지난주에도 어떤 사람이 강아지를 잃었다고 했었는데, ‘코’라는 강아지를.” “에이그 답답해. 내 코요 얼굴에 달린 코 말예요.” 손수건을 내려 자기 코를 보여주는 그. 재미있다는 듯 들여다보는 그. “참 판판하게도 해서 붙였네요. 그런데 그 코라는 게 말이죠. 그런 광고는 사실 여기엔...” ‘코담배’를 권하며 거기에 또 쓸데없는 소리 계속 주절대는 그 사람. 참지 못해 밖으로 튀어나오는 그. 집달관을 찾아가지만, 마침 식사를 마치고 쉬려던(물론 이 공무원도 그런 스타일이고....) 그의 심기만 건드리고...

 

결국 어둑어둑해져서야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그. 같은 집인데도 오늘은 참 쓸쓸해 보이고...

안에 들어서니 하인은 자기 가죽 소파에 편한 자세로 누워 침 뱉기 놀이나 하고 있고... 기가 팍 죽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 그.

머릿속을 오가는 생각. 차라리 팔이나 다리가 없어졌다면 그게 오히려.... 코가 없으면 이건 시민도 아니고 새도 아니고... 차라리 내가 결투를 했다거나 사고로 잃었더라도.... 내 어제 그렇게 술에 취했었는데... 맞아, 이게 다 이발사 그 녀석 때문이야. 그 녀석 왜 하필 어저께는 자리에 없었지? 내 거품 대신 보드카 바르고 면도하다가....

혹시나 하고 거울을 다시 들여다보지만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니, 짚이는 ‘건’이 하나. Madam Podtochin(Подточин). 지난 번 그녀가 자기를 사위로 맞고 싶다고 했을 때(내가 염두에 두고 있는 상대자는 훨씬 더 ‘지체 높은’ 다른 집 따님들인데...), 댁의 딸은 너무 어리고, 내 나이 이제 마흔 둘인데 앞으로 또 5년이나 복무해야하고.....하며 완곡하게 거절했던 그 ‘사건’. 맞아. 그 여자가 앙심을 품고 마귀들을 동원해 내 코를 떼어갔을 꺼야.

 

어떻게 그 음모를 들춰낼까 고민하고 있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

여기가 major 댁인가요? 들어오는 경관, 코를 찾았다고. 아니 잡았다고. 가짜 여권으로 마차를 타고 리가로 떠나려는 순간에 체포했다고.

너무 기쁘고 놀라 입만 벙끗거릴 뿐 제대로 말도 할 수 없는 그.

자기가 심한 근시이지만, 마침 그때 안경을 쓰고 있어서, 이 녀석이 사람이 아니라 코인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고.

빨리 달라고 하는 그에게 경관이 계속하는 말.

사실 이 코를 훔친 자는 이발사 Yakovlevich인데, 이 사람 술주정뱅이에 도벽까지 있는데, 얼마 전 남의 가게에서 카드하나 훔친 것 같아 계속 감시 중이었다고.

경관이 넘겨준 봉투를 뜯어보니 자기 코, 뾰드락지까지 제자리에 있는 자기 코. 기뻐하는 그.

하지만, 세상에 어디 오래가는 기쁨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던가. 이제 어떻게 붙이지?

 

조심, 조심. 입김 호호 불어 거울을 보며 제자리에 갖다대보지만, 그 자리에 붙기를 거부하는 코. 한참을 시도해도 한사코.

하인을 불러 1층에 있는 의사를 모셔오라고.

이 의사는, major보다 더 넓은 집에 살면서, 매일 아침 싱싱한 사과를 먹고, 45분씩 걸려 다섯 가지 칫솔로 이를 가꾸는 사람.

잔뜩 무게 잡고, major의 입을 잡아 뜯으며, 아무리 애써보아도 도저히....

붙이긴 붙일 수 있는데, 많이 고통스러운 방법이....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무조건 붙여만 주세요. (아무리 아파도 코 없는 이 ‘상판’으로 내 그 ‘지체높은 부인들’ 앞에 설 수야 없는 일 아닌가.)

포기하는 그 의사. 이 코를 다시 붙이기보다는 매일 찬 물에 얼굴 깨끗이 씻고 다니는 것이 더 나을 듯.... 혹시 이 코를 팔 마음이 있느냐고.....

 

이제 남은 방법은 오직 하나. Madam Podtochin에게 편지 쓰기.

공손하지만 단호하게 마법을 풀어달라고 부탁하는 그.

하지만, 이 수수께끼 같은 편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리하던 Madam Podtochin이 내린 결론, 아 내 딸에게 청혼하는 것이로구나,

기꺼이 수락하는 내용의 답장. 어! 아니네. 이 부인이 마법을 걸었다면, 이런 식의 답장을 보내지는 않을 텐데, 깨닫는 major.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시중에 떠도는 소문.

세 시면 코가 혼자 산책한다는 그 번화가 거리엔 사람이 몰리고,

코가 혼자 출입한다는 상점엔 사람들이 하도 밀려와 경찰이 왔어야 했고,

또 어디 그런 소문난 곳에선 아예 입장료까지 받고.

정부는 도대체 뭘 하고 있는지. 이런 허황된 소문이 우매한 민중들에게..... 識者는 걱정하고...

 

제3부

세상엔 믿기지 않는 일도 일어나는 법.

어느 날 아침,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슬픈 얼굴로 거울을 들여다보는 major.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는 그. 세상에! 코가 다시 제 자리에.

수건으로 살짝 밀어보지만, 틀림없이 제자리에 붙어있는 코. 하인에게 물어봐도 틀림없이 앉아있는 코.

문 살짝 열고 들어오는 이발사 Yakovlevich.

면도를 시작하자 소리치는 major. 코는 잡지 말고! 코를 잡지 않고 어떻게 면도를 하지? 어쨌든 조심조심 면도는 끝나고,

식당으로 향하는 major, 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큰 소리로 마실 것을 주문하는 그. 그리고 거울을 들여다보는 그.

자기와의 경쟁자들 코를 관찰하는 그.

이제, 드디어, 항상 코 이야기로 자기 심기를 뒤틀곤 하던 라이벌 앞으로. 오늘은 ‘씹지’ 않는다면 내 코는 정상. 예상대로 이번에는 점잖은 그. 이제 정말 확실히 내 코가 제자리에 있구나.

 

궁금한 것 몇 가지.

왜 major가 신문에 광고를 내지 않았을까. 너무 비싸서? 그건 분명 아니고,

그런 ‘웃기는’ 광고를 실었다가 신문사 명예가 실추될까봐 그것을 걱정하는 담당자가 거절해서? 그것도 아니고.

그런데 또 하나 왜 하필 그 코가 이발사의 빵에 나타났는지.

아니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 어떻게 작가라는 사람이 이 따위 이야기를 만들어냈지? 국가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닌데...

모르겠다. 어쨌든, 세상엔,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곤 하는 법.

-끝-

 

글쎄.... 무슨 상징성이나 사회풍자 뭐 그럴 듯한 설명을 붙일 수도 있겠지만... 글쎄.....

심지어는 '코' Нос(노스)가 '꿈' Cон ()과 대칭적 스펠링인 것을 들어, 여기에서 '코'를 'dream'으로 대치하면 쉽게 설명된다는 '해석'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