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의 ‘The Mysterious Disappearance'를 읽고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 잡은 책. 셜록홈즈 시리즈보다 훨씬 먼저 나온 소설로, 1878년 作
http://www.gutenberg.org/files/4047/4047-h/4047-h.htm
참 굉장한 작가다. 추리소설을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읽기는 처음이다. 조용조용 옆에서 소곤대듯, 세밀하고 정확하게 그려주는 이야기.
역시 우리나라에는 번역판이 나오지 않은 소설이니, 스포일러 걱정일랑 덜어놓고, 읽으면서 끄적끄적.
-제1권-
변호사 Veeley를 찾아온 젊은이. Veeley는 나 Raymond의 상관, 지금은 출장 중. 나에게도 용건을 이야기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Mr. Leavenworth가 죽었다고. 살해당했다고. 자기는 그의 개인비서라고. 놀람. 그는 우리 사무실의 중요 고객.
피살자의 조카들에게 보호가 필요해서 왔다고. 그의 집으로 달려가니,
탐정 Gryce는 이미 도착해있고, 우리는 구면.
이어 열리는 심문자리.(영미의 시스템에는 coroner 제도가 있는데, 이 coroner는 시신부검 진행은 물론 증인심문을 통해 용의자를 가려내는 역할까지 수행. 그런 의미에서는 통상 번역되는 ‘검시관’보다는 오히려 ‘심문관’이 더 적절한 단어 아닐까 하는 생각. 이 자리는 선출직. ‘중요사건’의 경우 배심원단까지도 구성됨.)
차례로 불려나오는 이 집 사람들,
우선 집사 Dougherty, 그 다음은 개인비서 Harwell, 그리고 요리사 Kate, 위층 담당 하녀 Molly, 또한 요리사 Hannah는 어젯밤에 사라졌고.
지금까지의 심문으로부터 얻게 된 사건정황.
⦁ 전날 밤, 비서 Harwell이 자리를 뜨고 얼마 지나지 않아, Mr. Leavenworth이 자기 책상 앞 의자에 앉은 채로 살해되었음.
총알의 방향으로부터 볼 때 고개를 숙인 자세였고, 머리 뒤 1m 정도 거리에서 발사된 것으로 추정됨.
⦁ 범행에 사용된 총은 Mr. Leavenworth의 것이었고, 그것은 나중에 그의 침실 서랍에 다시 넣어졌음.
⦁ 요리사 Hannah가 치통이 심하다며, Eleanore에게 약을 얻으러 촛불을 들고 내려갔는데 그녀에게 가지도 않았고 사라졌음.
(Gryce가 그 초를 정원에서 발견)
⦁ 증인 중 특이한, 아니 참 묘한 사람은 피살자의 개인비서 Harwell.
당신이 그분을 맨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냐는 coroner의 물음에, 아니라고, 살인자가 그렇다고,
coroner의 고쳐 묻는 질문, 그럼 살인자 빼놓고 마지막이냐 하는 물음에, 아니라고, 자기 다음에 누가 들어왔을지 어떻게 아느냐고.
아까 집에 있던 사람 물어볼 때, 왜 Hannah의 이름을 빼먹었느냐 묻자, 당신은, 사건현장을 본 그 시각에 누가 있었는가를 묻지 않았냐고.
그가 Coroner와 배심원들에 대한 대답을 하는 동안, 관찰자 ‘나’는 그의 표정보다는 손가락 움직임을 눈여겨보았고, 몇 의문점이 있었음.
- Mr. Harwell himself was conscious of a suspicion which he was anxious to suppress even from his own mind.
- A woman was in some way connected with it, a rustle as well as a footstep having been heard by him on the stairs.
- A letter had arrived at the house, which if found would be likely to throw some light upon this subject.
- Eleanore Leavenworth's name came with difficulty from his lips; manifesting emotion whenever he was called upon to utter it.
이제 조카딸들 차례. 그들을 데리러 3층으로 올라가는데, 지금 상황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어렸을 적부터 듣던 엄마의 말이 귀에 생생히...
"My son, remember that a woman with a secret may be a fascinating study, but she can never be a safe, nor even satisfactory, companion."
방문 앞, 문을 열려는데,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I do not accuse your hand, though I know of none other which would or could have done this deed; but your heart, your head, your will, these I do and must accuse, in my secret mind at least; and it is well that you should know it!"
놀라서 망설이고 있는 나의 어깨를 두드리는 탐정 Gryce, 쉿! 독백이 더 이상 계속되지 않자, 망설이는 나를 대신해 방문을 대신 열어주는 그.
I beheld a glorious woman. Fair, frail, proud, delicate; looking like a lily in the thick creamy-tinted wrapper that alternately clung to and swayed from her finely moulded figure; with her forehead, crowned with the palest of pale tresses, lifted and flashing with power; one quivering hand clasping the arm of her chair, the other outstretched and pointing toward some distant object in the room,—her whole appearance was so startling, so extraordinary, that I held my breath in surprise, actually for the moment doubting if it were a living woman I beheld, or some famous pythoness conjured up from ancient story, to express in one tremendous gesture the supreme indignation of outraged womanhood. (작가가 얼마나 편향적인지, 아니 편향적 분위기로 끌고 가려는지, 그 의도를 보여주는 대목)
이어 진행되는 두 조카에 대한 심문, 우선 Mary, 비교적 간단히. 하지만, Eleanore에 대해서는 길고 길게.(이 둘은 사촌 간)
심문 결과는 Eleanore에게 절대적으로 불리.
- 일단 Mr. Leavenworth가 전 재산을 Mary에게만 물려준다고 공언했었고,
- Hannah가 그녀의 방으로 간다고 한 후 사라졌고,
- 또 Harwell의 이야기로는 몇 달 전 그녀가 Mr. Leavenworth의 침실에서 총을 만지고 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자기가 들어서자, 어떻게 장전하고 발사하는지 물어보았다 했고.
- 사건 후 시신을 옮기자는 제안을 한 사람이 그녀였고,
- 하녀의 증언으로는 그녀가 무슨 쪽지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고 했는데, 그녀는 그에 대한 대답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고,
- 사건 현장에서 총 기름을 닦은 흔적이 남아있는 손수건이 발견되었는데, 바로 그녀의 것.
(책의 사분의 일이 지났음, 이런 식으로 진행이라면 작가의 의도가 어느 정도 윤곽을 나타냄. Eleanore는 분명히 범인이 아니고, 오히려 그녀가 누군가를 숨겨주고 있음. Mary의 미모를 그렇게 강조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앞으로 이 여자 쪽을 주목하는 것이.... 더구나 피살자가 고개조차 들지 않은 상태에서 총을 맞았다면, 아주 가까운 사람인데.... 그렇지만 동기는? 모든 재산을 다 받게 되어있는 유리한 상황인데.... 아니면 Mr. Leavenworth의 마음이 변해 유언장을 고치려했었나? 그럼 쪽지는? 이건 Mary의 쪽지?)
Mary의 방을 지키고 있는 나. 그녀와의 대화.
Eleanore와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가 스스로 올가미를 뒤집어쓰려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게 마음에 걸린다고.
Eleanore 방을 지키고 있던 Fobbs가 와서 전해주는 물건. 그녀가 몰래 벽난로 속으로 집어던진 것이라고. 부러진 열쇠조각.
그녀에 대한 Gryce의 면담요청. 찾아온 그녀. 먼저 말을 꺼내는 그녀. 부러진 열쇠에 관한 것이라면 할 말 아무 것도 없다고.
쉴 새 없이 조잘대는 Mary. 불평, 걱정, 공포. 하지만 Eleanore옆에 가기를 극도로 꺼려하는 그녀.
결국 거처까지 옮기겠다는 그녀를 Gryce의 마차에 태워 동행하는 나. 가는 동안 급하다며 마차 안에서 편지를 써 붙이고....
(셰익스피어의 무슨 연극무대를 보는 그런 분위기만 한없이 계속된다. 수사나 추리의 근처도 가지 않고, 그냥 대사와 장면뿐)
결국 신문에 나는 기사. “비극적 Leavenworth 사건의 범인은 뉴욕 하늘 아래 제일 미녀, 같은 지붕 밑 Eleanore.”
그러기에 왜 심문에서 몇 가지 점에 대한 증언을 거부했냐고, 당연히 예상했던 결과 아니냐는 내 말에, 그녀는, "Cannot!"
Innocence를 외치는 그녀. 다가오는 Mary. 동정한다 말하는 그녀. 하지만, 맞받아치는 Eleonore.
"There is something better than sympathy, and that is justice."
처음으로 마주치는 두 사람의 눈.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It was the shock of all the most passionate emotions of the human soul; the meeting of waters of whose depth and force I could only guess by the effect.
-제1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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